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za de Toros San Francisco de Quito
1. 로케이션-에콰도르 키토
처음 가보는 에콰도르.
도착하는 순간 칠레의 설산, 볼리비아의 돌산과는 또 다른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산맥들이 우릴 반긴다.
어느 쪽이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임이 분명하다.
(뭐랄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맵들을 돌아다니는 유저의 기분이 자꾸 든다.)
첫인상은 “이 땅은 여유롭고 비옥하다.”
이전 여행한 다른 지역에서 느낀 자연의 웅장함과 비장함과는 또 다른 풍요로운 자연이라는 느낌.
공항에 가수를 마중 나오신 팬 분들이 가득했고 출입국 심사관부터 공항직원들까지 사진을 요청하고 환대의 분위기가 대단했다.
엄청난 팬분들의 텐션에 벌써 공연이 기대가 된다.
길도 깨끗하고 사람들에게선 유쾌한 여유가 넘친다.
그래도 개인행동은 되도록 삼가는 편이 좋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이동은 거의 차로만 하고, 따로 관광을 거의 즐기지 못했다.
2. 공연장-Plaza de Toros San Francisco de Quito
오늘의 베뉴(공연장)는 투우경기를 하던 원형경기장이다.
한참 고개를 들어서 봐야 하는 객석은 좌석번호가 의자마다 크게 적혀있고, 하늘엔 구름이 그림같이 흘러간다.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화장실은 좀 낡았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대기실도 원래는 펍으로 쓰였을듯한 경기장옆건물을 커다랗게 전부사용했다.
오늘의 식사는 어제 점심을 먹은 한식당에서 보내주신 도시락으로 점심은 김밥, 닭강정 저녁은 김치찌개였다.
장기 투어 중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익숙한 맛에 위로를
받기 위해서일까 맛있는 한식은 늘 반갑다.
3. 공연
-리허설
이전 야외공연장에서의 추웠던 기억에 기모운동복에 위아래 히트텍까지 챙겨 입고 출근을 했는데, 맙소사 오늘은 거의 여름록페스티벌 급의 햇빛과 더위다.
정면으로 비춰오는 햇빛은 눈을 못 뜰 지경이고, 어쿠스틱기타가 햇빛에 상할까 봐 리허설 직전까지 케이스에 넣어두었을 정도였다.
남미의 태양은 한국의 태양과 아주 다르다.
땀이 뻘뻘 나서 의상을 일찌감치 갈아입었다.
오늘의 이슈는 기타 멤버 J의 페달보드.
쿼드코텍스의 아웃풋단자가 부서져서 도착했다.
프리앰프도 같이 사망.
다행히 쿼드 코텍스에 두 개의 아웃풋 단자가 있어서 일렉기타, 어쿠스틱기타 나눠 쓰던 걸 고장 나지 않은 한쪽 단자로만 다 사용해서 해결했다.
고가의 장비인 데다가 없으면 공연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우리는 오늘 또 한 번의 멘붕을 겪었다.
장비들을 다 이래저래 정리하고 리허설을 진행.
다행히 그 이외에는 큰 이슈없이 진행되었다.
-파이팅의 시간
장비문제는 있었지만 리허설은 빨리 끝난 덕에,
이번 남미 투어 최고로 여유 있는 준비시간을 보내고
공연 10분 전 대기실 앞에 모여서 기도의 시간.
일본공연에서부터 순서를 더듬어 서로 너지? 너 아냐?
하다가 처음 오는 나라이기도해서 가수가 기도를 했다.
기분 좋게 기도하고 손을 모아 파이팅!!
-공연
이미 공연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에콰도르 팬들은
밴드가 먼저 악기를 세팅하러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공연모드시다.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
발라드에도 춤을 출수 있는 댄스본능.
잠시 쉬는 시간이 생기면 팬들이 가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심지어 파도타기까지 하셨다. ㅎㅎ
정말 에콰도르에 그가 오기만을 내내 기다려왔던 듯이 우리 보다 더 많은 걸 준비하고 즐겨주셨다.
그 덕분일까 이번공연에는 거의 없는 앙코르곡까지 나왔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신나는 공연 여러분 덕분입니다.
즐거웠어요.
마지막인사는
사랑해 너를 사랑해, 너에게 하나뿐인 마음을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