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e Heart」를 듣고
https://www.youtube.com/watch?v=_cHWh6L7Oj0
2년 전, 영화와 책을 보고 쓴 서평을 모아 책을 만든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음악’과 ‘문장’을 주제 삼아 글을 써보고자 한다. 음악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힘, 우리 모두를 아우르는 힘이다. 언어, 생김새, 자라온 환경, 가치관, 심지어 종교가 달라도 상관없다. 음악은 그 모든 차이를 초월하여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에게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냉철한 인간이라도 영혼을 지닌 존재라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처럼 영혼을 만지는 작업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영혼을 만진다는 건 생각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다. 기도하며 묵상을 통해 신과 교통 하는 것, 자기 계발로 지성을 채우는 것, 예술을 향유하며 메마른 감정을 매만지는 것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런 활동이 부재한다면 인간의 삶은 서서히 메말라간다. 인간은 3대 욕구 (식욕, 수면욕, 배설욕)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면, 영혼을 돌보는 행위는 정신적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나는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OST인 「Brave Heart」에 깊이 빠져 있다. 이 곡은 일렉 기타의 힘찬 전주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특히 다른 디지몬과 달리 진화가 느렸던 파닥몬이 마침내 엔젤몬으로 진화하는 극적인 장면에 이 노래가 쓰이면서 레전드 중 레전드 노래로 기억되고 있다.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았다면 할 수 있어
한숨은 패배자의 몫인 거야 너는 다르잖아
그 누구도 대신 못할 너의 일이야
푸르른 이 별과 또 다른 세상까지도 지켜줘
날아 봐 높은 바람이 불 때
대답해 꿈이 너를 부를 때
모든 게 너의 마음에 달려 있어
때로는 너도 잊고 있지만
너는 충분히 강하단 걸
너의 맘 속에서 잠들어 있던 용기를 보여줘
Show me your brave heart
우리가 마주한 사회는 참으로 차갑고 각박하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나의 존재 가치를 실력으로 입증해 보여야만 한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 좋은 자리를 꿰차면 그만인가? 아니다.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더욱더 커지는 프로젝트의 스케일과 쳐내도 끝없이 밀려오는 일들 속에 지쳐갈 뿐이다. 그리고 회사는 효율을 위해 인간을 수치화하여 냉정하게 평가한다. 영혼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이 노래는 나에게 한 줄기 구원 같은 위로가 된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지금 나에게 격려가 되는 말들을 타인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준다. 때로는 나도 있고 있었던 나의 강한 모습, 이루고 싶었던 소중한 꿈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 희망 없고 메마른 사회이기에 이런 노래가 더욱더 빛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운동을 하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애니메이션 노래를 듣곤 했다. ‘여기까지 할까?’, ‘이젠 한계다’ 싶어 주저앉고 싶은 순간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 놀랍게도 다시 뛸 힘이 생겼다. 노래가 단순히 정서적인 위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지 실감한다.
동시에 나는 과연 그 말의 힘을 올바르게 믿고 사용하는 사람인지 묻게 된다. 사실 나는 주변의 기대보다 훨씬 부정적이고 우울한 면이 많은 사람이다. 불안도가 높고 걱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나의 일은 물론 가족들과 친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격려보다는 걱정 섞인 말들을 먼저 내뱉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말의 힘을 믿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줘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나의 날 선 걱정 한마디보다 희망찬 격려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하고, 무엇보다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에서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이 애니메이션 주제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지친 누군가의 영혼에 힘찬 기타 전주 같은 설렘을 주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문장을 건네주는 사람. 각박한 세상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그야말로 ‘용감한 마음(Brave Heart)’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