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100달러
준비물: 맥북(윈도 노트북도 되긴 함), 클로드 맥스 요금제 구독, Openclaw, 텔레그램, 약간의 인내심 (- _- ;)
오픈클로를 맥북에 설치한 날, 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20년 넘게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누비며 살아온 나는, 솔직히 말해 ‘스타트업 감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합원 설득하고, 시공사 협상하고, 인허가 서류 쌓아두는 것이 일상인 사람에게 AI니 자동화니 하는 이야기는 늘 ‘남의 세계’ 같았다.
그런데 어제, 그 세계가 갑자기 내 맥북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맥미니냐 맥스튜디오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AI 커뮤니티에서 핫한 주제가 있다. 오픈클로 로컬 설정을 하려면 맥미니를 사야 하느니, 맥스튜디오는 되어야 한다느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나는 그 논쟁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있는 거 써보고 생각하자.’
고가 장비 들이기 전에 타당성 검토부터~
결론부터 말하면, 맥북으로도 충분히 돌아간다. 아주 잘.
12만 원짜리 강의와 100달러짜리 비서
설정 과정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결국 잔재미코딩의 강의를 12만 원 주고 결제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늘 따지는 사람으로서,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잠깐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설정을 마치고 처음으로 텔레그램에서 말을 걸었을 때, 그 12만 원이 순식간에 회수된 느낌이 들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현재 내 세팅은 이렇다.
텔레그램으로 말을 걸면 맥북의 오픈클로가 받아서 클로드코드로 코딩을 하고 스팸 메일을 정리하고 다음 날 일정을 브리핑하고 시간에 맞춰 부동산·건설 관련 뉴스를 긁어와 요약해 준다. 약간의 설정을 마치면 영수증도 정리해 준다. 야호!!!
월 이용료는 Claude Max 요금제 기준 1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만 원 내외.(오픈클로에 100달러 나가는 게 아니고 엔트로픽의 클로드 AI에 달에 100달러를 쓴다)
좋은 직원 한 명 월급도 월급이지만 중소가업에서는 그런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오픈클로와 각종 AI는 연차도 필요 없고 퇴직금도 없다.
문화적 충격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편인데
나는 평소 말을 좀 아끼는 편이다. 특히 과장된 표현은 더더욱. 재개발 현장에서 “이 현장 대박 납니다”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픈클로를 쓰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딱 이 단어였다. 문화적 충격!!!
일하는 방식의 결이 바뀌는 느낌이랄까.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이미 뉴스 브리핑이 와 있고, 잠든 사이 스팸함이 비워져 있다. 나는 그저 핸드폰을 열어 확인만 하면 된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느낀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던 그 순간. 그것과 비슷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이걸 사업에 어떻게 쓸까
솔직히 아직 다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근거린다는 건 확실하다.
조합원 민원 대응 초안 작성, 인허가 서류 체크리스트 자동화, 공사비 관련 뉴스 모니터링, 시공사별 동향 브리핑…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부동산 시장 상승기 아파트 호가처럼 쑥쑥 올라온다.
아직은 맥북 한 대, 텔레그램 하나로 시작한 작은 실험이다. 하지만 20년 전 첫 재개발 프로젝트도 그렇게 시작했다. 조그만 빌라 몇 동, 조합원 몇십 명으로.
마치며: 비서는 24시간 강력 대기다. 나는 잠을 잔다
오늘도 나는 잠들기 전 텔레그램에 내일 일정을 물어봤다. 답은 몇 초 안에 왔다. 다음 주중 일정을 넣어달라 하면 구글 캘린더를 찾아 빈시간에 넣어준다
야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누군가 — 아니, 무언가 — 가 하고 있으니까.
24시간 일하는 비서를 고용했다. 월급은 100달러다. 토요일도 일하고, 명절도 쉬지 않는다. 아직 퇴사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채용 아닌가.
20년째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다니고 있으며, 요즘은 AI에 조금 홀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