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냥 이야기

PART 1. 이야기의 시작

by 사랑가득 자유인

나는 자유를 좋아하고 갈망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종종 다음 생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상상하던 나는, 늘 가장 먼저 '새'를 떠올리고는 했다.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천적도 딱히 없어 쫓기듯 살 필요도 없는 ‘새'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자유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시선은 하늘에 많이 닿아 있었고 그 대가인지 길 가다 동전 하나 주워본 적이 없다. 대신, 내 마음은 귀여운 구름과 아름다운 노을을 담아 펼치고 이 풍경을 새처럼 누비는 호사를 누린다. 내가 지금 내가 거주하는 도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도 구름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보라색, 분홍색, 주황색.... 매일매일 다른 색깔의 노을과 그 노을을 한층 빛나게 해주는 기다란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순간만큼은 새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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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유를 꿈꾸는 나는, 사실은 자유를 감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불안도가 높아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예측 불가능성을 싫어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늘 생각하고 대비하며, 계획하기는 싫어하지만 계획한 바가 틀어지는 것은 더 싫어하는 완벽주의자. 사회적 규칙과 관습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워하고, 많은 결정을 책임감으로 하는 사람. 그게 나다.


이런 나는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는 긴 여정에 결코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


내가 경험한 임신과 출산은 예측 불가능 그 자체였고, 육아는 무한 책임제였다. 아이의 존재만으로 자유가 저만치 멀어져 감은 물론이다. 나에게 있어 임신과 출산은 정말이지 내 의지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는데, 일단 나의 첫 임신은 예상치 못한 유산으로 끝이 났다. 안정기에 접한 갑작스러운 비보였고 결혼식을 3일 남긴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둥이를 임신했고, 두 번의 입원을 했다. 이 아이들마저 잘못되지 않을까, 혹은 아픈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늘 마음 한 켠이 불안했고 때로는 그 불안함이 버거웠다. 결국 남들보다는 조금 이른 출산을 했고, 20대부터 자연주의 출산을 꿈꾸던 나는 가장 기피했던 제왕절개로 아이를 안을 수 있었다. 자연분만 시도 실패에 따른 응급수술이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했지만, 육아의 과정도 결코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수시로 울어대는 아이들의 마음은 알아채기 어려웠고, 갖가지 시도 끝에 방법을 찾았다 싶으면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남편은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려 헤아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우리 아이는 이제 막 한 살이 되었고, 나도 엄마가 된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임신 출산 육아에 맞지 않는 내가 짧다면 짧은 이 기간을 거치며 달라진 건 뭘까. 슬프게도,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온몸으로 깨우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 깨달음이 내 행동과 마음을 크게 바꿔놓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나는 여전히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고 주변 사람들이 미워질 때가 많다. 미움과 원망이 커질 때면 그 마음이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런 이상한 나야말로 말로만 듣던 미친 통제광이 아닐까 반성하고 자책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마음이 소용돌이 치는 그 와중에 이 진리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무엇을 시작할 때 그 무엇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진심으로 염두한다. 그래서 이전의 내가 인생 앞에서 얼마나 자만하고 거만했던지를 역으로 깨닫는 요즘이다.


아마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더 겸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낳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예측 불가 덩어리(?)인 이쁜 두 아이가 내 의지와 기대 대로만 자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걸 ‘성숙’ 내지는 ‘성장'으로 표현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그건 자기기만이자 포장인 것 같아 아이들이 다 크면 그때 가서 다시 돌아보기로 한다. 아마도 최소 20년 뒤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건 엄마로서의 ‘성장’ 이야기가 아닌 어느새 엄마가 되어버린 나에 대한 ‘그냥’ 이야기이다.


20251211_212920.jpg 수채화와 유성 색연필로 표현한 노을과 새. 내가 좋아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