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먹는 점심 식사.
오늘도 내 점심은 동네 반점의 짬뽕이다.
짬뽕 속에서 입을 벌린 진주담치.
나는 그것을 덜 어내며 바다 여행 계획을 머릿속에 그린다.
6살에서 7살이 되던 그해 겨울.
성희는 내게 작년에 다녀왔다던 바닷가를 실컷 자랑했다.
만날 때마다 자랑을 해대니 여간 미운게 아니다.
내 고향 경남 밀양.
분지 지형의 내륙 지방.
그곳은 강은 있으나 바다가 없다.
그 시절 우리에게 바다는 우주였다.
성희 요년은 작년 여름부터
날 만날 때마다 해가 지난 겨울까지
바다 여행에서 주운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자랑질을 해댔다.
희여 멀건 한 납작한 조개껍데기 그게 뭐라고
나는 그게 없어 여간 약이 오르는 게 아니었다.
벌써 몇 달짼가.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조개껍데기가 없는 설움을
엄마에게 왈칵 쏟아냈다.
" 조개껍데기? 그기 없어 그래 보골이 났드나?
엄마가 몇십 개 갖다주꼬?"
_ "엄마! 많이 많이! 성희보다 많이!"
다음날 저녁 나는 조개껍데기 가 담긴 소쿠리를 받았다.
엄마의 말대로 조개껍데기가 몇십 개 가 담겨있다.
성희 고년은 달랑 한 개를 가지고 날 약 올렸지만
나는 이 참에 소쿠리채 가져가 내일 성희 고년의 기를 팍 죽일 생각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입이 짧았던 내가 뜨끈한 국물에 밥을 그득 말아먹으며 엄마에게 기분 좋게 말을 건넸다.
"엄마! 오늘은 국물이 억수로 맛있네!"
_ "맛있제? 잘 묵네 내 새끼"
덕분에 즐거운 저녁 식사였다.
막 저녁을 다 먹고 일어서려는 참에
아빠가 직장일을 마치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아빠에게
"반주 한잔 할랍니꺼? 오늘 시원한 담치탕 있데이."
_ "우얀일이고? 한잔 해야겠데이."
그 순간 나는 그대로 일어나 뒤돌아 서야 했다.
그렇지만 보고 말았다.
아빠 밥상에 놓인 진주담치 탕을.
맞다.
내 조개껍데기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여행 중에 드라마틱하게 주운 그런 조개껍데기가 아니었다.
부식 가게에 파는 진주담치. 그것의 껍데기였다.
아빠 밥상에 놓인 진주담치 탕.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내가 맛있게 먹은 국물을 떠올렸다.
다음날.
어김없이 빈손으로 놀러 나가는 나를 붙들고
이거 안 가져가냐며 조개껍데기 소쿠리를 건네던
엄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바다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내가 기죽을까 봐
생각해 냈던 진주담치.
부식 가게에서 제일 저렴했던 진주담치.
바닷가 여행대신 냄비 여행을 했던 그때를
생각하며 엄마한테 할 말을 떠올린다.
"엄마, 우리 바다 보러 가요."
_ 사진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