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메타포 3가지 사례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브랜드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브랜드의 로고든, 슬로건이든, 어떤 브랜드냐에 따라 떠오르는 게 다 다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브랜드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이제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왜 이런 로고를 사용하는지, 왜 이런 슬로건을 사용하는지, 왜 이런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는지 등등.
메타포, 브랜드의 설득력을 높이다.
현시대의 브랜드는 프레임을 통해 정의되며, 이 프레임은 메타포를 통해 컨셉으로 발전되고, 이 컨셉은 브랜드 디자인, 응용물, 패키지, 징글 등으로 구체화됩니다. 이렇게 구체화된 브랜드 디자인, 응용물, 패키지, 징글 등은 소비자에게 설득력을 제공하며, 이 설득력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설득력 있는 브랜드는 매출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메타포는 브랜드의 어렵거나 올드해진 단어를 쉽게 바꿔 주기도 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좀 더 직관적인 단어로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이는 브랜드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메타포가 뭐냐 물으신다면 쉽게 말해 국어 시간에 배웠는 시와 소설에 쓰이는 비유법입니다.
위의 메타포 패턴 다이어그램과 함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카누가 말하는 카누
카누가 2011년 출시 이후 꾸준히 1위를 지켜온 국내 대표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될 수 있던 이유에는 브랜드의 슬로건과 브랜드와 찰떡인 모델 공유가 다 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출시 이래로 계속 사용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라는 슬로건만큼 카누를 더 이상 잘 설명해 주는 슬로건이 있을까 싶습니다.
만약 카누를 공유가 타주는 고급 인스턴트 원두커피라고 소개했다면 아무리 공유라는 브랜드와 찰떡인 모델이 있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무리 공유와 고급이라는 단어가 있어도 인스턴트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반감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메타포를 통해 카누라고 소개함으로써 카페에 가긴 귀찮고 커피를 먹고 싶을 때, 집에서 카누를 타는 순간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점화효과를 통해 전문적이고 더 맛있다고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언어 전략은 브랜드의 시각, 경험 전략에도 이어지는데 우선 모델로 <커피프린스 1호점>를 카페의 바리스타의 이미지와 정말 잘 어울리는 공유, 음식 패키지로 잘 사용하지 않는 블랙 패키지를 고급스러움으로 설명하며, 최근에는 경험 전략으로써 팝업스토어를 통해 카누의 브랜드 이미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브랜드를 설명하는 메타포, 꼭 하나여야 할까요? 명쾌한 정답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브랜드에서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카누처럼 하나의 확실한 메타포가 필요하기도 하며 또 다른 브랜드에는 하나 이상의 다양한 메타포를 통해 설명할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는 BX 디자이너가 결정해야 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메타포 사례로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메타포를 정말 잘 이용한 브랜드, 미원을 살펴봅시다.
B급 컨셉을 완벽하게 소화한 A급 배우, 인간 미원 김지석
미원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배우 김지석을 인간 미원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 처음 내놓은 컨셉은 감칠맛 내는 조연, 미원입니다. 미원은 MSG 조미료로 항상 찬장 한구석에 음식의 맛을 보조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음식을 했어도 이거 미원 사용해서 만들었어라고 소개하는 경우는 아예 없지요.
음식(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미원(조연)처럼 어떤 서사에서든 주연과 조연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미원의 특징과 강점을 잘 이해하고 미원은 과감히 조연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했습니다. 조연인 미원을 의인화시켜 서브 남주로 명품 조연의 역할을 보여주는 김지석 배우님과 함께 맛있는 맛을 내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미원의 65년 서사를 드라마처럼 풀어냈습니다.
조미료라는 미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사라지게 해 준 첫 브랜디드 콘텐츠로 재미, 서사, 감동을 모두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원을 찬장을 보관할 때 해 놓는 빨간 집게핀을 머리에 하고 있는 김지석 배우님의 모습 같은 사소한 디테일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게 2022년, 미원은 새로운 서사를 공개했는데요.
