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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Oct 03. 2023

[40]직장 내 괴롭힘 '판결문' 579만원  승리

회사에서 발생한 선을 넘는 부당함에 싸웠고, 나는 승리하였다.

약 1년이 넘은 나의 직장내 괴롭힘 민사소송은 올해 6월 초에 마무리되었다. 재판은 3번이나 하였다. 다행히 변호사를 선임하여서 크게 마음 고생을 하지는 않았다.




혼자 하시는 분들 보면, 마음고생을 많이 하더라. 왜냐하면 안해본 것을 해보기 때문이다. 20page 가 넘는 상대방의 반박 문서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답변을 해야 한다. 지금은 나야 잘 할 수 있지만,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것 같다.



돈이 많이 들긴 했지만, 뭐 돈이야 다시 벌면 된다. 나에겐 더 값진 게 남아 있다. 바로 선을 넘는 불합리함에 대응하였고, 이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나만 참으면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바로 판결문을 공개 하겠다. 사실 10 page 가량 되는데 다 공개하면, 법적인 용어만 있어서 글이 지겨우니중요한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우선 판결문 첫번째 페이지 이다.





많은 사람들이 얼마를 이겼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이것부터 말을 하는 것이 좋겠다. 얼마를 이겼는지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5,791,510 원 이겼다. 대략 600만원의 돈이다. 하핫 많이 이긴것 같은데 사실 변호사 비용을 제외하고, 들어간 돈을 총 따지면 내가 약 100만원 정도 손해이다.


조금만 더 설명을 하자면, 손해배상 금액의 경우 2가지의 합이다.



1) 치료에 사용한 치료비 791,510 원

2)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위자료 5,000,000 원



하나씩 판결문 내용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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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이 나오고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위자료의 경우 요즘 추세가 500만 원 수준이라고 하였다. 지난번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민사소송하신 분도 500만 원을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정보를 조금 더 말해보자면, 최근에 지인 중 한 명은 300만 원을 받았다. 내가 민사소송을 할때 같이 진행한 분이다. 서로서로 의지를 많이 하였다. 이분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 진행을 하였고, 정신의학과 기록이 없다 보니 300만원으로 조금 덜 받은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실신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죽을뻔하기도 하였고, 가해자가 민사소송 막바지까지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아서 500만 원이 측정된 것 같다. 가해자는 마지막까지도 법원에서 오히려 나를 성희롱 범죄자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은 지는 글에서 이야기 한적이 있다. 하핫 



쌤통이다.






사실, 가해자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 당하고, 법원에서까지 말이 나온 건  정말 생각할수록 열이 받는다. 다행히 무혐의라고 나왔지만,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한 가해자이다. 성희롱이라는 게 신고 자체로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잘 못되었으면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공격을 하면, 공격을 당한다. 편하게 가는 길은 없다. 



생각해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 할 때 개인적으로는 이 역으로 성희롱 신고를 당한 게 정말 심리적 타격이 컸다. 억울해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성희롱 가해자가 되어서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모든게 마무리 되어 100page 가량의 전체 문서를 다시 한번 쭉 읽어 보았어요. 1년간 어떠한 일이 벌어졌나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금 와서 보니 저희 측 변호사도 정말 잘했고, 상대측 변호사도 잘 한 것 같습니다.



저희 측 변호사는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잘 설명해 주었다. 상대측 변호사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내었다. 목격자들의 진술을 이리 저리 조합해가지고, 거짓말이지만 거짓말이 아닌 것 처럼 글을 작성하였다. 상대측 변호사도 보통이 아니다.



후후 피 튀기는 싸움이였지만, 다 지난 일이다. 나는 이겼고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약 100만 원가량 손해를 보았고, 상대측은 아마 1000만 원은 더 사용했 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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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이 종종 나에게 물어본다.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셨는데, 혹시 후회하지는 않으세요??"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는 남지만, 이 과정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민사소송을 할 당시에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고, 정신적으로 고립이 되었고, 주변 관계가 다 무너지고, 세상에 나 혼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밑바닥까지 갔었다.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을 잃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잃은 것 보다 남은 것이 더 많다. 하나씩 적어보려고 한다.


1) 선을 넘는 불합리함에 대응했다는 경험


2) 가해자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3) 좋은 사람들은 새롭게 만났다는 사실


4)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


5)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 있는 나 자신



이 5가지를 하나하나 상세히 쓰면 또 A4 용지 3~4 장씩 나올 것 같은데, 나중에 천천히 써보려고 한다. 이제는 좀 쉬어야지. 그 동안 너무 집중해서 살아온 것 같다. 당분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서 시간을 쓰고, 회복에 전념해야 겠다.



그리고, 최근에는 나의 활동이 한겨레에서 기사로도 나오고, 서울복지재단 연구 센터와 인터뷰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도 있었다. 요즘 서울시에서도 학교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이 워낙 많이 발생해서 피해자들을 어떻게 하면 잘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더라.




참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이렇게 나의 싸움은 끝났다.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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