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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Nov 18. 2021

글은 쓰기 싫은데 선물은 받고 싶어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국민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브로맨스라는 그룹 출신인 박장현 가수가 나와서 멋진 무대를 해주셨습니다. 음이탈 사고 이후 생긴 트라우마로 공황장애까지 겪었다고 합니다. 그날도 첫 무대 후 과호흡 증상이 와서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오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한숨'까지.


  저도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어요. 옆에서 누군가 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말을 하면 숨이 잘 안 쉬어졌어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고 탓하는 사람만 많다고 느꼈어요. 아니 실제로 그랬어요. 


  정신과 약은 병원에서 주는데, 약봉지에는 병원 이름이 안 쓰여 있어요. 마음의 병은 겉으로는 감기 같은데 증상은 암 같고, 아픈데 일상을 다시 살아내자니 이건 누구한테 말하기도 그렇고 말하지 않기도 그래서 참 복잡해요.


  그렇게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 내서 300% 정도의 열정으로 돈도 시간도 쓰고 아끼고 하면서 살다가, 지금은 30% 정도만 쓰는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다치지 않을 정도만, 아프지 않을 정도만 해요. 그래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멈춰지지 않던 생각을 멈추고, 일을 멈추는 게 이제 전보다는 쉬워졌어요.


  사실 아프기 싫어서 그래요. 다시 그렇게 숨차고 아프고 싶지 않아서. 현타가 씨게(?) 온 후로는 운동을 해도 100%까지는 못해요. "사는 것도 힘든데 운동까지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나." 싶어서 몸이 거부해요. 그래서 그냥 살려고 운동하는 거지, 재미는 별로 없어요. 이번에도 그렇게 현타가 씨게 왔습니다.


  해서 억울해질 것 같으면 그냥 멈춰요. 더 다치기 전에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방어 본능이 작동해요. 세상에 이바지하는 글쓰기를 해 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와는 달리, 그 글을 쓰는 저는 이렇게 약해요. 원래도 약했고 지금은 더 약해요. 이번에도 그래서 두 달쯤 멈췄어요.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달리는 게 이제 저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그렇게 쥐며느리 정도의 정체성으로 공처럼 웅크리고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에서 선물(?)을 준다는 말이 있길래 빛의 속도로 공지를 읽었어요. 15일 내에 글을 1편 쓴 사람에게만 선물을 준다네요. 글은 쓰기 싫은데 선물은 받고 싶고... 저는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봐요. 그래서 글을 다시 써요. 


  나는 무슨 극적인 계기가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장삿속(?)에 넘어가서 다시 쓸 줄은 몰랐어 정말. 박장현 가수가 노래를 다시 부르는 느낌으로다가 쓰고 있어서 글도 생각도 덜그럭 덜그럭 거리기는 하지만요.


  "글쓰기의 최전선(은유)"에서 본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나도 너처럼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친구에게 일 년에 글을 몇 편이나 쓰냐고 물었더니, 한 편도 안 쓴다고 했다고요. 그러면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은 게 아니라고요.


  그 말씀도 맞는데, 그냥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쓰고 싶은 이유도 있고, 쓰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고, 쓰고 싶을 때도 있고, 안 쓰고 싶을 때도 있고, 잘 써질 때도 있고, 잘 안 써질 때도 있고. 그래서 별로 예쁘지 않은 '꾸역꾸역'이라는 단어는 제 사전 랭킹 5위 안에 들어가는 단어랍니다. 이 말이 좋아요.


  여전히 건재해 계시는 브친님들께 소심하게 복귀 인사 올립니다. 


  저 돌아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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