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을 다녀온 사람들 | ② 여행 스타트업 에디터 이지선
이 아티클은 <갑자기 워케이션>의 4화입니다.
② 여행 스타트업 에디터 이지선
✧ 워케이션 기본 정보
• 워케이션 시작 시기: 2020년
• 워케이션 평균 기간: 3박 4일
• 워케이션 유형: 개인
• 워케이션 지역: 서천, 제주도, 부산, 강릉, 거제
• 워케이션 장소: 주로 테이블이 있는 레지던스
• 워케이션 다녀온 횟수: 7번
② 여행 스타트업 에디터 이지선② 여행 스타트업 에디터 이지선
INTERVIEWER’S COMMENT
워케이션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경로를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회사를 다니며 종종 워케이션을 다니던 에디터 지선은 얼마 전 과감히 퇴사를 했다.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날 판교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지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시적 환기를 넘어 완전한 전환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를 보며 새로운 일의 방식과 다양한 삶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어 | 공장공장 양애진 콘텐츠 기획자
얼마 전 퇴사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 대학교 때 10개월 정도 남미부터 아프리카까지 세계 여행을 했었어요. 그 경험을 기반으로 여행 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후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생겨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여행 에디터로도 관련 경험을 쌓았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에도 회의감이 들었어요. 여행업계임였지만 생각보다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았죠. 이럴 바에는 내 일을 해야겠다 해서 며칠 전 퇴사를 하고 현재는 프리랜서 겸 예비 창업가로 일하고 있어요.
여행 업계라서 회사에서도 워케이션에 대해 호의적이었겠어요.
▶︎ 아니요. 워케이션은 회사랑 상관없이 완전히 제 개인적으로 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2020년에 서천에 한달살이를 갔을 때부터 워케이션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이직 과정에서 회사를 들어가기 전이었는데요. 해외에 물건 셀링하는 소규모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서 노트북 하나로 업무가 가능했어요. 그때는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도 없었고 ‘디지털 노마드’로 생각했어요.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는 2021년부터 조금씩 들렸던 것 같아요. 이직한 회사도 주 2회 재택근무를 하는 곳이라 그 후에도 종종 워케이션을 다녔고요.
지선이 생각하는 워케이션은 뭘까요?
▶︎ 음.. 여행지에서 일하는 것. 여행은 ‘내가 속한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일’이잖아요.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워케이션은 집이나 사무실처럼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 아닌 낯선 공간, 낯선 타지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워케이션을 자주 가는 이유는 여행을 가고 싶기 때문이에요. 여행만 할 수는 없으니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워케이션이 되는 거죠. 일과 여행의 비중을 잘 조율해야 해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
워케이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될까요. 아니면 별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 회사마다 되게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원격근무가 가능해야만 워케이션을 할 수 있어요. 이전 회사를 예로 들자면, 일단 업무 자체는 모두 집에서 해결할 수 있었어요. 구글 드라이브, 슬랙 등의 협업툴을 사용하다 보니 사실 굳이 회사에 있을 필요도 없었거든요. 다행히 제도적으로도 주 2회 지정된 요일에 재택근무가 가능했어요. 저희는 월, 화 재택이었는데요. 그래서 워케이션 일정을 짜기 수월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오늘은 태풍 오니까 재택근무해” 이런 식으로 날씨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되면 일정을 잡기가 힘들잖아요.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에 더해 스케줄을 예측 가능해야만 워케이션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월, 화 재택근무면 토일월화 워케이션 다녀오기 딱인데요?
▶︎ 맞아요. 그런데 나중에 이게 바뀌었어요. 화목은 재택근무, 월수금은 사무실 출근으로 바뀌게 되면서 기존에 제가 워케이션을 가던 루틴이 완전히 깨져버린 거죠. 사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이유도 커요.
퇴사의 이유가 되었군요. 그래도 주 2회 재택은 유지되고 있었잖아요.
▶︎ 개인적으로 월화 재택근무와 화목 재택근무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성향상 일을 하더라도 바다를 보면서, 산에 가서 하는 것을 즐겨요. 그래서 월화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제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3박 4일의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었어요. 여기에 휴가를 붙이게 되면 기간을 일주일로 확장할 수도 있었죠. 그 시간을 활용해서 워케이션을 가곤 했어요. 하지만 화목 재택근무로 제도가 바뀌게 되면서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회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져요. 월화 재택을 하게 되면 집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오히려 수요일에는 회사에 가고 싶어지거든요. 팀원들을 만나면 더 반갑고요. 그렇다 보니 회사 출근하는 일이 즐거워져요. 반면 하루 걸러 사무실과 재택을 반복하는 방식은 오히려 업무의 흐름이 깨져요.
워케이션 지역을 선정할 때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나요?
▶︎ 네. 제가 워낙 여행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장소를 가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워케이션을 갈 때도 남들이 안 가본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해요. 지난번에 여수에 갔을 때도 섬에 들어갔어요. 여수에 섬이 정말 많더라고요. 4박 5일 일정이었는데 2일은 여수, 3일을 금오도라는 섬에서 지냈어요. 관광객이 없어서 한적한 섬이었어요. 하필이면 섬에 들어가자마자 태풍이 오는 바람에 완전히 고립됐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웃음)
사무실 출근, 재택근무, 워케이션마다 업무 효율은 어떤가요?
