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20
연구년. 나에게 교직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가 언제였냐고 물으면 열심히 가르쳤던 우리 제자들과 함께 수업하며 지냈던 때도 좋았지만 학교를 잠시 떠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연구년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연구년을 했던 2013년에는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에서 연구년을 지원하고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연구년이 매년 조금씩이지만 확대되고 있었고 NTTP(NEW TEACHER TRAINING PROGRAM) 정책이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되고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의 정책이나 공약이기도 했었다.
연구년이란 학교를 떠나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제도인데 교사가 되고 난 뒤 10년 정도 지난 선생님들에게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고 다시금 학교현장으로 돌아와 학교와 교육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그 취지였다. 내가 연구년을 한 계기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10년 이상 교직생활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나는 뭘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 교사들에게 수업의 본질을 깨닫는 자기 연찬이 일 년간 주어진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고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지속적으로 연구년을 지원하고 선발했었지만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그 폭이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였던 것 같다. 진보교육감 시절 연구년을 확대할 줄 알았지만 줄어드는 선택을 하고 코로나로 인해 잠정 중단되었던 연구년제도는 새로운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연구년을 다시 부활하여 선생님들의 재충전과 회복의 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교사 입직에서부터 열심히 감정을 소모하고 쉼 없이 달려온 교사들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교사가 무척 어렵고 힘든 일들을 하고 있는데 학교와 수업을 잘 모르는 대중들이 교사는 편한 직업, 방학 때 노는 쉬운 직업정도로 생각하고 연구년을 수행하는 것을 단지 일 년 편히 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여 정치적인 입장이 있는 교육감의 입장에서는 마냥 확대하긴 어려운 제도였을 것이다.
연구년이라는 제도의 취지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교사가 학교밖 다양한 공간에서(대학, 연구소, 교원단체 등등) 여러 가지 경험과 배움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그릇을 크게 키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조직이나 그렇겠지만 한 조직과 문화 속에서 너무 오래 있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자아성찰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틀을 깨 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휴식과 같은 연구년은 모든 교원이 필수로 한번 이상은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교에서도 교수들은 안식년이라는 제도를 통해 다른 나라 대학에 가서 다른 공부를 하거나 쉬면서 재충전과 새로운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공무원들도 다양한 휴식 제도가 있는데 교사들에게는 유일한 재충전의 시간 연구년이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모든 교사들이 연구년을 경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공무원이든 교사든 열심히 일만 해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윗사람들이 있어 쉽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언젠가 그런 좋은 날이 올지 우리 함께 기다려보자.
나의 연구년 주제는 '인문적 체육교육을 위한 하나로수업 연구' 정도였는데 체육수업에서 단순히 이론과 실기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문적 교육을 접목시켜 보기터, 하기 터, 얘기터, 나눔터, 읽기 터 등과 같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그것들을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인 수업방법이어서 좋은 배움이 되었다.
나의 연구년은 남들 다 학교 가서 조용한 아침 집에서 편안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도서관으로 출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너무 좋았다. 또 좋아하는 책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또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연구년 때는 주제가 체육영역이었어서 다양한 체육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였기도 하다. 뉴스포츠와 놀이체육에 관심 있었던 나는 플로어볼 3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었지만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3일간 집중연수를 하는 플로어볼 2급 지도자 연수를 받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 지원센터에서 주관하였던 티볼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또 경기도뉴스포츠연구회에서 주관한 교사 까롬 연수를 받아 3급 까롬 지도자 자격을 받았고, 배구형 뉴스포츠인 킨볼 2급 지도자, 3급 심판 자격 연수를 받았다. 이후 체육에 관련된 뉴스포츠 2급 지도자, 스피드스택스 강사자격등도 받았지만 연구년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체육과 관련된 경험을 하기 위해 골프 연수도 받았고, 수상스포츠인 웨이크 보드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시기에 학교들도 방문하여 골프 특성화 교육을 하던 천남초, 놀이교육과 줄넘기를 집중하여 운영하던 대신초 등도 방문하여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학교체육의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논의해 볼 수 있었다.
또 그 당시 대한민국체육교육축전이라고 해서 한국스포츠교육학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의 체육교육의 다양한 배움이 있는 행사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하나로 교육의 서울대 최의창 교수님도 만나고 다양한 분야의 체육교육에 힘쓰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체육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게 배움이고 체육이었다.
연구년 때에는 또 여러 가지 가족들과의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동남아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등을 여행하기도 했고, 연구년 도서관 생활에서 얻은 정보와 책으로 인해 멀리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한 시절이 되었다.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때의 좋은 기억들이 가끔 지친 나에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 역시 사람은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성장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년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갈 때쯤엔 인사이동을 해야 했었는데 새로운 학교로의 출발도 체육과 함께 할 운명이었어서 체육 하기 좋은 학교로 이동할 수 있었다. 덕분에 체육교과특성화 학교도 운영하고 스포츠클럽도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연구년 이후로 10년이라는 시간을 학교 체육교육에 올인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년을 통해 다양한 배움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구년의 훌륭한 장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연구년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자들은 쉬라고해도 쉴 줄 모르는 존재다. 더 나은 연구, 더 나은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연구년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