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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Sep 21. 2023

[38] 직장 내 괴롭힘 민사소송 마지막 재판

성희롱으로 신고당해버렸다 하하 ㅋㅋ 


이제 드디어 마지막 재판이다. 




나의 재판은 총 3번 진행되었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사실 재판은 별게 없다. 미리 문서를 통해 하고 싶은 말들을 다하고, 판사님이 모든 문서를 읽어오신다. 그리고 당일에는 판사님이 변호사들에게 질문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변호사가 쓴 문서는 판사님이 워낙 이해하기 쉽게 적기 때문에 판사님이 질문할 것도 없다. 나의 앞선 재판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판사님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나 보다. 재판에 온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였다.




앞선 사람들의 재판이 끝나고, 드디어 나의 재판이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2번째 재판에서 끝나는 상황이었다. 이미 회사에서 노무사와 변호사를 고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더 이야기 나올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인정이 된 사실을 가지고 민사소송을 하기 때문에 단순하다.






그런데 가해자 측에서도, 마지막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였다. 나를 성희롱 범죄자로 재판에서 공격한 것이다. 조금 설명하자면, 내가 가해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을 때 가해자 역시 나를 신고하였다. 성희롱으로 말이다. (늘 느끼지만, 가해자들에게 반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여성 사원들에게 성희롱을 하였기 때문에, 여성 사원들을 지키기 위해서 나에게 말과 행동을 심하게 했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나를 때리고, 욕하고 괴롭힌 이유는 나의 성희롱적 행동 때문이라는 것이 가해자 측의 주장이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다 정말...




근데 재미있는 게, 성희롱은 신고당한 것 자체로도 문제가 되더라.




회사 측에서는 성희롱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성희롱으로 신고당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경고성 징계' 를 내렸다. 나는 하지도 않은 성희롱을 가지고 회사에서 '경고'를 받게 되었다. 너무나도 억울하였다. 




하지만 가해자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내가 경고를 받은 게 성희롱을 해서 경고를 받은 게 아니라, 신고를 당했으므로 주의 차원에서 경고를 받은 것을 말이다. 가해자는 경고 받은 사실만 알고 있고, 정확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법원에서 또다시 성희롱 범죄자로 몰아갔으리라.




내가 여성 사원들을 성희롱 하였다고 전문적인 용어로, 품위 있게 적혀 있다. 이게 읽다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저 인간 성희롱 했어요!!!" 이런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변호사들은 이런 언어를 쓰지 않는다. 조금만 보여줘 보겠다.



"여사우를 지키기 위해 피고는 '직장 내 성희롱' 의 방관자로 보일까 우려되어 원고에게 강한 어조로 만류 하였습니다. 이 때 원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는지 화제를 돌렸고, 겉으로는 괜찮아 했으나 적지 않아 당황한 모습이였습니다"




이렇게 나를 욕하는 전문적으로 적혀 있는 글이 A4 용지 한페이지 가량 빼곡하게 적혀 있다.







회사에서는 나를 조사한 자료에 대해 법원에 제출하였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은 아니나,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누군가는 제 행동을 성희롱이라 의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었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억울하게도 성희롱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가해자의 보복성 신고로 회사에서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문서를 같이 한번 보자. 나는 억울하다 진짜. 이 문서 좀 같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결백을 증명 할 수 있는 문서이다. 





이 문서가 있어도 나는 여전히 성희롱으로 경고 받은 사람으로 회사에서 낙인 되어 있다. 후... 억울하다 정말.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라도 나의 억울함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성희롱이라는 게 가장 민감하니 이걸로 나를 신고한 것으로 생각한다. 법원에서도 공격하고 말이다.




하지만 성희롱 조사 문서들을 까놓고 보니까, 가해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나는 성희롱을 한 게 아니었다. 나는 가해자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쓰러져 죽을 뻔하고, 성희롱 경고까지 받은 상황인 것이다. 정말 억울한 건 나다. 억울하다는 표현을 몇번이나 썼는지 모르겠다 하핫 




사실 성희롱으로 신고당했을 때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동안 쌓아온 것이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까 봐 늘 걱정을 했다. 회사에서도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였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이 이렇게 불안해진다.



가해자는 내가 성희롱으로 경고 받은 것을 회사에 소문내고 다녔다. 정말 오랜 눈치를 보고 다녔고, 이 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다. 






다행히 법원에서는 오히려 내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한 것에 대해, 가해자가 성희롱으로 보복성 신고를 한 것으로 되어 가해자가 매우 불리해졌다. 본인이 악질적인 사람이란 것을, 내가 아니라 가해자가 스스로 증명해 준 것이다. 본인 무덤을 스스로 판 것이다.




판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판이 빨리 끝났다. 이번에는 1분가량 걸린 것 같다. 상대편 변호사도 마지막에는 아무 말도 못 하더라. 정말 쌤통이었다.




이 사건의 판사님은 늘 마지막에 나에게 무언가 할 말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재판이라 할 말을 준비하고, 집에서 말하는 연습해서 재판에 참석했다. 두근 두근 거리며 "할말 있나요 원고?" 라고 물어보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사님이 안 물어보시고, "다음에 보자~" 하고 퇴장을 하라고 하는 거 아닌가!!.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긴장이 확 풀렸다. 뭔가 서운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더라. 준비해 놓은 게 있었는데 적지 않아 당황했다. 나는 판사님이 퇴장하라고 해서 나의 변호사와 같이 우물쭈물 법정을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판사님께서 "원고 잠시만요"라고 불러 세우시더니, 제가 "원고 말을 못 들었네요. 혹시 할 말이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하세요"라고 말을 하였다. 쩝... 법원에서 직접 말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서면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아쉬웠다




내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말해 보도록 하겠다. 




이제 두 달 뒤면 판결문이 나온다. 판결문이 나오는 날짜까지 하면,  민사소송이 대략 1년이 걸린 것 같다. 정말 정말 길었다.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열 하자면 끝이 없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일상생활조차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왜냐하면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지 못하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미 좌절하고 포기하신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노력해 볼까?'라는 마음이 1초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마음이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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