▶︎ 사무실 출근을 100%이라고 하면 재택근무는 120~ 130%, 그리고 워케이션은 80%인 것 같아요. 확실히 업무 효율 측면에서는 재택근무가 생산성이 가장 높아요. 사실 회사에 가면 회의가 많잖아요. 옆에서 팀원들과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종종 잡담도 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업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현저히 적은 것 같아요. 반면 재택근무를 할 때는 업무 방해 요소가 적어요. 그뿐만 아니라 빨리 목표한 일을 끝내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하는 콘텐츠 제작 업무는 한 달 동안의 업무량이 예측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 정도만 하면 되겠다’라는 식의 계산을 할 수 있어서 업무량 조정이 더 수월한 편이에요. 그래서 집에서 일할 때는 보통 오전 시간에 하루치 일을 다 끝낸 후, 오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식으로 시간을 쓰죠. 그리고 워케이션은 솔직히 말해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 업무 효율이 더 높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떠나다 보니 여행자의 설렘도 있을뿐더러 여행지, 숙소 등 워케이션 가기 전에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해요. 처음에는 두루뭉술하게 ‘이거 해야지' 하고 갔었는데 요즘은 a1 a2 a3 우선순위에 업무를 분류해서 가는 편이에요.
진정한 워케이션은 일의 80%만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 정말 동의해요. 그런 의미에서 워케이션이 직원들에게 복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원격 근무는 업무 문화인데 워케이션은 복지잖아요. 원격 근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에서는 워케이션을 제도적으로 만들 것 같진 않아요. 원격 근무가 기본이 되어야 워케이션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다 같이 원격 근무를 하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회사에서 정착할 수 있는 문화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워케이션은 그냥 트렌드로 반짝하다가 사라질 키워드가 되겠죠. 특히나 요즘은 워케이션 단어가 유행하니까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것 같아요. 기존 워크숍인데 워케이션이라고 포장하는 식으로요. 만약 회사에서 워케이션을 단체로 간다면 저라면 안 갈 것 같아요. (웃음)
워케이션을 준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 사실 업무 공간을 찾는 일이 가장 힘들어요. 저는 보통 여행지를 먼저 선정한 후에 업무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편이에요. 한국은 카페에서 일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보니 카페를 많이 찾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카페에서 하루 종일 일하기는 쉽지 않아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서울과 달리 지역에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업무 할 수 있는 숙소를 찾는 편이에요. 업무 공간의 조건은 ‘적당한’ 높이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이에요. 최소한 의자와 테이블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거든요. 생각 외로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을 찾기 어려워요. 보통 테이블 유무 등 업무 환경은 숙소 세부내용에 굳이 표기해두는 정보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있더라고 테이블도 너무 작거나 동그랗다거나, 낮은 테이블이면 업무 하기 적당하지 않겠죠. 워케이션을 가고 싶어도 해당 지역에 일하기 좋은 공간이 있는지 없는지 등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실제로 제가 금오도를 갈 때도 섬 내 숙소와 관련된 블로그를 모두 찾아봤어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테이블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확인해가면서 숙소를 정했죠.
그리고 비용도 정말 중요해요. 요즘에 워케이션 숙소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건지 프리미엄으로 준비를 하는 건지 대부분 값비싼 호텔을 추천하더라고요. 그런 숙소들은 하루 이틀 정도면 모르겠지만 일주일 이상을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가성비 좋은 테이블이 있는 숙소를 위주로 알아보고 있어요. 앞으로 목표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워케이션 가이드북을 만드는 것이에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지도, 노마드맵
현재 운영하고 있는 <노마드맵>에서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이 채널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요?
▶︎ 몇 년 전부터 저도 소위 N잡러로 회사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주말에도 카페에 가서 작업하는 날이 많았는데요. 그때마다 일하기 좋은 카페를 찾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심지어 실제로 가봤더니 만족스럽지도 않은 곳도 많았고요. 그래서 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업무 하기 좋은 공간을 큐레이션하고 알려주고자 처음 노마드맵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니즈로부터 시작한 일인데 막상 시작해보니 사람들의 수요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창업을 해보려고 해요. 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우선 방향을 잡고 있어요. 초반에는 워케이션 관련 사업도 고민했었는데요. 워케이션은 현재 주목받는 트렌드 키워드라 생각해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디지털 노마드를 타깃으로 한 이유가 있나요?
▶︎ 저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면 원격 근무를 하는 직장인도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트북을 들고 자유롭게 일할 곳을 선택하는 삶을 산다면 해외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디지털 노마드인 거죠. 어떤 사람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음에도 자신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노마드맵과 가이드북을 통해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확장하고 싶어요. 나아가 한국이 디지털 노마드 친화적인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은 해외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서 인기가 엄청 많거든요. 반면 한국은 위치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완전히 디지털 노마드들의 관심 밖에 있는 나라예요.
