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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신동일의 2025년

by 신동일

2025년12월20일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페페의 꿈>을 마지막으로 2025년 제 공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올해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말까지 시간 여유가 좀 생겨서 한 해 정리를 제 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5년에도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는데, 새 작품보다 재 공연과 수정 작업 등이 많아서 분류해 보니 신작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블로그에는 2007년부터 정리를 했고, 브런치를 시작한 뒤 브런치에도 동시에 게재하고 있는데,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곡가 신동일의 2025년


1. 달빛 쓸쓸한 밤

1.21. 메조-소프라노 김민지 독창회 (반포 심산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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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KBS FM 신작가곡으로 처음 소개됐던 가곡 <달빛 쓸쓸한 밤>(장미숙 작시, 신동일 작곡)은 2006년 <FM신작가곡의 향연> 음악회에서 현악합주 반주로 초연된 이후로 연주되지 않았었는데, 유투브에서 이 노래를 접한 메조-소프라노 김민지 선생님이 2024년 이 노래를 다시 연주했고, 2025년 자신의 독창회에서 또 다시 무대에 올려주셨습니다. 2005년 연주는 일정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지만, 잠자고 있던 노래를 다시 살려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2. 작곡가의 방 – 신동일

4.8. 대학로 예술가의 집 (아창제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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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O한국창작음악제에서 몇 년 전부터 작곡가의 음악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꾸준히 이어 오고 있는 “작곡가의 방”에 초대되어 제 음악을 소개하고 활동해 온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었습니다. 이 행사는 대체로 작곡가와 작곡 전공자들, 음악학자 등 전문가들이 모여 작곡가의 기법이나 미학 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이어져왔는데, 활동 영역이 좀 달랐던 제 순서에는 일반 관객도 오시고 좀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어, 다른 작곡가들의 순서와는 다른 면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늘 스스로 강의에 적합하지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부담을 많이 갖고 준비를 했는데, 현장에서는 그런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나 싶었고, 찾아주신 작곡가 선생님들도 응원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3. 피아노와 현악4중주를 위한 콘체르티노 <어랑타령>

4.22. 한국피아노학회 강원지부 제11회 정기연주회 “피아노 소협주곡 II in 춘천”

(춘천교육대학교 집현관 오남오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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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아노학회(이사장: 장혜원)와 2022년부터 개발해 온 피아노와 현악4중주를 위한 콘체르티노(소협주곡) 시리즈는 2024년말까지 많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여러분이 참여해 주신 가운데 100곡을 선보였고, 올해는 악보 출판 등 작품 활용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이 준비되고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국피아노학회 본부 사업과 별도로 한국피아노학회 강원지부(지부장: 임효선)에서 추가로 위촉을 받아 피아노와 현악4중주를 위한 <어랑 타령>를, 한국피아노학회 강원지부 제11회 정기연주회 새롭게 발표했습니다. 이후 피아니스트 임효선 선생님 제안으로 개작 제안을 받아 <어랑 타령>을 2가지 추가 버전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4. 안중근의사 음악연가 <하얼빈의 열하루>

6.12. 충청북도중원교육문화원 공연장 (2회 공연)

6.13.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대공연장 (2회 공연)

11.26. 경기국악원 국악당 (2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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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는 2021년 초연했던 안중근의사 음악연가(連歌) <하얼빈의 열하루>(신동일 작곡, 조정일 작)를 초연 이후에도 꾸준히 매년 연주를 해 오고 있습니다. 2025년은 광복80주년 기념음악회로 좀 더 의미 있게 무대에 올리고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여러 차례 공연을 했고, 11월26알 경기국악원 국악당 공연으로 오랜만에 일반 관객들과 만나는 무대를 다시 마련했습니다. 꾸준히 작품을 살려주고 계신 데 대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5. 어린이건강뮤지컬 <반짝반짝 페리오>

6.4. 한성유치원

6.30. 영풍초등학교

9.3. 인제 하늘내린센터 외 다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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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과 음악극창작집단 톰방이 함께 만들어온 어린이건강뮤지컬 <반짝반짝 페리오>가 2025년에도 6월 초 한성유치원 공연을 시작으로 유지원, 초등학교, 어린이집, 지방 문예회관 등을 찾아 20여회 공연을 했습니다. 어린이들의 호응도 좋고 선생님들도 만족해하는 의미 있는 공연입니다.



