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를 때에는

by 이제은

어느 날 공자께서 계단을 오르고 있는 제자(制子)에게 물으셨다.


제자야, 계단을 오를 때에는 무슨 생각을 하느냐


저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언제 계단의 끝에 다다를 수 있는지

눈앞에 펼쳐진 계단들을 쉼 없이 세어보고

또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몸과 마음이 둘 다 바쁩니다.


매번 이 계단 하나만 오르면

이 고통도 금방 끝이 날 것이라

스스로를 달래며 참고 또 참고

간신히 계단을 오릅니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발바닥이 욱신거리기 시작할 때쯤

그냥 이쯤에서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유혹이 밀려와 주춤합니다.


그럴 때면 제 옆을 지나쳐 올라가는

다른 사람들의 굳센 뒷모습을 바라보거나

내려오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굳세면서도

평온한 기운이 내 안에도 샘물처럼 차올라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달래고

유혹을 물리치며 주위 사람들과 함께

불가능해 보였던 정상에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매우 의기양양해져

어깨엔 힘이 들어가고 코는 하늘 끝까지 높아집니다.

모든 것을 제 힘으로 혼자 해낸 것 같아

뿌듯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내가 이 계단들을 다 올라오는 순간까지

말없이 푸근하게 그저 나를 지켜봐 준

하늘의 마음이 느껴져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리고 세이런의 노래 같은 유혹 속에서

나를 이 정상까지 오도록 이끌어준

수많은 이들의 진주 같은 고귀함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개가 숙여집니다.


제자야, 계단을 오를 때에는 무슨 생각을 하느냐


제가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제가 이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지금껏 저를 무한한 사랑과 인내로

보살펴주고 지켜봐 준

모든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들의 희생과 배려, 그리고 친절함에

저는 매일 새로운 배움을 얻어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됨을 깨닫습니다.


제자야, 계단을 오를 때에는

스스로를 낮추거라


네 스승님,

계단을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깊이 성찰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나아가 내 안의 기쁨과 사랑을 베푸는

겸손한 마음, 즉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거듭 노려을 기울이겠습니다.




사진 - Unsplash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중에서 선한 것은 택하여 따르고,
선하지 않은 것은 이를 보고 나를 고쳐나간다.
- 〈술이〉


세 사람이 우연히 동행을 하는데 어떻게 매번 어김없이 한 사람은 착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악하겠는가? 군자가 동행할 때는 혹 세 사람이 모두 착하기도 하며, 도적의 무리가 동행할 때는 혹 세 사람이 모두 악하기도 한 법이다. 지금 여기에 반드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선을 받들려 하고 한 사람은 악을 집행하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이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른바 ‘나의 스승’(아사我師)이란 덕을 온전히 이룬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견문, 하나의 지식, 하나의 기예, 하나의 재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킨다. 선과 악이 함께 있다면 그 가운데 착한 점은 배우고, 허물은 반성하며 자신을 고쳐나가는 거울로 삼는다.
- 다산


세상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듯,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스승이 된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고전을 읽으며 그 안에 담긴 위대한 가르침들을 일상에 실천할 수 있는 시로 써보고자 합니다. 자칫 무겁고 고리타분할 수 있는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제자(制子)라는 상상 속의 인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제 이름에서 가져온 제(制)를 넣어 만든 제자가 고전 속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배움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윤제 작가님의 책들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