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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현 Nov 10. 2023

재미로 해보는 내년 총선 예상

이준석 신당은 생각보다 미미하고 범민주당은 185석에 그칠 듯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예상만큼 의미 없는 게 없다. 특히 총선이 반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오히려 지금 예상이 맞는 게 이상하다. 그래도 그냥 재미 삼아 가볍게 몇 가지 쟁점과 대략적인 구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이준석 신당은 절대 20석을 넘지 못한다


지금 모든 언론의 관심사는 이준석의 향방에 있다. 흘러가는 분위기로는 창당이 기정 사실화 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워낙 여기저기 복선을 뿌리고 최종 결정이 어떻게 되든 합리화할 구멍은 만들어 놓는 스타일이라 탈당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본다. 당으로 돌아오려면 비대위원장 급의 전권을 받아야 할 텐데 지금 국힘이 그렇게 하는 그림도 웃기고 준다고 받는 이준석의 모양새도 웃기다. 윤석열에게 각을 세워야 빛나는 이준석인데 다시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면 명분도 없고 본인 표도 까먹는 행위다. 그래도 이준석은 준다면 남아서 받고 온갖 궤변으로 결정을 합리화할 스타일이다.


신당을 창당해도 문제다. 아무리 지금 여론조사가 잘 나와도 본격적으로 선거가 다가오면 포커스는 양당에 맞춰지게 되어 있다. 예전에 안철수가 호남 중진들 다 끌고 나가서 국민의당을 차렸을 때도 초반 주목도보다 결과는 미미했고 대선에서도 탄핵당한 정당에 당시에는 더 비호감이었던 홍준표조차 이기지 못했다. 지금 이준석 신당은 안철수의 국민의당보다도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현역 의원이 못해도 20~30명 정도는 들러붙어야 의미가 있는데 국민의힘 소신파든 민주당 비명계든 당내 공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 자리를 던지고 나오기 쉽지 않다. 추후에 공천장을 받지 못하는 현역들이 이준석 신당에 합류한들 선거용 이합집산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많이들 신당을 창당하면 그동안 어딘가에 숨어있던 인재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나타나 합류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은 없다. 권력의지가 있는 정치인들은 이미 양당에 붙어있고 신당에는 각 당 주류에서 밀려난 쭉정이들만 붙을 뿐이다.


만약 선거에서 몇 석을 얻고 초반에는 캐스팅보드 소리를 들어도 결국 다음 국회에도 계속될 양당 구도 하에 의석의 한계로 용두사미로 끝날 결말이 뻔히 보인다. 초반 몇 달은 다들 야심에 차서 똘똘 뭉치겠지만 결국 이념으로 뭉친 정당이 아닌 만큼 당권싸움이나 하다 몇 명은 국힘으로 합당하고 흐지부지 없어질 당이다. 아무리 양당이 마음에 안 들어도 한국정치에서 3당은 진보정당같이 강한 이념으로 뭉치고 조직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호남 토호들이 붙었던 국민의당과는 달리 지역기반조차 미미한 이준석 신당은 TK PK 시골 지역구는 고사하고 잘해봐야 대구,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4~5석을 얻는 게 맥시멈이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연말연초 특검정국이 될 것이다. 만약 특검이 생각보다 파괴력이 있고 보수언론이 이때를 윤석열 손절 타이밍으로 잡는다면 이준석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정도 거물급 여당 정치인이 윤석열을 버리고 이준석에게 붙는 그림이 나와줘야 가능한데 지금 여당 핵심 인물 중 혁신의 이미지를 갖고 이준석에게 힘을 실어 줄 만한 사람은 없다.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특검정국에서 국힘이 당 차원에서 윤석열과 손절하고 혁신하는 시늉을 하면 보수언론이 새로운 국힘에 힘을 실어주는 그림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보수언론은 탄핵 후 대선에서도 유승민보다는 자유한국당에 남아있던 홍준표 쪽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이다. 국힘이 손절 타이밍만 잘 잡으면 보수언론은 이준석에게 붙을 이유는 없다.


결과적으로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모습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2030 남성들의 여론만 보면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결국은 문국현, 안철수 신드롬 때처럼 나중에 뚜껑을 열어보면 별 성과는 없을 거란 전망이다.



