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함 해 보입시더!

(캘리그라피-2) 나는 여전히 최동원의 팬이다

by 신미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터가 있었다. 그 공터에서 동네 아이들이랑 딱지치기, 구슬치기, 심지어 자치기까지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부르실 때까지 놀았다. 겨울에 손이 부르터서 갈라진 살갗에서 피가 날 때까지 놀았다.


공터가 생각보다 넓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야구를 즐겨했다.

처음에는 야구 글러브가 없어, 야구 할 때마다 형의 왼손잡이 글러브를 들고 나가 억지로 왼손에 끼고 야구를 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우셨던지 어느 날 아버지가 오른손잡이 글러브를 사 가지고 오셨다. 그 날, 난 너무 기쁜 나머지 새 글러브를 머리맡에 두고 잤다.


나는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연고지가 내가 태어난 곳이라서 팬이 된 것도 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동원 투수가 뛰는 구단이라서 팬이 된 것도 있었다. 머 "그게 그거지."라고 말해도 할 수 없기는 하다. 지금도 야구 시즌이면 생각 날 때마다 경기 상황이나 결과를 확인하곤 한다. 얼마 전에 둘째 딸과 함께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보러 갔다. 마지막으로 야구장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다. 아무튼 응원하러 스케치북과 매직까지 들고 갔다. "조류더비: 갈매기 vs. 독수리"라는 문구에 옆에서 함께 응원하던 사람들이 웃었다.


주말에 TV로 야구를 보다가 그 날이 최동원 메모리얼데이 경기인 것을 알았다.

잠시 잊었던 그 이름 '최동원'이 떠 올랐다. 故 최동원 선수가 세상을 떠난 날의 하루 전(9월 13일)에 열리는 14주기 추모행사였다. 자이언츠 팬이고, 사직구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경기장 앞에 최동원 선수가 멋진 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는 동상이 있는 것을 안다. 애국가는 최동원 유소년야구단 소속 초등학생이 불렀고, 시구와 시타는 최동원 선수의 모교 야구부 선수들이 맡았다. 벌써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니...


최동원 선수(1958.5.24.~2011.9.14.)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투수다.

1983년 프로야구 입단한 바로 다음 해인 1984년에 51경기 출전하여 14경기 완투, 27승, 223개 탈삼진, 2점대 평균자책점 등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그 해 최우수 선수상, 다승왕, 탈삼진왕을 차지했다. 그의 등번호 11번은 자이언츠 구단의 영구결번으로 남아 있다.


그는 몸이 혹사될 정도의 강행군을 이겨낸 "무쇠팔"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나는 이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선수로 뛴 아마추어와 프로구단에서 좀 더 관리를 잘 했더라면, 그는 어쩌면 지금도 우리 곁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1984년 삼성 라이온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4승 3패로 우승하게 되는데, 그는 7경기 중 5경기에 등판하여 4번의 완투, 3번의 완투승, 1번의 완봉승을 기록했다. 한국 역사상 투수 한 명이 4번의 완투와 4승을 따낸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기기는 했지만...


"마, 함 해 보입시더."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자이언츠 선발투수진은 상대팀 투수진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했다. 이에 자이언츠 감독은 미팅 자리에서 "동원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1, 3, 5, 7차전 선발을 부탁한다. 바로 그 때 그가 한 말이 바로 "네. 알겠심더. 마, 함 해 보입시더."이다. 그리고 마지막 7차전, 마지막 선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구단에 첫 우승을 선물했다. 이 부분을 좀 더 알고 싶으면 그를 모티브로 한 영화 <퍼팩트 게임(2011년)>을 보기 바란다. 참고로 "마, 함 해 보입시더"는 굳이 번역하자면, "그냥 한번 해 봅시다." 정도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혹사에도 불구하고 그는 투혼과 책임감으로 여전히 많은 팬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2011년 세상을 떠나기 전 한 인터뷰에서 "결국, 한국 프로야구의 별이 되지 않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별은 하늘이만 떠 있는다고 별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길을 밝혀주고, 꿈이 돼줘야 그게 진짜 별이에요. (중략) 이젠 그냥 '최동원'이란 이름 석 자가 빛나는 별이 아니라, 젊었을 때 나처럼 별을 쫓는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그런 별이 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갑작스런 신문사 요청으로 지난 주말 북극항로 관련 기고문을 적은 일이 있다.

금요일 요청이 왔는데, 화요일 오전까지 넘겨야 하는 일정이었다.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딱 떠오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요청할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조금 아는 바도 있고, 이번 기회에 공부한다면 이 부분을 좀 더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조사와 함께 글쓰기에 매달렸다. 화요일 오전까지라지만, 월요일에 다른 일도 있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어서 무조건 주말에 초안을 마무리한다는 마음으로 매달렸다.

이번 결정에도 역시나 그의 말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마, 함 해 보입시더."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최동원 선수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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