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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현 Sep 23. 2023

[세계여행] D+68 멕시코시티

물 안 나오는 숙소에서의 스트레스와 타코 먹부림의 즐거움의 공

콜롬비아에서 다른 나라로 떠나는 항공권을 사고 영수증을 확인하면 대부분 Timbre Tax라는 내역으로 22달러 전후의 세금이 항공권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자들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신경을 쓰지 않지만 이 세금은 콜롬비아 국민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외국인 여행객은 출국 시에 항공사에 이야기해 돌려받을 수 있다. 나도 우연히 이 정보를 알게 되어 항공사 게이트에서 체크인을 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항공사 직원은 환급대상이 맞다고 하면서도 카운터에 현금이 없기에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멕시코에 도착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한 블로그에서 내가 이용하는 항공사가 이와 똑같은 상황에서 멕시코에 도착해 보니 콜롬비아에서 해결할 일이라며 끝까지 환급을 거절했다기에 약간 불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뭐 카운터에서 안 해주겠다는데 어쩔 도리는 없었다. 그 대신 나는 분명 콜롬비아에서 신청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항공사 고객센터로 이메일을 보내놓았다. 나중에 멕시코 쪽 카운터에서도 자기들이 할 일이 아니라며 고객센터를 통하라고 응대했지만 이 이메일로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항공사와 연락이 되어 22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새벽 3시 즈음이었던 출발시간이 다 되어 게이트로 들어가는데 탑승 전 줄이 줄어들지 않아 뭘 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경찰들이 승객들 짐을 일일이 내려놓게 하고 마약탐지견을 동원해 검사를 하는 중이었다.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좌석이 저가항공 치고도 상당히 불편한 편이라 두 시간도 자지 못한 것 같다. 일출과 함께 멕시코시티에 도착해 저번 레이오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미리 알아둔 수수료가 가장 적은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체크인은 오후 2시라 지금은 너무 이르고, 동행은 오후 늦게 도착하는 터라 어차피 공항에 다시 와야 해서 무거운 짐을 짐 보관소에 맡겨놓았다. 반나절 락커 이용료가 우리 돈으로 2만 원이나 했지만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체크인 시간까지 도시에서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도 저번에 멕시코시티에서 반나절 돌아다녀 봤다고 익숙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우리나라 9호선 뺨치는 멕시코시티의 지옥철을 타고 시내 쪽 아무 역에나 내린 뒤 일단 편의점에서 유심을 구매했다. 그 와중에 멕시코시티는 타코의 나라답게 아침부터 길거리에서 고기냄새가 진동을 했다. 깔끔하게 타코 2개로 아침을 해결했다. 처음 내린 지점에서 숙소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어차피 체크인 시간까지 할 게 없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먼저 지나간 곳은 로컬 시장이었는데 몇십 블록이 되는 거리 전체가 옷, 신발, 인형, 완구, 타코 상점과 가판대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중남미의 정신없는 분위기의 정점이었는데 눈에 띄는 점은 무슨 이유인지 적지만 중국인,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시아계 상인들도 종종 보였다는 점이었다. 시장에서 소칼로 광장으로 걸어 내려와 교회에 앉아서 쉬기도 하다 다시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또다시 타코로 점심을 해결했다. 비교적 여행자가 많은 Roma 지역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거의 바로 공항으로 다시 나가 동행을 픽업한 뒤 숙소 쪽으로 돌아와서 저녁도 타코로 해결했다. 이 날 다섯 군데의 가판대에서 9개의 타코를 먹었고 저번에 레이오버 때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멕시코가 생각보다 다른 음식이 많이 없고 맛과 가성비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타코만큼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평소에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조금 이질적인 음식을 가리는 동행도 타코에는 너무 만족해 여행 내내 몇 개의 타코를 먹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새벽부터 화장실, 주방에 모두 물이 나오지 않아서 일단은 어제 사놓은 10리터짜리 생수로 필요한 것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 때는 일시적인 단수이고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물은 마지막 날까지 말썽이었다. 물탱크가 계속 고갈되는 문제였는데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연락을 하면 이 사람이 물을 채우는 건지 뭔지 잠깐동안은 물이 다시 나왔지만 30분 정도 쓰면 다시 물이 고갈되었다. 원래 집주인한테 연락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틀차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침저녁으로 씻을 때 계속 문자를 보냈고, 더 열받는 점은 미안하다고 답장은 꼬박꼬박 해 주면서 물탱크를 채워주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이 있으면 영구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채워줘서 물이 계속 끊기게 만드는 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다른 데에 비해서 가격대가 있는 숙소였는데 6일 내내 언제 끊길지 모를 물 걱정하며 생수로 손 씻고 양치하는 짜증 나는 경험을 했다.


