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시대, 어둠 속에서 찾은 평온

마음의 빛을 되찾다

by 온유
어둠 속 촛불 하나, 마음을 비추다 (Created with Adobe Firefly)

어릴 때는 ‘어둠’이 무서워 늘 엄마 옆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린 어느 순간, 나는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어둠 속에 머물거나 촛불을 고 명상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이 시간은 지난 시간 동안 고민하던 것을 내려놓는 시간이 되었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 누군가의 상처가 결국 나의 상처가 되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바쁜 시간 속에서 때로는 자신을 돌보기도 벅찼기에, 소중한 걸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둠 속의 촛불이 고장 났던 마음속에 새로운 빛을 밝혀 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이 시간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느끼며 자아를 성찰하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이러한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오래전부터 인류가 탐구해 온 방법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 중국, 인도, 그리스, 로마 제국에서는 수천 년 동안 자아 발견과 영적 깨달음을 위한 수행인 'Dark retreat'(어둠 수행)이 존재해 왔다. 이 수행은 티베트 불교에서 이어져 내려온 전통으로, 어둠 속에 머무르며 감각 자극을 차단함으로써 정신과 신체가 깊은 휴식과 재충전을 경험하고, 의식의 새로운 층위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전 세계 곳곳에 '어둠 수행' 센터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수행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심리학자 살리하 아프리디 박사는 "어둠 속에 있으면 뇌의 신경화학반응이 변화하여 통찰력과 자기 성찰, 존재감을 강화하고, 진정한 자아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비단 내가 어둠 속에서 둔했던 마음 한구석을 바라보며 성찰한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우리는 굳이 ‘어둠 수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밤의 고요 속에서 명상을 할 수 있다. 집에 도착해 모든 불을 끄고 조용한 음악을 틀거나, 스탠드 혹은 촛불 하나만 켜두고 깊게 호흡하는 것이다.


바쁘고 생각이 많을수록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곧 생각이 차분히 정리되면서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이 고요해질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바쁜 시간 속에서 둔화되었던 마음의 한 조각에 다시 빛을 비춤으로써 활성화시키는 시간인 것이다. 어쩌면 둔화가 되었던 만큼, 마음에 다시 빛을 비추어 활성화되어 가는 과정이 아플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 순간만 그 ‘빛’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단순한 ‘감정’으로만 느끼는 게 아닌 ‘깨달음’이기에 망각할 수 없고, 아프더라도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런 짧은 명상에서 모든 사람이 항상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어둠 속에 잠깐이라도 고요히 있는 시간은 생각을 정리시켜 준다. 그리고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 빈 공간이 생기기에, 이러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질수록 더 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비록 어둠이 무서운 사람들은 어둠과 친구가 되기 쉽진 않겠지만, 과부하로 번아웃을 겪는 것보단 어둠 속에서 평온함을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