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해답-1) 지금 미국 의회는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법 개정 논의 중
"마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부산 사투리 "마! 가!"가 갑자기 생각났다.
"마"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상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질 때면 들을 수 있는 말로 "인마" 또는 "야"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나저나 트럼프 대통령을 생각하면 '마가'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말 한번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도 유럽 사람들이 프로젝트 명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는 생각을 했었다. 프로젝트 이름도 이름이지만 단어의 머리글자만 딴 두문자(Acronym)도 입에 착 달라붙어서, 말하거나 기억하기에도 쉬웠다. 예를 들면, 당시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소페라(SHOPERA, Energy Efficient Safe SHip OPERA)' 프로젝트로 불렀는데, '오페라'와 유사하게 잘 지어서 "소페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다른 분야 연구를 하는 사람들도 그 프로젝트 이름을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프로젝트 홍보에도 그만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좀 더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최근에 한국에서 조선산업이 이렇게 주목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7년 말에 발생한 IMF 사태에서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엄청난 금액의 선박 대금을 달러로 받음으로써 국가 경제 위기 극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물론 외환위기 상황에서 환율이 폭등한 것이 오히려 조선소에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었다. 참고로 1997년 연초 환율이 842원이었으나, IMF 사태 이후 2배 이상 폭등했었다(한때 1,964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이 시기에 조선소들은 과감한 설비 투자와 인력 확충 등에 나서면서 한국의 조선산업은 한동안 황금기를 누리며 국가 전략산업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2000년 대에 들어서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내내 조선 수주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조선 강국'으로 우뚝 선다. 이러한 조선산업의 황금기에는 알래스카 인근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 사고(1989년)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2007년) 등에 따른 단일선체(single hull) 유조선의 퇴출과 이중선체(double hull) 규제의 강제화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0년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우리를 제치고 수주 1위로 올라선 이후 현재까지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조선산업은 핸드폰,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가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산업들의 성장 속에서 관심을 잃어갔다.
쓸데없는 말과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우리나라 정부가 올해 7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을 만든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통해 미국 내 조선산업을 재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프로젝트 제안 총액은 약 1,500억 달러(한화 약 200조 원)로 한국 조선사와 금융기관의 투자 및 대출, 그리고 한국 정부의 정책 금융 지원을 통해 조달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이 대출과 보증을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미국 내 조선소 신설 및 시설 현대화 등 인프라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미국은 한국의 선박 설계 및 건조 기술을 통해 자국 조선산업 재건과 공급망을 확보하고, 한국은 미국 시장 진출과 방산 및 특수선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협력은 군함의 유지·보수·정비, 즉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와 같은 안보 측면의 협력과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현재 개정 논의되고 있는 미국 법률 2개를 알 필요가 있다.
이 법들은 모두 미국 조선산업 보호의 핵심 법률로서, 미국 산업과 국방의 상호 보완과 보호를 위해 제정되었다.
첫 번째는 존스법(Jones Act)이다.
이 법은 1920년에 제정된 미국 상선법으로, 미국 내 항구 간의 화물 운송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한 선박이어야 하며, 선원의 과반수가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미국 내 해상화물 운송을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에 한정함으로써 외국 선박의 진입을 막아 미국 조선산업에 일종의 독점적 보호막을 제공하여 미국의 조선 및 해운 산업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높은 인건비와 생산비용, 그리고 숙련된 인력 부족 문제와 맞물려 미국 조선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키키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선박가격(선가)은 아시아 국가 대비 5배까지 높으며, 생산 기간도 훨씬 길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존스법은 미국 내 조선 및 해운 산업의 단기 보호에는 기여했으나, 장기적으로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저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째는 반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이다.
이 법은 1936년에 제정된 법으로, 미국 해군 함정의 건조와 MRO를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해군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만들어진 법으로, 미국 해군 함정의 기술 보안을 강화하고 외국 조선소가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유지보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조선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유지 및 확대해 국가 경제와 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법에 따라 외국 조선소가 미국 함정을 수주 및 건조하려면 미국 내에 조선소를 직접 보유해야 하며,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반스-톨레프슨법도 존스법과 더불어 미국 조선산업 보호의 중심축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더욱이 미국 함정의 노후화와 함께 중국 해군력이 조선 및 군수 산업의 발전과 함께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후화된 함정을 보수하고 부족한 함정을 신속하게 확보해야 하는 데 거꾸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이 두 개의 법률 개정안이 현재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2025년 들어,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규제 완화 및 예외 조항 도입과 같은 법률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존스법 개정 관련하여 미국 의회는 한국산 선박에 대한 관세 인하와 미국 내 운항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검토 중이며, 일부 의원들이 미국 산업 보호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 두 가지 목표를 균형있게 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및 해운업계, 노동조합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조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반스-톨레프슨법 개정안도 미국 내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시 동맹국 기업에 대한 예외 적용 확대를 내용으로 여러 위원회에서 심의되고 있으며, 특히 국방 위원회 중심으로 국가 안보 논리를 토대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양 법안 모두 아직 최종 통과 전이지만, 한미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 확대 필요성으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 내 일부 완화 조치가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
조선산업의 주도권은 세월을 거쳐 유럽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현재 한국은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뒤지지만 LNG 선박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여전히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상황에서 미국 조선산업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는 오히려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갑작스런 관계 개선은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조선산업도 친환경·디지털화라는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선박 핵심 기자재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크루즈, 쇄빙선 등 특수선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인 유럽, 그리고 친환경 및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도 진행 중이다.
신중하고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