오랜만에 돌아왔어요
국민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브로맨스라는 그룹 출신인 박장현 가수가 나와서 멋진 무대를 해주셨습니다. 음이탈 사고 이후 생긴 트라우마로 공황장애까지 겪었다고 합니다. 그날도 첫 무대 후 과호흡 증상이 와서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오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한숨'까지.
저도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어요. 옆에서 누군가 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말을 하면 숨이 잘 안 쉬어졌어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고 탓하는 사람만 많다고 느꼈어요. 아니 실제로 그랬어요.
정신과 약은 병원에서 주는데, 약봉지에는 병원 이름이 안 쓰여 있어요. 마음의 병은 겉으로는 감기 같은데 증상은 암 같고, 아픈데 일상을 다시 살아내자니 이건 누구한테 말하기도 그렇고 말하지 않기도 그래서 참 복잡해요.
그렇게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 내서 300% 정도의 열정으로 돈도 시간도 쓰고 아끼고 하면서 살다가, 지금은 30% 정도만 쓰는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다치지 않을 정도만, 아프지 않을 정도만 해요. 그래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멈춰지지 않던 생각을 멈추고, 일을 멈추는 게 이제 전보다는 쉬워졌어요.
사실 아프기 싫어서 그래요. 다시 그렇게 숨차고 아프고 싶지 않아서. 현타가 씨게(?) 온 후로는 운동을 해도 100%까지는 못해요. "사는 것도 힘든데 운동까지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나." 싶어서 몸이 거부해요. 그래서 그냥 살려고 운동하는 거지, 재미는 별로 없어요. 이번에도 그렇게 현타가 씨게 왔습니다.
해서 억울해질 것 같으면 그냥 멈춰요. 더 다치기 전에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방어 본능이 작동해요. 세상에 이바지하는 글쓰기를 해 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와는 달리, 그 글을 쓰는 저는 이렇게 약해요. 원래도 약했고 지금은 더 약해요. 이번에도 그래서 두 달쯤 멈췄어요.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달리는 게 이제 저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그렇게 쥐며느리 정도의 정체성으로 공처럼 웅크리고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에서 선물(?)을 준다는 말이 있길래 빛의 속도로 공지를 읽었어요. 15일 내에 글을 1편 쓴 사람에게만 선물을 준다네요. 글은 쓰기 싫은데 선물은 받고 싶고... 저는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봐요. 그래서 글을 다시 써요.
나는 무슨 극적인 계기가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장삿속(?)에 넘어가서 다시 쓸 줄은 몰랐어 정말. 박장현 가수가 노래를 다시 부르는 느낌으로다가 쓰고 있어서 글도 생각도 덜그럭 덜그럭 거리기는 하지만요.
"글쓰기의 최전선(은유)"에서 본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나도 너처럼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친구에게 일 년에 글을 몇 편이나 쓰냐고 물었더니, 한 편도 안 쓴다고 했다고요. 그러면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은 게 아니라고요.
그 말씀도 맞는데, 그냥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쓰고 싶은 이유도 있고, 쓰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고, 쓰고 싶을 때도 있고, 안 쓰고 싶을 때도 있고, 잘 써질 때도 있고, 잘 안 써질 때도 있고. 그래서 별로 예쁘지 않은 '꾸역꾸역'이라는 단어는 제 사전 랭킹 5위 안에 들어가는 단어랍니다. 이 말이 좋아요.
여전히 건재해 계시는 브친님들께 소심하게 복귀 인사 올립니다.
저 돌아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