2. 선거제는 현상유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신당이 결과는 미미할지라도 어쨌든 주목도는 높을 것이고 국힘 입장에서는 말려 죽일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는 선거제로 장난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지금 계속 병립형 회귀로 밑밥을 까는 작업도 그 일환이다. 어차피 지금 제도를 유지하면 지역구에서는 경상도에서 국힘과 이준석 신당이 붙게 되면 신당 핵심 인물이 출마할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면 당연히 지명도 있는 국힘 후보가 유리하다. 국힘은 계속 병립형으로 밑밥 깔다 선심 쓰는 척 현상유지 쪽으로 결론을 내고 선거 때는 철판 깔고 위성정당 만들고 민주당은 못 이긴 척 받아주면서 저번처럼 연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이건 서로에게 너무 쉬운 딜이다. 어차피 선거가 가가까워지면 지지층이 결집하고 본인들 의석을 줄일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할 정치인도, 지지자도 없다. 아무리 전에 약속을 했다지만 역풍이 불 수가 없는 구조다. 국민들 자체가 비례대표제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계기가 있기 전까지는 다당제로 가는 선거제 개헌은 불가능하다.



3. 민주당은 숨겨놓은 무기가 있을까?


어쨌든 이준석이 이슈를 다 잡아먹는 상태에서 민주당 쪽에서 특검을 제외하고 이슈를 끌어올 숨겨놓은 무기가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소모될 대로 소모된 이재명을 덮어버릴 인물이 나오는 것이지만 내, 외부에서 모두 그 정도의 사건은 실현 가능성이 전무한 유시민 복귀 정도밖에는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더욱 특검에 목숨을 걸 텐데 바람만큼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탄핵을 경험해 본 국힘과 보수언론은 방어에 공을 들일 것이고 검찰과 함께 민주당에 역습을 가할 뭔가를 찾아낼 것이다.


아마 총선이 다가오면 민주당은 말실수, 지나친 몸 사림이 이어지면서 총선에서 생각보다 크게 먹지는 못 할 것이다. 이미 접전지를 거의 다 가져갔던 지난번 총선에 비해서 추가로 가져갈 지역이 서울, 경기, 충청에 몇 석 밖에는 되지 않는다. 최종 결과는 저번 총선보다 약간 더 선전한 185석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4. 진보정당은 역대급 실패를 맛볼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정의당의 생명은 끝이다. 내부 싸움으로 벌써 분당의 길로 가고 있고 민노총,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과 같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거기 다 합쳐봐야 잘해도 비례 의석 2~3석이고 아예 3%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지역구 심상정도 본인 쪽으로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낙선한다고 봐야 한다. 원래 진보정당은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2~3곳 정도 배려해 주고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의 동정표 같은 성격의 비례표로 먹고사는 정당인데 민주당과 결별하는 노선을 잡은 이상 실패는 자명하다. 그렇다고 정의당 참여계 탈당파가 창당한 사민당이나 아직도 통진당 프레임에 갇혀있는 진보당으로 표가 넘어오지도 않을 것이기에 진보정당들이 차지하는 의석이 민노당 창당 이후 역대급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용혜인의 기본소득당이 1~2석 정도는 얻을 것으로 보인다. 용혜인은 노회찬 이후로 민주당 지지자나 의원들에게 가장 높은 호감도를 보이는 타 정당 의원으로 지역구 출마 시 당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양향자 지역구인 광주 서구 을이 좋아 보인다. 양향자는 민주당을 떠난 만큼 지역구를 옮길 것으로 보이고 천정배가 있긴 하지만 이미 흘러간 정치인의 이미지라 용혜인이 기본소득당 타이틀을 달고 1대 1로 붙어도 승산이 있어 보인다. 아니면 경기 거점도시나 서울 강북 지역구 중 하나가 괜찮지만 알짜 지역구에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민주당 측 인사들이 그리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례 쪽에서도 단독으로 3% 득표는 어렵겠지만 저번처럼 민주당과 연합 위성정당에 1명 정도는 당선권에 입후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당 입장에서 이미 원내정당의 이점을 뼈저리게 느낀 상태이고 민주당과도 크게 각을 세운 적이 없는 만큼 단독으로 비례후보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5. 결론은 범야권 185, 이준석 15, 국힘 100


숫자놀음은 아무 의미 없지만 그래도 재미로 결론을 내려보자면 이준석 신당이 창당된다고 한다는 가정 하에 민주+기본소득+정의 185~190석, 이준석 신당 10~20석, 국힘 90~105석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절대 개헌의석을 얻지 못하고 이준석 신당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 강조하듯이 어떤 변수가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실제 결과는 지금 예상과는 아주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정말 그냥 재미로 해 보는 숫자놀음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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