한국에서 유독 디지털 노마드 문화가 확산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 사실 IT 강국인 한국은 디지털 노마드를 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원격 근무에 대한 기업의 부정적인 시선이 큰 장애물이에요. 돌이켜보면 코로나 이전만 해도 원격근무 개념을 도입한 회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잖아요. 하지만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디지털 전환을 하더라도 경영진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원격근무는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하지만 경영진들은 직원들이 계속 자리에 앉아있기를 원해요. 그래서 이전 회사는 슬랙에서도 즉각적인 답변을 원했어요. 그렇다 보니 워케이션을 할 때도 항시 슬랙에 로그인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이동 중에도 핸드폰 앱으로라도 계속 켜 두면서 상시 확인했어요. 이런 문화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업무 툴을 디지털로 전환하더라도 변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원격근무가 가능한 세상
미래에 일의 방식은 어떻게 바뀔까요.
▶︎ 원격 근무가 더 많은 직군으로 확장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에 따라 디지털노마드도 많아질 거고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회사는 점차 도태될 거라는 생각도 더욱 확실해졌어요. 젊은 사람들도 가지 않을 거예요. 특히 국개 재난 수준이었던 코로나 때 원격근무를 안 한 회사들은 앞으로도 영영 하지 않겠다는 뜻이잖아요. 원격근무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요. 아직은 과도기다 보니 어영부영 넘어가고 있지만 다음 이직할 때는 분명 재택근무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거예요. 그때가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를 끌어와야 하니까 복지 차원으로 워케이션을 넣게 되겠죠. 그래서 이제는 정말 디지털 노마드들의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퇴사하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 확실히 삶의 질이 진짜 올라가는 것 같아요. 저는 쓸데없는 데 시간 쓰는 걸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웃음) 여행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영상도 만들어야 하고 블로그도 써야 해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쓸데없이 시간을 정말 많이 쓴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회사는 끊임없이 직원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비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시스템화할 수 있는 부분도 굳이 손수 작업하게끔 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일을 굳이 만들어서 줄 때가 있었어요. ‘이런 목표를 위해 이 일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너 지금 할 거 없지? 이거 해’하는 식이죠. 그런 상황들을 견디기 어려웠어요. 제가 경기도민이라 출퇴근 시간도 너무 아까웠고요. 지금은 여유 시간이 많이 늘어나서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프리랜서로 콘텐츠 마케터 일을 하면서 노마드맵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오랫동안 운영해온 블로그 제휴 등을 통해 꾸준히 근로 외 소득도 벌고 있고요. 요즘은 돈 버는 방식이 정말 다양해지다 보니 평생 직업 개념은 이제 사라졌다고 봐요.
듣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들이 더 일찍 회사를 나오는 것 같아요.
▶︎ 맞아요. 시간의 중요성을 더 인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야근을 용서할 수 없어요. (웃음) 8시간이 지나면 ‘오늘 난 끝!’하고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회사에서 하는 일이 되게 가치 있고 제 성장을 돕는 일이면 야근할 수 있겠죠. 스스로 배울 점이 있다고 느낄 때는 열과 성을 다해 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느낀 시점부터는 야근을 하게 되면 화가 나죠. 다행히 기본 N잡러를 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나와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더 빨리 뛰쳐나온다고 생각해요.
만약 다시 회사에 들어간다면 그때는 무조건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곳으로 생각 중인가요?
▶︎ 네. 주 5일 출퇴근하는 삶은 이제 못 살겠다 생각을 해요. 아마 코로나 기점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느꼈을 것 같아요.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경험’을 한 거죠. 재택근무를 했을 때 아침 점심 저녁 먹는 시간을 내가 조정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통제감’을 너무 기분 좋게 느낀 것 같아요.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랄까요.
미래의 다양한 삶을 앞당기기 위해
앞으로의 계획은 뭐예요?
▶︎ 개인적으로는 노마드맵을 통해서 더 많은 디지털 노마드이 로컬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로컬에서 지냈을 때 서울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거든요. 교통도 불편하고 시설도 없지만 그곳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자립심과 자신감을 기르는 데도 많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아가 노마드맵에서 소개하는 공간(지역)들이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특정 공간을 계속 방문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을 때 결국은 사람이더라고요. 사람들을 연결해야 여러 번 재방문하는 공간과 지역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들과 함께 카페에서 일하고, 함께 워케이션을 다니는 장을 만들어 보려고요. 정보를 주며 허들을 낮추고, 사람을 연결해 지속성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원격 근무는 단순히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사회에서 소위 표준이라고 여겨지는 일정표를 벗어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표준적인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거죠. 사람들이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고 좀 더 자유롭게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마드맵을 통해 그런 세상을 앞당기고 싶어요.
✧ <갑자기 워케이션> 시리즈
코로나 이후 유연 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과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이 결합하여 탄생한 혼종의 단어, 워케이션. 완전한 일도 완전한 휴가도 아닌 일의 방식은 도대체 왜 뜨고 있는 걸까? 워케이션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일의 미래일까,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일까? 뉴노멀시대에 어쩌면 이미 다가온 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