이틀차는 둘 다 비행으로 인해 몸이 피곤해서 쉬엄쉬엄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다. 먼저 집 근처에 있는 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어제도 들러서 망고를 1kg에 70페소 가격에 샀는데 이 날 다른 가게에 물어보니 품종은 조금 다른 것 같았지만 가격은 25페소라고 했다. 첫 번째 가게가 정말 바가지를 씌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별로였다. 그래도 남미는 지금 망고철이 아니라 생 망고는 멕시코에서 처음 먹었는데 맛은 정말 좋았다. 점심은 닭수프와 엔칠라다로 해결했는데 유럽에서 먹던 텍스멕스식의 엔칠라다가 아닌 현지식 엔칠라다는 토르티야를 말아 그 위에 소스를 뿌린 굉장히 간단한 형태였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너무 단순하고 양도 많아 마지막에는 조금 질렸다. 오후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박물관을 갈까 생각했지만 내가 시내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역시 비 오는 날 시내구경은 하는 게 아니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화창한 날에는 그렇게 활기 있게 느껴지는 시내가 비 오는 날에는 그렇게 우중충할 수가 없다. 결국 비가 많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시내 구경은 다음을 기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은 콘데사 구역을 구경하고 코요아칸으로 넘어가 프리다칼로 박물관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콘데사로 걸어가는 길에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낮 동안에 반려견을 맡아주는 서비스인지 훈련사로 보이는 사람들 두세 명과 수십 마리의 개들이 가득했다. 콘데사는 치안이 좋고 음식점과 카페가 많아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구역인데 역시 중남미 지역의 부촌이 늘 그렇듯 동네는 깔끔했지만 나에게는 눈을 끄는 장면들이 부족하고 유럽과 너무 비슷한 느낌이라 재미는 없었다. 물론 중남미 대도시에서 정말 위험하다는 빈민촌은 피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부촌만 찾아다니면 실제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 가꿔져 뭔가 이질적인 느낌까지 드는 곳들만 보게 된다. 동행이 당시에는 중남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직 있을 때라 이런 곳 위주로 돌아다녔지만 혼자 여행이었으면 별 감흥 없이 금방 떠났을 곳이다. 



코요아칸 이동은 시내버스를 이용했는데 멕시코의 대중교통도 페루나 볼리비아보다는 덜하지만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구글지도에 노선이 뜨긴 하는데 그대로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첫 번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가 15분 동안 오지 않아 조금 걸어서 내려가 다른 정류장에서 또 15분 정도 기다린 후 도착한 버스에 탔다. 밖에 노선 번호가 적혀있지 않는 버스가 많아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무거나 잡아 탔는데 코요아칸으로 가는 버스가 맞았다. 프리다 칼로 박물관 입장 시간 전에 식사를 해결하려 코요아칸 시장에 들어갔다. 여기는 기념품 가게들이 가득한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 곳 같았다. 남미에서 늘 그렇듯 아무 메뉴나 랜덤으로 시켰는데 남미의 시장들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고 조리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리고 메뉴에 구이, 치즈라는 단어만 보고 무심코 시켰는데 받은 음식은 뜻밖에도 구운 선인장이었다. 원래 이국적인 음식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나지만 선인장 구이는 태어나서 먹어본 음식 중 최악이었다. 풀 맛이 가득한 건 둘째치고 선인장에서 나오는 시큼한 점액질이 문제였다. 여기 사람들은 이걸 정말 맛있어서 일일이 가시를 빼고 손질해서까지 먹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했다. 웬만하면 참고 먹겠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는 맛이라 빠르게 포기하고 가운데 끼워진 치즈만 빼먹었다. 


