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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로(현대 로맨스)를 쓰는 웹소설 작가입니다.
체감상으로는 상업작가로 데뷔한 지도 어제의 일처럼 또렷한데, 돌이켜보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 제 곁을 지나쳐 갔더군요. 글이 거침없이 써지는 날에도, 한 문장 앞에서 머뭇대던 날에도, 저는 늘 같은 자리에서 책상 위의 빈 화면을 채워 왔습니다.
글을 취미로 쓰고 즐긴다면 그건 정말 좋은 취미입니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음주 가무처럼 소모적인 것도 아니며, 특별한 장소나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거든요. 그저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취미 중 하나죠.
하지만 막상,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
명예를 얻겠다.
작가로서 이름을 남기겠다.
마음먹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때부터 창작은 '노가다'에 가까운 사투(死鬪)로 변모하니깐요.
혹시 '산고(産苦)의 고통'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작가를 하는 동안 일상생활을 n 년 동안 포기하고 마감에 쫓겨 철야를 반복하며 몸을 혹사하는 생활을 오래 지속하다 보면, 단명을 걱정할 정도로 혹독한 작업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딱히 출퇴근이라는 것도 없이 종일 의자에 붙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은 몸을 송두리째 갉아먹으니깐요.
시력 저하로 답답한 안경을 쓰게 되고. 점점 나빠지는 시야로 거북목은 기본이요. 거기다 허리와 목 디스크를 득템 하게 되고, 터널증후군과 관절염은 만성적인 동반자가 되어 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창작을 하기에 정신적인 고통은 더 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같은 글을 100번 이상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를 100번 이상 시청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웹소설의 기본 분량은 장편입니다. 일정한 글자수를 분절해서 장기간 연재를 하기 때문입니다.
소설 한 편 분량이 장편 종이책 5권 분량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분량 전체를 100차례 보는 것입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웹소설 작가도 퇴고를 수시로 하는 작가들은 같은 문장을 수백 번 반복하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피 말리는 정밀함으로 가다듬습니다. 이러한 집요한 반복 과정을 통해서만 오류를 없애고 전달력을 높일 수 있으니깐요. 완고, 탈고 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최소 3회 이상 교정'을 거치는데, 이 '3교' 과정은 별도입니다.
애정과 열정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상업작가는 이 방식으로 살아가기에 몸이 좋을 리 없습니다. 한가하게 즐기며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은 절대 아니라는 뜻입니다.
과거 문학계에서 웹소설 작가를 '스낵컬처 생산자'라고 하위문화 취급했던 편협한 시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웹소설 작가의 현주소는, IP(지적 재산권) 산업에 원천 서사를 창조하는 직군이며, 한 편의 이야기가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수십 가지 형태로 확장되는 웹 콘텐츠 생태계의 기점이자, 새로운 문화산업을 움직이는 실질적 창작자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돈을 잘 버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상업작가들 명예의 지표가 '매출' 실적이라지만, 직장 다니며 연봉 3천~4천만 원을 받는 분들보다 못 버는 작가가 태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 고통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가. 이런 의문이 들죠?
그것은 언젠가는 히트작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꿈 때문입니다.
이 꿈에 이끌려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죠.
집필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수시로 힘든 순간이 찾아옵니다. 글럼프, 내글구려병, 내글쩌러병. 집필하는 동안에도 수도 없이 찾아옵니다. 시놉시스가 준비되어 있음에도 이야기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가 있고, 긴장감이 무너진 채 서사만 지난하게 늘어질 때도 있고, 어느 순간에는 쓰고 있는 이야기가 재미없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때만큼 괴로운 것이 없습니다.
제가 웹소설 집필서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웹소설이라는 장르가 탄생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작법서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웹소설 역시 하나의 장르 소설입니다만, 분할 연재라는 구조상 독자를 붙잡기 위한 높은 수준의 흡입력과 설계가 요구되며, 그에 따라 작법 방식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하지만 현재 시중의 나와 있는 집필서 대부분은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극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웹소설을 다룬 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이론서라기보다는 강연 내용을 정리하거나 개인 경험을 요약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더 문제는 작가가 아님에도 '관련 업종'이나 '출판업 종사 경력'만으로 작법서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영화계에서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에 작법서가 나올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나 투자사가 시나리오 집필서를 낸 사례가 있습니까?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아닌 방송국이나 제작사가 극본 작법서를 쓴 적이 있습니까?
출판사 관계자의 주 업무는 유통과 홍보입니다. 편집자나 DM의 역할은 비문을 다듬고 교정·교열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과연 이들이 집필을 경험하지 않은 채 작법을 두고 실제로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요?
연독률과 유입률이 중요하다는 건 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고민과 선택의 밀도를 체감해 본 적이 있을까요?
웹소설을 집필해 본 적이 없는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가 작법서를 쓴다고 해서, 그 과정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출판을 '해본 것'과 소설을 '써낸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꾸준히 쓰세요", "남주가 중요합니다", "케바케입니다" 이런 조언으로는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정작 필요한 내용은 빠져 있으니까요.
더 심각한 건, 작가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그대로 모아 집필서로 내는 방식입니다.
"초반 3화가 중요합니다", "후킹이 있어야 합니다" 취지는 좋지만, 실전 경험 없이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 글을 모으면 판단 기준도 없고, 책임 주체도 사라집니다.
결과적으로 남는 건 혼란뿐입니다.
업계에 종사한 경력만을 내세워 커뮤니티 정보를 모아 작법서를 낸다? 이것은 최악의 조합인 셈입니다.
저는 출판사나 플랫폼 관계자도, 편집자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겪고 있는 과정을 그대로 겪어온 현역 작가입니다. 그래서 저는 실전에서 쌓인 경험과 판단, 그리고 글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려 합니다.
자, 이제 웹소설 작가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굳히셨습니까?
그럼 손님들에게 대접할 달콤하고 매콤하고 짜릿한 웹소설을 저와 함께 '맛있는 작법 레시피'로 요리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