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사로 살아가기는 너무 어려워졌다.
교사라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모두들 방학이 있어서 좋지 않냐고들 말한다. 막상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방학이 되면 병원을 다니기 바쁘다.
학기 중에는 학생지도를 위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병원을 들러 내 몸 돌볼 시간도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라는 집단의 특수성이 내 한 몸 관리하기 위해 병가를 쓰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내 교실을 비우면 누군가는 다시 내 교실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관념들이 있기 때문인듯하다. 또한 무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교사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방학 때면 아픈 교사들은 병원을 전전한다. 학기 중 아팠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으로 방학을 소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교사를 병들게 한다. 100일 정도의 1학기를 보내며 새로운 아이들과의 적응, 부적응 학생지도, 많은 학생들의 생활지도, 학생들의 학습지도, 기초학력 지도, 각종 수업공개와 오후 짧은 시간을 갈아 넣는 업무들도 교사들을 아프게 한다.
여유가 있을 때 교사의 창의성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오르는데 요즘 힘든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그럴 겨를이 별로 없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다들 연구도 열심히 하고 수업준비도 열심히 하여 오후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서 학교를 나서는 선생님들이 많다.
사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업무를 시작해도 당일 해 내기 어려운 일들이 꽤 많은 편이다. 편하게 이용하자고 만든 나이스 시스템은 세대를 더해 갈수록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게 되는 꼴이 되었고 편한 전자결재를 이용하지만 수많은 엑셀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 업무가 늘어났다.
한국의 교사들은 너무 아프다. 일 년 전 그 아픔으로 이 세상을 떠난 서이초 교사가 그랬을 것이다. 나아지지 않는 학부모 민원,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좌절하게 만드는 금쪽이와 그 부모들, 경직된 학교 문화가 만들어낸 이기심들과 개인주의들이 교사들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이제 교육은 AI 시대로 대 전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준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를 아프게 하면 안 된다. 교사가 행복하고 즐겁게 수업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먼저고 그게 우리나라 교육이 새로 도약할 수 있는 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