프리다 칼로 박물관은 동행이 가 보고 싶다고 해서 방문했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 솔직히 여기 오기 전까지 이름만 아는 정도였고 박물관 가기 전 날 급하게 공부했을 때에도 트로츠키와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 외에는 크게 눈길을 끄는 점이 없었다. 박물관은 중남미 치고 입장료가 상당히 비쌌고 안에는 칼로의 생가와 작품 몇 점, 그녀의 인생에 관한 설명들 등 관심이 있으면 충분히 흥미로울 만한 것들도 있었지만 나는 별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코요아칸뿐만 아니라 멕시코 전역에 칼로를 모티브로 한 기념품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걸 보며 잘은 모르지만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의 아이콘으로 체 게바라를 잘 팔아먹었듯이 칼로 또한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상품화에 성공한 케이스 정도라는 느낌이 들었다. 박물관이 규모가 크지 않아 금방 돌아본 후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 토스타다를 먹었는데 바삭하게 구운 토르티아에 고기나 생선을 올려주는 이 음식은 맛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대중교통과의 험난한 사투를 벌였다. 우기라 4시만 되면 귀신같이 비가 떨어지는 멕시코시티는 오늘도 다르지 않았고 구글지도를 다시 한번 믿어보며 마을버스를 탔는데 노선이 달랐는지 어느 순간부터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대충 전철역과 가까운 곳에서 내려 마침 옆에 있던 아시아마트에서 라면을 사고 시내버스로 집 근처까지 이동했다. 구글 지도상으로는 마을버스가 집 앞까지 다녀서 기다려봤지만 역시 오지 않았고 대신 탄 전철도 계산을 잘못해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이 역 위에는 길거리 타코 집들이 많았고 그중 한 곳에서 저녁으로 타코를 정말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4일 차는 날씨가 좋아서 저번에 실패했던 시내구경에 나섰다. 레이오버 때도 들렀던 타코연대기에 나왔다는 유명한 타코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비 오는 날 그렇게 우중충했던 시내 분위기는 역시 맑은 날이 되니 전혀 다른 곳이 된 듯 생기가 넘쳤다. 이 날 가장 재미있었던 광경은 메트로폴리탄 성당 앞에서 벌어진 아즈텍 춤 구경이었다. 원래 이 장소에서 아즈텍 복장을 한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행운을 빌어주는 주술을 하며 비즈니스를 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우리가 지나갈 즈음부터 다 같이 북소리에 맞춰 몇십 분 동안 흥겹게 춤을 췄다. 일단 성당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전통의식이 주는 이질감이 좋았고 또 특이한 점은 굳이 돈을 벌려고 억지로 하는 게 아닌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돈벌이가 목적이었으면 잠깐 하고 수금을 하러 구경꾼들 사이를 돌아다녔을 텐데 그런 것 없이 몇십 분 동안 본인들이 흥이 나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에는 광장 북쪽의 시장으로 이동해 길거리에서 타코와 퀘사디아를 먹었는데 타코는 또르띠야가 눅눅해서 심하게 별로였고 퀘사디아는 역시 텍스멕스와는 다르게 튀긴 만두 배를 갈라 속을 넣어주는 형태였다. 이것 역시 그냥 그랬다. 타코를 많이 먹으니 점점 취향이 생겨서 눅눅한 또르띠야에 삶은 고기를 주는 집보다는 철판에 볶은 고기와 고깃기름에 살짝 튀기듯이 구운 또르띠야가 있는 집을 찾게 된다. 정말 사람이 많고 정신없던 시장 구경 후 독특한 건축이 유명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장이 블록단위로 구성되어 있고 군데군데 돌출되어 있는 게 마치 인터스텔라에서 4차원을 표현한 장면과도 닮아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인데 확실히 규모와 독특한 인테리어가 주는 압도가 있었다. 마침 도서관 근처에 월마트가 있길래 마트구경을 하고 저녁때가 되니 또 쏟아지는 비를 뚫고 어제 타코집에서 또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도 역시 물이 조금 나오다 말아서 대충 씻고 불쾌함과 짜증이 가득한 상태로 잠에 들었다. 



나중에 다시 돌아오긴 하겠지만 과나후아토로 이동하기 전 멕시코시티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테오티우아칸에 있는 피라미드 유적 방문이다. 멕시코시티 터미널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있는 유적인데 원래 고대문명에 건축해 놓은 대도시를 아즈텍인들이 신성시하며 인신공양에 사용했고 폐허가 되어있다 20세기 초부터 다시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지며 지금은 멕시코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이 된 곳이다. 유적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태양의 피라미드인데 사진에서도 느껴지지만 실제로 보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한 바퀴 도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데 웅장한 정면에 비해 측면과 후면은 원래 그런지 복원작업이 부실한 건지 계단이 없는 민둥산 같은 느낌이었다. 아즈텍인들이 죽은 자들의 길이라 부른 대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달의 피라미드가 나온다. 달의 피라미드도 태양의 피라미드에 비해 작긴 하지만 상당히 규모가 크고 피라미드 자체보다 양 옆으로 쭉 펼쳐져 있는 다른 건물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위압감을 준다. 원래는 두 피라미드 모두 정상까지 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막혀서 상당히 아쉬웠다. 이 외에도 유적지 내에 있는 박물관과 케찰코아틀 신전, 케찰파팔로틀 궁전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마추픽추를 제외하고는 유적지 여행이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여기 테오티우아칸은 역시 역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 많지 않아 스토리가 딱히 없음에도 규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느껴졌다. 다만 유적지가 사진에서 보이듯 땡볕이라 많이 덥고 정말 넓어서 돌아보는데 한참 걸린다. 우리도 길어봐야 1-2시간을 예상했는데 4시간 가까이를 여기서만 보냈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시려 자판기에 동전을 실컷 넣었는데 그냥 먹어버린 건 덤이다. 또, 오전에도 사람이 적은 건 아니지만 12시 정도 되면 정말 관광객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찍부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늦게 멕시코시티로 돌아와 Roma Norte 지역을 구경하면서 그저 그랬던 타코와 오랜만에 먹어도 정말 맛있는 쉑쉑버거로 요기를 했다. 이 지역에는 남미에서는 하나 구경도 힘든 한식당과 한국 마트가 몇십 개씩 모여있어서 신기했다. 이제는 늘 반복되어서 놀랍지도 않게 저녁에는 비가 떨어졌고 집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내니 또 잠깐 나오다 멈췄다. 그 와중에 도대체 똑같이 물이 안 나온다던 옆 방 사람들은 딱히 집주인한테 별 말도 없는 걸 보니 손이나 씻고 사나 모르겠다.


멕시코시티를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물이 말썽이라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고 늘 그렇듯 조금 씻다 보니 물은 끊겼다. 어차피 다시는 안 돌아올 숙소라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터미널로 이동해 과나후아토로 가는 버스에 탔다. 다음 숙소는 물만 잘 나오면 어디든 감사하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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