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6, 9.. 3의 배수마다 현타가 온다는 직장인들만의 유머.
저는 사회생활 6년차에, 진로를 변경해보고자 여태까지 이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전문가라는 사람의 제자로 들어가 그 길을 따르기로 했었어요.
한 번 태어난 삶, 제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기고 생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결정한 선택이었어요.
그런데 유일한 전문가라는 사람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모습과 달리 그 누구보다 돈과 본인의 명성에 취해있는 사람이었고, 퇴사하는 과정에서 절망감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가 저에게 한 말이나, 행동은 잊으면 잊혀지니 괜찮았지만 남의 불행과 고통으로 돈을 벌어들이면서, 그 누구보다 일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없는 그 모습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절망감이었달까요?
저는 그 때의 제 자신을 감정적으로 죽었던 시기라고 표현합니다. 한 번도 쉬어보지 않아 어떻게 쉴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뮤지컬을 접했습니다. <올랜도 In 버지니아>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라는 책과 버지니아 울프의 삶, 그의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어요.
어릴 적 아픔이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전부인 놀 하우스를 뺏겨야 하는 비타, 그 둘이 함께 써내려간 올랜도는 비타 아버지의 죽음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촌에게 놀 하우스가 상속되면서 비타와 버지니아는 거리를 두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버지니아는 소설 속 올랜도가 최고의 남자일 필요가 없으며 나약하고 낡고 병들어도 되는, 그리고 여자여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그동안 담지 않던 본인의 모습을 담아 레이디 올랜도를 만들어내요. 그 소설을 본 비타도 미래는 언젠가 오고, 우리의 올랜도를 통해 미래에 선언을 건네야 한다고 말하며 언젠가 그 미래는 온다고 믿어요.
저는 이 극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고, 아주 조금 시야를 넓히게 되었어요. 치열하게 살아와도 변하지 않는 삶, 세상 속에서 비주류인 나, 잘 살고 싶어 힘을 내고 싶어도 주저앉게 만드는 사건들의 연속 카운터 펀치로 많이 지쳤었는데 이 뮤지컬이 말하는 '언젠가 미래는 온다'는 말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달까요.
그리고 뮤지컬의 특성상 핸드폰을 꺼놓고 버지니아의 환상 속에 들어가는 시간엔, 정말 세상과 멀어져 극에만 몰입할 수 있는 느낌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미래는 제가 사는 동안엔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가 강에 빠져들어가 스스로 본인의 삶을 마쳤듯, 저도 똑같이 끝날 수 있겠죠. 근데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다보면, 미래의 우리는 조금은 덜 상처받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