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4: 신발장

신발장은 열망이다

by 보미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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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은 열망이다.


스물아홉에 영어 강사를 시작했다. 영어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늘 콤플렉스였다. 영국에서 TESOL 석사를 공부하고 싶었다. 목표가 분명해지자 삶의 기준도 또렷해졌다. 월급의 90%를 저축했고, 신발장에는 늘 같은 구두 한 켤레만 있었다. 사계절 내내 이마트에서 산 삼만 칠천원짜리 구두를 신고 어학원으로 출근했다. 한쪽 굽이 닳아 가도 매달 통장 앞자리가 바뀌는 것이 더 기뻤다.


그러던 어느 겨울, 오빠의 사업이 어려워졌고 나는 유학 자금으로 모아 둔 돈으로 빚을 먼저 갚았다. 영국 유학의 꿈은 그렇게 접어야 했다.


하지만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계속 어학원 강사로 일했고, 영어 비전공자라는 콤플렉스를 넘기 위해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해 영어를 전공했다. 결국 국내 대학원에서 TESOL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제 내 신발장에는 자전거 신발, 달리기 신발, 부츠, 샌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예전의 신발장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 절박한 열망이었다면, 지금의 신발장은 삶의 균형을 이루며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열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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