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4 (?!)
1. 육아
육아휴직을 한 남성으로서 육아 관련된 일화를 틈틈이 적어도 월에 한 번씩은 글로 남기고자 했는데 나의 게으름은 장장 10여 개월을 스쳐갔다.
어느덧 육아휴직을 한 지 9개월 하고도 중반을 달리고 있다. 아이는 19개월을 꽉 채우고 곧 20개월에 돌입할 것 같다. 처음 2~3개월간 적응기를 거쳐서, 14~18개월까지 첫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이사도 하고 한 단어씩 내뱉는 게 귀여워질 무렵 욕이 나온다던 1x개월이 18~19개월쯤 찾아왔다.
아직까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아이가 좌절감을 느꼈을 때(ex. 소파나 식탁 위로 오르는 것을 제지, 지저분하거나 위험한 곳에 가려는 것을 제지하는 등) 그 좌절감을 꼬집거나 할퀴거나 무는 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었다. 그전까지는 '오 이 정도면 할만한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인간으로서의 참을성이 바닥나는 건 순간이었고 속으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화를 내는 일이 생겼다. 인터넷과 동네 소아과에서 배운 대로 두 손을 잡고 단호하고 객관적으로 감정을 빼고 그렇게 해선 안돼!라고 세 번 외쳤으나, 외치고 나서 풀어준 다음에 바로 같은 곳을 정확히 할퀴는 아이에게 지고만 것이다..
원래 육아휴직 전 목표로 했던 체중감량(운동), 어학공부, 육아 세 개중에 육아 외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도 했고, 이대로라면 두 돌까지 가정에서 보육하는 게 더 아이에게 해롭겠다는 생각도 들어 아내와 상의한 끝에 대기가 필요 없는 동네 가정어린이집에 급히 등원시키게 되었다.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린이집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아이와 분리되니 집안일도 열심히 하게 되고 아내는 좋아하고 운동도 하게 되고 어학공부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랜만에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의약분업 당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처럼 무엇이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자기합리화하는 중이다. 등원 전이나 하원 후에 최대한 같이 많이 놀아주는 걸로 죄책감을 덜 느끼려고도 한다.
2. 체중감량
박용우 교수님의 스위치온 다이어트와 관련된 영상이 언젠가부터 유튜브 쇼츠에 뜨기 시작했다. 기회가 되어서 한 영상을 정주행 해봤는데, 교수님의 '지금 4주 밀가루 끊고 앞으로 평생 밀가루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드시다가 평생 밀가루 못 드시겠습니까?'라는 말이 콕 박혀 8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바로 시작하고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아내가 조리원 동기로부터 삭센다 주사에 대해 긍정적인 얘기를 듣고 와서, 그거 몇 년 전에 해봤었는데 약의 효과를 이겨내면서 술이랑 고기를 먹었더니 효과 없더라라고 했었는데, 4주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도전해 보는 판에 한 번 다시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삭센다와 다이어트를 병행했다.
워낙에 많이 쪄서인지 첫 주에 4kg 정도, 2주 차까지 5kg 정도 감량되었고, 인바디 측정해 보니 근육량은 그대 로고 체지방 위주로만 빠졌다. 나름 성공적인 것 같은데, 다가올 명절과 여러 모임에서도 잘 선방해서 목표한 체중까지 도달해서 자세한 후기를 남기고 싶다.
다이어트 내용은 유튜브나 책이나 기타 블로그에 많이 남겨져 있으니, 그중에서 못 지킨 것 위주로 적는 게 혹시나 시작할 분들에게 도움 되지 않을까 싶다. 첫 3일 단백질 셰이크로만 하루 4끼 총 12끼를 먹어야 하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입에 물려서 그중 1~2끼는 동네 정육점에서 육사시미만 포장해 와서 해결했고, 이게 그다음 주 탄수화물 제한식 때도 자주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식단이 되었다. 커피는 오전에 1잔만 마시라고 하시긴 했는데 원래 하루에 4~5잔씩 마시던 사람이라 그냥 커피는 마시고 싶을 때 먹었다. 고강도 운동 주 4일은 잘 안되어서 그냥 운동 주 3일 하는 걸 목표로 하되, 집안일을 좀 더 열심히 했다.
3. 잡생각
빨래를 개고 청소하다 보면 두 손을 사용하지 못해서 알아서 디지털 디톡스가 되는데, 그때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어린 시절 남들보다 많이 한 편이라고 하면 독서였는데, 나는 책 읽기는 좋아했지만 독후감 쓰기는 극도로 싫어했었다.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인플루언서'보다는 '비 인플루언스드' 되는 성격이 아닌가 싶다. 책이든 다른 매체든 다른 사람의 재기 넘치는 글, 음악, 예술 기타 등등을 보고 영향을 받는 게 편하지 그걸 내 식으로 해석해서 다시 내 의견을 표출하는 데는 영 흥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무언가 표현하거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욕구는 있는 것 같아 브런치든 어디든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영 생각처럼 매끄럽게 나오지도 않고 횡설수설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익명에 기대어 본다. 세상에 누군가 한 명쯤은 재밌어하지 않을까 하면서.
4. 취미
어린 시절부터 음악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든 꾸준하게 접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부터 청소년기에는 스쿨 밴드도 해보고, 대학 때는 노래 동아리 같은 것도 해보고.. 예전 1년 차 법무관 생활 당시 퇴임하시던 분이 퇴임사에서 "평생을 갖고 갈 취미는 1개 있는 게 좋다. 그 취미는 혼자 골방에서 즐기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취미를 말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게 생각이 나서 아이 문화센터를 4군데나 보내는데(어린이집을 가기 전) 나도 문화생활을 한 번 해보겠다며 백화점 문화센터 보컬 클래스에 등록을 했었다. 취미로 좋아하는 곡을 하나씩 정해서 부르니 기분도 좋고 한데 무언가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드는 데 비해 취미 레슨 30분의 한계는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데 어떤 방도가 있을지 궁리를 해보고 있다. 어린이의 어설픈 연주는 박수를 받지만 어른의 취미는 아무래도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