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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Mar 20. 2024

눈물의 여왕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소년시대

찌질해도 멋진 븅태가 되고 싶은 별에서 온 그대

  최근 경제력이 있는 일본 여자들은 어리고 잘 생긴 남자와 결혼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돈은 내가 벌께. 너는 잘 생기기만 해.'라나? 많은 여성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개그맨 차은우가 '텐 미닛'을 부르며 휘적휘적 춤사위를 추는 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시청한다. (악의 없는 사실 기술이다.) 차은우가 하면 왠지 더 잘해 보이고, 차은우의 얼굴은 잃어버렸던 미소를 되찾아 준다.


  이대팔 가르마를 해도 븅태는 잘생겼다. '뭐여?' 한마디로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찌질한 메소드 연기를 선보여도 귀엽기만 하다. 술만 마시면 엉엉 우는 내추럴 본 귀염뽀짝 용두리 슈퍼 막내아들 김수현 배우는 뱀파이어인가보다. 진짜 그는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별에서 온 그대는 여전히 잘 생겼더라. 복근도 멋지고.


  외모 얘기를 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왜 이런 드라마들이 나올까? 이제 카리스마 '본부장님'과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얘기는 별로 어필하지 못한다. 오히려 여성들이 '본부장님'이고 '사장님'인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벌집에 데릴사위처럼 들어가 살며 상사인 아내의 눈치를 보는 별에서 온 그대. 머슴처럼 허둥거리는 김수현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제 여성들이 선택하고 남자들과 아이들은 그 방향을 따라가는 의사 결정 방식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독박 육아"라는 신조어가 생기기 전, 사실 "독박 벌이"라는 말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번다고 독박 벌이야? 재벌집 딸과 결혼하고 싶어서 자기 오피스텔 전세라고, 회사에서 쫓겨나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김지원 배우에게 으스대는 용두리 이장댁 아들은 깜찍하기만 하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됐어?"라고 부르짖는 남자는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시대를 읽고 마케팅의 초점을 찾거나, 시대가 요구하는 븅태로 부름받아 흑거미에게 싸움을 배울 줄 아는 현실적 남성으로 사는 것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백번 인정한다. 그런데 븅태랑 용두리 슈퍼 막내 아들을 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눈물의 여왕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의 소년시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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