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거창한 행복보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시간은 10시 57분, 많이 졸리다. 금요일은 원래 수업이 많아도 일이 많아도 웬만해서는 피곤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졸리다. 배꼽시계가 꼬르륵거려 들어오자마자 식탁 위에 놓인 호빵을 물에 살짝 적셔서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말랑말랑한 것을 입에 넣으니 폭신한 식감이 하나를 더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두 개를 먹으니 배는 이미 꽉 들어 찬 호빵처럼 불러있었다. 이제 더는 먹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커피를 한 잔 내려 책상에 앉았다. 11시가 넘어가는데 눈은 벌써 새벽 밤이슬을 맞은 것처럼 촉촉하게 내려앉았다. 나는 감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감겨 있는 내 눈을 휴대폰 액정 사이로 바라본다.
배가 불러 침실로 가지 못하는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졸렸던 눈을 다시 치켜뜨고, 노트북을 부여잡고 제발 배가 꺼질 때까지만 눈을 뜨고 있게 해 달라며 기도했다. 나의 기도가 영 시원찮았는지 지금도 여전히 졸리다.
요즘은 매일 글을 쓰고 있는데 오늘의 주제를 보니 거창한 행복보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다소 거창할 수도 있는 주제가 나왔다. 요즘 리북스에서 ‘The present’를 읽고 있는데 방금 졸면서 낭독을 끝내고 막 들어오는 길이다. 때마침 오늘의 주제가 지금 이 순간이라니 헝클어진 내 머리 스타일만큼이나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다.
우리는 과거를 아쉬워하지만 현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미래를 준비는 하지만 그것 또한 확정된 미래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것이 없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현재인데 현재 사는 게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현재를 선물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행복은 미래에 오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지 않는데 미래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사랑을 주지 못하듯 현재의 행복을 행복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행복은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저축같은 게 아니라 소모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그때그 때 느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행복만 추구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계가 중요한 사람들이니 아주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지금 내 뱃속에 호빵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배가 불러 잠을 청하지 못하는 내 현실이 좀 우스꽝스럽지만 그 덕에 이렇게 뭐라도 한 자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재는 수많은 불안과 기대로 가득 차 있다. 불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기대는 생각만큼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어쩌면 불안과 기대의 중간 어디쯤에 살면서 불안도 기대로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일이다. 그런 사람이 행복지수가 더 높지 않겠는가? 중간 어디쯤에는 있으니 말이다.
11시 15분이 되니 잠이 달아났다. 배가 불러서 시작한 글인데 배가 꺼지기도 전에 잠은 달아나고야 말았다. 배가 불러서 행복하고, 배가 꺼지지 않아서 행복하고, 잠이 달아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마저도 소소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