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살면서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이 있다. 길 건너편의 모로코 여성, 택배를 건네주던 라틴아메리카계 남성, 거리의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중국인 부부. 처음엔 이민자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나와는 다른 삶, 다른 이야기.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다름이 조금씩 겹쳐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곳에서 그들과 다를 바 없다. 어리숙해 보이고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낯설고 때로는 싫었다. 한국에선 그저 평범했던 내가 여기선 자꾸만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닌데도 괜히 부끄러웠다. 스스로를 감추고 싶은 순간들이 생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러워졌다. 언젠가 친구가 "여기 오래 살면 괜찮아져?"라고 물었을 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아진다기보다는 그냥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을 땐 이민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거리를 지나치며 몇 초간 마주치는 낯선 얼굴들, 지하철에서 다른 언어로 통화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는지, 무엇이 어려운지, 궁금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 자리가 너무 당연해서 누군가의 낯섦을 상상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누군가의 다름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우리도 언제든, 어디서든 경계 밖에 서게 될 수 있다는 걸. 꼭 다른 나라에 있어야만 그런 자리에 놓이는 것도 아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나만 혼자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누구나 이방인이 된다.
뉴스에서는 이민자들의 범죄 소식이 자주 흘러나오고, 정치인들은 이민자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한쪽에선 이들을 위한 정책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거리 한편에선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 그렇게 보도되고 소비되는 장면들 속에서, 나는 종종 그 시선 안에 나를 겹쳐 보게 된다. 누구나 이방인이 될 수 있다. 내게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 자신이 언젠가 낯선 자리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조금은 더 부드럽게 서로를 지나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