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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성일 Jun 11. 2022

멕시코 케레타로:  귀신 나오는 박물관

#멕시코괴담 #좋아하세요? #museocasadelazacatecana


어느덧 멕시코에서도 1년에 가장 뜨거운 시기라는 Canícula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를 방증하듯 요 근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 사는 지인들 인스타그램에도 수영장이니 바다니 계곡이니 사진이 하나둘씩 올라오는 것을 보니 한국도 여름의 초입에 다가섰나 보다.

여름 하면 시원한 먹거리며, 써머 페스티벌이며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흥미를 끄는 것은 괴담이 아닐까 싶다.


오늘의 이야기는 케레타로 귀신 나오는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

치정과 살인이 얽힌 이곳의 사연과,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정체불명의 그것에 대한 목격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직장인들이 퇴사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것 부동의 1위는 여행이라던데,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퇴사 후 1주일은 쉬고, 그다음에는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와야지라고 국내 멕시코 여행지를 찾아보다가 멕시코 과나후아토 주의 콜로니얼 양식의 아름다운 도시, San Miguel de Allende로 정했다.


가까운 거리에 공항이 없어 먼저 케레타로 공항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산 미겔 데 아옌데로 이동하기로 했다. 평일 아침 10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한창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릴 시간, 백수 소성일은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몇 번의 딜레이를 거쳐 케레타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열두 시 반. 미리 ETN 버스터미널 홈페이지에서 구입한 버스표는 4시 30분 출발이라 시간이 넉넉했다. 먼저 짐을 맡겨두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내가 사는 누에보 레온 주에서는 우버를 주로 썼는데 케레타로에서는 우버 기사가 많지 않은지 공항을 포함한 여러 곳에서 우버가 잡히지 않았다. 공항에서 버스터미널로 우버 앱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약 850페소 정도로 예상요금이 계산되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일반 택시보다는 싸겠지 하고 우버를 잡으려고 했으나 잡히지 않아 결국 공항을 나오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TAXI 오피스로 향했다.


근데 이게 웬 걸, 일반 택시가 우버보다 저렴했다. 공항에서 터미널까지 고정 금액 380페소로 우버보다 더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ETN 버스터미널 홈페이지 (https://etn.com.mx/)

온라인으로 미리 사는 것이 터미널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싸다. 앱도 있지만 2022년 6월 기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으므로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왕복승차권 비용은 홈페이지 구입 기준 13,900원 정도? 직접 사면 15,000원이 조금 넘는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려고 하니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단다

오기 전에 미리 전화로 물어봤을 때는 분명 캐리어를 맡아준다고 했는데? 하고 거듭 물어봤으나 안된다는 말에 결국 캐리어를 들고 케레타로 중심가로 향했다. 만약 나와 같은 루트로 산미겔 데 아옌데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 있다면 굳이 터미널을 들르지 않고 바로 중심가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ETN 터미널에서 CENTRO HISTORICO (케레타로에서 유명한 유적지는 여기에 다 모여있다)로 이동하게 되면 터미널 내에 TAXI AUTORIZADO라고 쓰여있는 곳을 찾아서 (ETN 승차권 판매하는 곳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나는 2시 30분쯤 CENTRO로 가서 4시에 다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하고, 왕복 300페소로 협의했다. 항상 타기 전에 미리 요금을 협상하는 것이 좋다.



비행기가 여러 번 연착되며 결국 케레타로 도착이 늦어져 CENTRO에서 둘러보려고 했던 유적지들 중 딱 한 곳밖에 둘러볼 여유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2-3곳 정도 되었는데, 이 중에서 딱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니, 아쉬웠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고 Museo casa la zacatecana를 골랐다.


Museo Casa de la Zacatecana (사카테카스인의 집 박물관) 입장료 60페소 사진 촬영 20페소 추가 요금 케레타로 중심지에 위치 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 전화번호 (+524422240758) 홈페이지 (http://www.museolazacatecana.com/)

https://goo.gl/maps/BAbwgryFUxbjS3qaA


지금은 박물관이 된 이곳에서는 식민지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예술품, 그림, 장식품, 가구 등의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멕시코는 물론, 당시 식민지배를 했던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 온 예술품, 심지어 동양의 불상과 병풍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술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비단 아름다운 예술품들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지금은 박물관이 된 콜로니얼 양식의 이 집에서 일어났던 치정과 살인에 대한 전설이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전설이라고 부르지만, 박물관 측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한 내용이 아직도 문서적으로 남아있다고 하니 실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19세기의 어느 날, 멕시코 중부 사카테카스 주 출신의 부부가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는 없었지만 부유했던 이 부부의 금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업무상의 이유로 남편이 자주 집을 비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당시 케레타로는 멕시코 시티로 광물을 운반하던 루트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는데, 남편이 그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어 출장이 잦아 아내를 홀로 두는 일이 많았다. 이 아내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카테카스 주 출신이라 흔히 Zacatecana, 즉 사카테카스인, 사카테카스 여자, 혹은 사카테카스 부인이라고 불렸다.


