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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 실린 편지 Oct 07. 2024

나에게도 향수병이 생기다

낙엽향에 취하다

나는 평범한 학생으로 시작했지만, 내 삶은 서서히 예상치 못한 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면서 상상도 못했던 세계로 나를 끌어당기는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일본 전통 예술인 가부키, 꽃꽂이 등 내가 들어본 적이 있는 아름다운 일본 고전등을 가르쳐 주고 싶어 했다. 내 이야기가 신문을 통해 퍼지고 후원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독특한 경험 중 하나는 불전에서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새벽의 희미한 빛 속에서 우리는 조용하고 엄숙한 의식인 이취경경을 함께 독송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 평화로웠던 만큼, 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특히 불교의 성지로 숭배받는 고야산 같은 곳에서 여자는 무시하는 것이 한국과 비슷하였다. 불단앞에서 여자는 감히 짐작도 못했던 시기였다.


점점 유명세로 동경에서 한국인인데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여러 명을 만났다. 페스티벌에는 일본 불교계의 유명한 곳을 방문하였다. 일본의 대승려 들은 다 알고 지냈다. 어쩌면 한국의 사명감이라도 지닌 양 국가적인 일에도 참여하였다. 훗날 한중일 삼국의 불교대회에 참여하면서 고승대덕승을 많이 알게 되었다. 덕분에 고야산에서 익혔던 일본어는 남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차별화가 있었다. 점점 그들과 어울리며 한국을 조금이라도 무시하는듯한 이야기는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에 일본신문에 대서 특필된 기사를 갖고 나를 불렸다. 한국은 무서운 나라라는 말을 먼저 하면서 신문 전면에 총에 맞아 죽은 장면을 보여주었다. 마산 근처에서 군 복구 중인데 애인이 변심하자 탈영하여 민간인 여러 명을 죽인 사건이었다. 너희 나라 사람들도 프랑스에서 살인하였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점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힘들기 시작하였다.


가을이 되면 우거진 낙엽을 쓸어 담으며 가끔 태우는 일이 있었다. 낙엽을 태우면서 그 향이 맡으며 고향생각이 난다. 친구들도 보고 싶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낙엽의 향기가 연기와 함께 나는 점점 우울하며 의욕을 상실하였다. 저녁엔 콜렉트콜로 집에 가고 싶다고 울면서 통화를 하는 철부지였다. 

뭐든지 관심대상이고 기사 거리로 찾아오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나를 불편하게 하면서 힘이 들었다.

점점 나의 목표는 깨어지면서 좀 더 도시적인 곳에서 나를 단련하고 싶었다.


마침 동경 대정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박사학위를 기다리는 분이 계셨다. 그 당시에는 박사학위를 받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나는 절에서 있었던 것 만으로 많은 수행과 일본 예법을 배운 것을 인정받았다.

일반인 들과의 대화에서 고야산의 이야기를 하면 예사롭게 생각지 않는다. 뭔가 일반인들과 다른 예를 갖추는 분도 있었다. 그때는 언어도 능숙하고 모양도 일본인이라고 믿고 있었다. 신간선에서 옆자리 애기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인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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