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녀 진이 Dec 26. 2023

어찌 그리 술을 좋아하노!

술은 나의 경쟁력이예요

금주를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4주전 술을 과하게 먹은 어느날이다.

그날 어떻게 집에 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출근은 해야겠고 내 차가 어디에 있는지? 대치동은마아파트 노상주차장인지? 우리집 아파트 주차장인지? 누가 대리를 불러줘서 타고 왔다면 아파트 주차장일테고… 머리속이 하얗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일것이다.

토할거 같고 머리가 띵하고 피곤해서 정말이지 몸이 땅으로 꺼질거 같았지만 출근은 해야겠기에 불안한 마음에 술이 덜깬 새벽에 자동차앱을 켜서 지난밤 내차 운행기록을 추적한 결과 10시경 30분간의 운행기록을 발견하고는 내차가 집 주차장에 있을거라는 확신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차를 찾기위해 차량경적기능을 눌러 가냘프게 들리는 경적소리를 듣고 한층 더 내려가 차를 찾을 수가 있었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다니! 무섭고 두려웠다.


그날 나는 장안동에 지혜병원이라는 알콜중독치료 병원에가서 상담과 처방을 받았다.  상담결과 나는 알콜 의존도가 꽤나 높은 편이고, 우울감이 들때 주로 술을 찾는것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있는 금주를 위한 채팅방에도 가입을 했다.  장안동 후진 골목길 안에 있는 병원에 앉아서 진료를 받으로 온 사람들과 환자를 접수하는 사람들을 바라 보면서 내가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 사람들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강하고 역겨웠다. 소리를 치르고 퉁명스럽고 배려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접수를 하는 어떤 사람과 아직도 술이 깨지 않았는지 욕하고 행패를 부리는 어떤 여자와 남자들 …

나도 지금 큰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저 사람들 처럼 되겠지라는 생각이 쓸쓸하고 슬프게 들었다. 내가 이병원에 환자복을 입고 쾡한 눈으로 걸어가고 있을 나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는 왜 여기 앉아서 이런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인가???!!!

 나는 왜 술을 보면 이성을 잃는것일까? 왜 술에는 이렇게 관대한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왜 술을 퍼마시고 다닐까? 술 없는 모임이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것을 어색해 할까? 술없는 자리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허전하고 어색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나는 절주나 금주는 아예 시도조차 해 본적이 없다. “술은 저의 경쟁력이예요” 라면 자상스럽게 떠들고 다녔다. 나는 술을 잘마시고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술자리에서 절대 중간에 도망가는 일은 없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으니…


나는 술을 24살때부터 마셨다.

고등학교나 대학때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사람을 경멸 할 정도였다. 모든게 종교의 영향이기도 했다. 회사 입사를 하고 그해 봄 직장상사와 선배들과 같이 공식적인 회식자리에서 맥주 단 한잔을 먹고 취해서 울고 쓰러져서 잤던 경험이 철들고 나서 마신 술의 첫 기억이다. 어릴적 엄마가 빵을 만들기 위해 발효중인 막걸리를 한잔 들이키고 기절하듯 잔 기억이 있긴 하지만 흐릿한 기억일 뿐이다.


그 다음 술자리에서는 삼겹살 안주에 소주를 몇잔 마셨다. 뭔가 해방감이 드는 첨 느껴보는 이 술이라는 것의 매력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때부터 나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술인생은 시작 되었다.

몇잔이 한병이 되고 두병, 서너병 그리고 새벽까지 몇차의 몇차까지 이어진 술과 나의 동행이 화려하게 시작 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