6. 클래식 동화 <페페의 꿈>

6.21. 양주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2회 공연)

8.2. 제주아트센터 (2회 공연)

8.8. 완주향토문화예술회관 (2회 공연)

8.16. 양구문화복지센터 공연장 (2회 공연)

8.30. 대구 서구문화회관 공연장 (2회 공연)

12.20. 서초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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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명의 배우와 피아니스트로 시작한 <페페의 꿈>이 이제는 5명의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공연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Full Orchestra 버전과 Chamber 버전 등 2가지 규모로 공연되고 있는데, 2025년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으로 총 5개 지역에서 공연하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오랜만에 제주도 공연도 하게 되었는데, 제주아트센터 공연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12월에는 서초문화예술회관의 금요음악회 시리즈에 초청받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7. 클래식환경뮤지컬 <아이 스웨어>

7.19. 안양아트센터 수리홀 (2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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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군포아트센터에서 초연했던 클래식환경뮤지컬 <아이 스웨어>도 매년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3년 초연 이후, 2024년에는 좀 더 본격적인 뮤지컬 포맷으로 수정했고, 이야기도 많이 정리가 되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꽤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는데,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낮아 공연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8. 오페라 <맥>

8.22.~23. KT&G상상마당 춘천 야외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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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의 신화>라는 제목으로 2023년 쇼케이스와 2024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 형태로 선보였던 오페라 <맥>(신동일 작곡, 김정훈 대본)이 2025년 드디어 온전한 모습으로 초연되었습니다. 2024년 연주 이후에도 몇 장면 수정, 몇 장면 추가 등 수정 작업이 있었습니다. 초연은 춘천오페라페스티벌 메인 작품으로 선보였고, 관객들의 큰 호응으로 꾸준히 공연할 동력을 얻었습니다. 2026년 공연을 위한 몇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작품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9. 국악앙상블 <꽃이 피면>

9.17. 화성시국악단 창작음악 프로젝트 II <화음 – 화성을 연주하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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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국악단(예술감독: 김현섭) 위촉으로 국악실내악곡 <꽃이 피면>을 발표했습니다. 대금, 피리, 해금, 2대의 25현 가야금과 장구를 위한 작품으로 밝고 따뜻한 작품입니다. 화성시를 “꽃의 마을”로 해석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뜻으로 작곡했고, 좋은 연주와 좋은 반응으로 의미 있는 초연 기회를 가졌습니다.



10.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쾌지나 칭칭>

9.20. 유연주&이지희 Collaboration (나무사이로 석운점)

10.25. 음악적 DNA (통의동 클래식)

11.7. 음악회 “세계를 걷다” (서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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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주곡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쾌지나 칭칭>이 2025년 다시 연주되었습니다. 1997년 한국 초연 당시 피아노를 맡았던 이지희 피아니스트와 새로 만난 유연주 바이올리니스트가 올해 3차례 연주를 가졌습니다. 제게 익숙한 이지희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전혀 새로운 느낌의 유연주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묘한 음악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에서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2중주 개념이라 피아노 난이도가 다소 높긴 한데, 연주 효과가 좋고 관객들이 만족해 하는 작품이라 더 많이 연주되면 좋겠습니다. 이지희 피아니스트와 이소진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로 음원도 발매되어 있습니다.



11. 천안아산마을합창단 창단연주회 – 신동일의 가요 편곡 <빈대떡 신사>, <사랑했지만>, <혼자사랑>

9.28. 천안박물관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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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마을합창단 창단연주회에서 제가 오래 전에 작업했던 가요 편곡 3곡이 연주되었습니다.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초창기부터 단원으로 활동하셨던 이경숙 님이 지휘자로 부임하셔서, 제가 음악이 있는 마을과 함께 작업했던 3곡을 창단연주회 프로그램에 넣어주셨습니다.

<빈대떡 신사>는 1997년 음악이 있는 마을 창단연주회에서 가장 파격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이후 아마추어 합창단이나 대학 합창수업에서도 다룬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고 김광석 레퍼토리 중 하나였던 <사랑했지만>도 <빈대떡 신사>와 함께 초연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고, <혼자사랑>은 음악이 있는 마을 음악감독이시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하셨던 이건용 선생님의 대중적인 노래를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입니다.

천안아산마을합창단 창단연주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응원드리고 앞으로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12. 춤바람 분데이

10.30~11.2.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5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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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단한 호응을 얻었으나 마지막 날 공연 사고(다행히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로 불운하게 막을 내렸던 국립부산국악원의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가 기적 같이 살아났습니다.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재공연을 위해 단원들의 상담 프로그램 제공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작품을 다시 살려내주셨습니다. 초연 당시 사고를 유발했던 플라잉 연기를 제외했고, 음악, 안무, 연출 등 종합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선보이게 되었고, 거의 전석 매진,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으로 레퍼토리 공연으로서의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여겨집니다. 2026년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13. 서울*오르페오

12.5.~6.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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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서울오페라앙상블(대표: 장수동)의 제안으로 국악기를 추가한 편곡 작업을 했던 클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번안 오페라가 다시 공연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오르페오 – 그 영혼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공연했었는데(당시에는 극장이 너무 작아서 연주자들이 2층 객석에서 연주했습니다), 올해는 오페스트라 피트를 마련할 수 있는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서울*오르페오>라는 제목으로, 진짜 오페라처럼 공연했습니다. 몇 장면 수정, 몇 장면 추가 편곡이 이루어졌고, 작업 과정이 좀 복잡해서 어렵게 마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크 오페라에 국악기가 함께 연주한다는 게 좀 넌센스라고 생각되고 회의적인 입장으로 작업했는데, 뜻밖에 여러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많이 얻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느낌을 얻기도 했습니다. 기왕 시작한 김에 본고장에도 선보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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