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구름 Jan 28. 2024

딸들과 함께 스노우보딩

23-24 시즌 스노보드 타기

내가 대학생 때에는 각 학교마다 겨울방학이 되면 스키캠프가 열렸다.  대학생들이 일정 비용을 내고 신청하면 2박 3일이나 3박 4일의 스키 스쿨과 숙소, 식사가 제공되는 프로그램으로 30여 년 전 고급 스포츠인 스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에 많은 대학생들이 스키를 처음 접하기 시작했다.


 초등교육을 전공하는 우리 대학교에서도 체육과의 주관으로 지금은 사라진 알프스 스키장에서 스키캠프를 열었는데 거기에 참가하면서 처음 스키에 대하여 배우고 접하게 되어 입문을 했었다.  그 이후 뜻 맞는 친구들끼리 강원도 스키장으로 자체 스키캠프를 열어 스키도 즐기고 콘도에서 파티도 하면서 나름의 겨울 레저를 즐길 줄 아는 X세대였다.


  그런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의 겨울 레저는 육아와 가족을 위해 양보하게 되었고 그렇게 매년 즐기던 겨울 스키는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10여 년 전에는 체육 연구년을 하게 되어 내가 살고 있는 여주와 가까운 홍천 비발디파크 시즌권을 끊어서 한참 타기도 하고 문막에 있는 오크밸리 스키장의 야간 심야 시즌권을 끊어 새벽 스키를 타던 시절도 있었지만 반 백 살이 되어 스키, 보드를 타는 것은 약간의 무리인 듯하다.  예전처럼의 체력도 안되고 무릎이 살짝 시려..


 2024년 새해가 밝고 신정을 보내고 첫날 우리 가족들은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그동안 잊고 있던 겨울 스포츠를 즐기러 떠나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여주는 꺼짐 강원도라서 스키장 접근이 쉬운데 그중에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원주 오크밸리 스키장으로 야간 스키를 타러 떠났다.  


 우리 가족은 모두 스키를 배워 탈 줄 알지만 나는 신체적으로 종아리가 굵어서 (예전부터 육상과 사이클로 다져진 덕에) 단단한 스키부츠를 신는 것이 여러모로 어려웠기에 그래도 소프트한 부츠를 신는 스노보드로 전향한 지가 꽤 되었다.   일찍부터 보드를 탄 형님 덕에 낙엽 타기부터 배워서 한 시즌 배우고 그 담부터는 중상급에서도 그럭저럭 턴을 하면서 내려올 정도가 되었다.   지금은 체중도 고 무릎도 시원찮아서 살살 내려오지만 예전엔 스키를 잘 타던 친구들과도 속도를 맞추며 내려올 정도로 자신이 있었다.

 두 딸들은 이제 대학생이지만 예전부터 스키를 타서 스키는 잘 탄다. 하지만 요즘 세대답게 보드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보드를 탔다.   첫째는 보드가 처음이고 둘째는 친구들과 타본 경험이 있어서 함께 초급 리프트를 타고 올라 기본 동작에 대해 알려주고 살살 내려가기 시작했더니 생각보다는 스키 경험이 있어선지 어색한 감은 있어도 살살 살살 잘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결국은 내려가며 몇 번을 넘어지기도 했지만 첫째는 스스로 방법을 익히며 초급리프트를 몇 번이나 왕복했고 둘째는 중급 코스도 함께 내려오면서 방향전환의 감을 익혔다.


 운동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겨울 스포츠를 즐기면서 하는 딸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였다.  언젠가 아빠와 함께 보드 타던 오늘을 기억해 주길 바라며.


 아빠도 너희들과 함께 보드 타서 즐거웠어.   행복해.

작가의 이전글 나의 아저씨를 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