미원의 감칠맛은 사실 어떤 맛과도 잘 어울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원의 새로운 서사를 다시 한번 인간 미원 김지석 배우와 함께 감칠맛 미남, 미원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조연이었던 미원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짠해 보였던 조연에서 흑화 한 남주,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맛바람난 미원의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광고 속 남녀노소 사람은 물론이고 비둘기도 반한 감칠맛, 미원을 보며 괜히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광고 마지막에 미원이 들어간 음식을 보여주며 66년간 난 어디에나 있었어!라는 대사와 함께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미원의 특징을 다시 한번 재치 있게 인식시켜 준 콘텐츠이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도 새로운 브랜디드 콘텐츠를 선보였는데요. 이제는 미원 콘텐츠에 나오지 않으면 섭섭할 인간 미원 김지석 배우는 우리가 67년 간 사용해온 미원으로 아빠로, 김강훈 배우는 새롭게 선보인 미니 미원으로 아들로 등장합니다.
미원과 미니 미원 모두 음식을 더 맛있게 한다는 점에서 아빠와 아들, 가족처럼 닮아 있지만 꿈도 성격도, 무게만큼이나 다른 2kg 아빠 미원과 0.3g 미니 미원 아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갑니다. 갈등은 찬장 속 든든한 아빠(전통적인 미원의 이미지)의 역할과 아들(새로운 미니 미원)이 나아가고 싶은 새로운 역할을 서로 인정하고 응원하며 갈등이 해결되는데요.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감동적으로 다가왔으며 미원 분장을 통해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아들이라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원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요리 재료로 어려운 메타포를 사용하게 된다면 전혀 설득력이 없었을 것이고, 실패한 콘텐츠가 되는 것입니다.
또 주의 깊게 볼만한 점은 김지석 배우의 노래는 미원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더 매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중독성 있는 가사부터 감미로운 발라드까지.. 다음 미원의 브랜디드 콘텐츠도 기대해 본다.
당근의 무한한 가능성
언어전략만큼이나 시각전략에서도 메타포를 잘 사용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당근(마켓)입니다.
당근은 중고나라, 번개장터에 비해 늦게 중고거래 플랫폼에 진출했음에도 이제는 두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택배 거래로 인해 사기당할 가능성이 있어 중고거래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거래의 범위를 지역 단위로 축소하며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들과 차별화시켰습니다.
언어 전략부터 살펴보자면 지역 단위라는 브랜드 컨셉을 “당신 근처”로 은유하며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당근은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 혹은 다른 형태의 브랜드로 확대할 경우에도 당신 근처를 의미하는 당근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훌륭한 메타포였습니다.
“당신 근처”라는 말을 “당근”이라고 줄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채소 당근과 토끼 캐릭터를 메타포로 사용하는 시각 전략으로 가져오며 당근은 중고거래 플랫폼 중 가장 안전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당근의 경우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시각 전략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당근이의 인스타그램을 따로 운영할 만큼 캐릭터에 진심인 모습입니다.
그로 인해 당근은 후발 주자였음에도 이제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당근은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 당근 마켓에서 당근으로 브랜드 네임을 바꾸고, 중고거래 플랫폼만이 아닌 동네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브랜드를 슈퍼앱화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약 당근을 토끼 캐릭터와 당근이라는 메타포 없이 그냥 지역 단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소개한다면 경쟁사들과 다르게 지역 단위에서 한다는 건 알겠어, 근데 그래서? 오히려 거래 지역과 선택 범위만 줄어드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순서대로 메타포가 언어전략, 브랜디드 콘텐츠, 시각전략에 사용된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물론 위 브랜드 사례들은 예시일 뿐 세 브랜드 모두 예시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전략적으로 메타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메타포를 잘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고객이 해당 단어에 대한 경험이 있고 익숙한 소재여야 합니다. 메타포는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도구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려운 메타포를 사용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즉 단순해야 합니다.
둘째, 해당 단어에 대한 사회/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부정적인 연상이 일어나는 메타포는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신선감이 있어야 합니다. 앞서 메타포는 올드함을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다고 언급했는데 너무 많이 사용된 표현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기도 합니다.
넷째, 위의 내용을 계속 상기시키며 다양한 잘된 선례들을 살펴보며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어떤 메타포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부터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