남편 없이 혼자 집을 지키던 사카테카스 부인이 여러 가지 구설에 시달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사카테카스 부인이 바람이 났다는 둥, 다른 남자가 있다는 둥, 사람들은 불륜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쉴 새 없이 입방아를 찧었다. 그게 사실이던 사실이지 않든 간에, 분명한 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 남편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자주 집에 오지는 못했지만 분명 출장이 끝나면 돌아왔다가, 얼마간 지내다 다시 떠나곤 했던 남편은 어느 순간엔가 말 그대로 사라져 아무도 그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카테카스 부인 역시 저잣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잔인하게 난도질 당해 살해된 사카테카스 부인의 이야기는 당시 사건을 조사하였던 경찰관에 의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잔인하게 살해된 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저잣거리에서 발견된 점으로 보아 개인적인 원한이 담긴 '복수'로 보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과연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전에 의하면 남편이 사라진 이유는 사카테카스 부인이 남편을 살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접 살해한 것이 아니라 하인 중 한 명을 꼬드겨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하인의 손을 빌어 죽였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중에 집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며 집도 여러 번 공사를 거쳤는데, 그러던 중 마구간에서 유골 2구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나는 남편으로 추정되는데, 나머지 한 명에 대한 것은 끝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한 구는 사카테카스 부인이 꼬드긴 하인이 아니겠냐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박물관 측에서는 남편을 살해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길 바랐던 사카테카스 부인이 하인이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며 방심해 있는 새 뒤에서 무거운 것으로 내려쳐 하인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같이 묻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유골을 재현한 사진; 두 구의 유골이 나란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을 믿는다 셈 쳤을 때, 사카테카스 부인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정말 남편 이외에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을 수도, 아니면 유망한 사업을 경영 중이었던 남편의 부를 독차지하기 위함 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최후는 비참했다. 사카테카스 부인이 잠이 든 사이, 지금은 전망대 (mirador)가 된 맨 꼭대기 층 창문으로 들어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살해되어 그 시신이 대로변에 버려졌으니 그 대가를 치른 셈이다. 사가테카스 부인 살해범은 끝끝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전망대가 된 mirador를 올라가는 영상


역사적인 기록과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이 결합되어 있는 이야기가 있는 이곳은 오컬트적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었으나 이곳에 거주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고 흰 그림자와 소음에 시달렸다고 한다.


현재 주인인 Lic. José Antonio Origel Aguayo가 매입하여 결국 박물관이 된 지금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체를 목격하고 불쾌한 소리를 흔히 듣는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박물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목격하고 들은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이 모든 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박물관 내에 전체적으로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예술품들이 옛날 생활양식에 따라 배치되어 있는 것이 마치 이 살인극이 어제 일어난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고 할까? 박물관 곳곳을 탐방하다 보면 내가 이 살인극에 잠시 초대된 방문객이라는 상상이 든다.  



대낮에 갔는데도 에어컨 시설 없이 실내가 서늘했다. 평일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다는 점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지 않았나 싶다. 그중 단연 가장 으스스한 곳들을 뽑자면, 건물 밖에서 바라보는 창문에 비치는 얼굴 형상이 보이는 스폿과 사카세타스 부인이 생활했다는 그녀의 방이 아닐까 싶다.  


아래의 사진 왼쪽 창문을 자세히 바라보면 마치 누군가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혹시 당신에게도 사람 얼굴의 형태가 보이는가?


박물관 내에 이 스폿이 정확히 표시가 되어있으며 안내문도 다음과 같이 세워져 있다.



"영혼"

뜰의 이 스폿에 서면 왼쪽 상단의 창문에 비치는 기묘한 착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왼쪽 망루에 비친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작은 얼굴이 보이는 것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엘 아니마 (영혼)이라고 부르는데 이 집에서 오늘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엔 사카테카스 부인의 방으로 가보자. 구전에 의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부인을 죽인 곳이 그녀의 침실일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방에 다다르기 전 문 위로 무수한 십자가들이 보인다.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십자가는 가까이에서 보면 예수님이 달리신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사카테카스 부인의 방에 들어서면 당시의 복장 양식을 재현해 놓은 인형이 보인다

(라고 설명하는데 아무래도 으스스함을 자아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 같다 무섭다)



방안에도 예수님 상이 여럿 있는데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예수님 상이 있다.


마침 사람이 없어 한가로웠던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멕시코 동남부 주, 미초아칸의 유명한 예수님 상의 레플리카라고 한다. 멕시코 미초아칸에 큰 지진이 있었는데, 똑바로 매달려있던 예수님 상이 그 지진 이후로 꼭 그 지진에 흔들린 것처럼 자세를 바꾸어 잡았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예수님 상은 그런 미신보다는 예수님의 크신 사랑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과연 이곳은 박물관측의 설명대로 실제 치정 살인극이 벌어졌던 무대이자 아직도 안식을 찾지 못한 남편 부인과 하인의 영혼이 머물고 있는 곳일까? 아니면 평범한 박물관에 흥미를 불어넣는 이야깃거리이자 일종의 마케팅일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정체불명의 그림자들에 대한 목격담과 기분 나쁜 소리들은 그들의 심리적 동요가 만들어낸 착각일까? 아니면 그 역시도 박물관 측의 유도적 진술담일까?



멕시코 케레타로: 귀신 나오는 박물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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