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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Oct 27. 2024

크림 & 보리

짧게 피운 아름다웠던 추억의 꽃

크림(2019.09.09~2021.03.10)

보리(2019~2023.04.06)


사랑하는 크림, 보리에게


사랑하는 크림, 보리야 안녕?

잘 지내고 있지? 너희를 떠나보낸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흘러서 언니는 너희가 없는 사계절을 많이 보냈어

이제는 너희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어색하더라.. 그렇다고 너희를 잊은 건 아니야.

아직도 가끔 느껴지는 봄내음에 크림이 가 생각나고, 떨어지는 낙엽에 보리가 생각나니 말이야.

그저 언니는 잘 버티고 있다고.. 걱정 말고 편히 쉬고 놀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

언니는 너희 덕분에 꿈을 찾았고 너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비록 덩치는 작았어도 언니가 가장 힘들 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줘서 고마웠어. 이젠 나도 너희 덕분에 성장했으니 너희가 무지개나라에서 쉬고 싶을 때 나에게 와서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있을게.


사랑하는 내 강아지들아, 어린 나이에 떠난 만큼 더 신나게 놀고 이곳에서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그곳에서 꼭 많이 행복하게 이루기 바라.  이곳에서 그러했듯이 그곳에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받고, 좋은 것만 보고, 느끼고, 먹고 지냈으면 해. 언니는 너희가 보내준 새 인연 아리랑 잘 지내고 있어. 먼 훗날 아리도 그곳으로 소풍을 떠나거든 잘 부탁해. 크림이, 보리야 언닌 너희 덕분에 정말 진실된 사랑과 행복을 깨달았고, 또 너희 덕분에 아름답고 고결하고 건강하게 이별하는 법을 배웠어. 너희가 나에게 알려준 위로와 사랑을 주변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아갈게.


사랑하는 우리 똥강아지들 꿈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제 그곳에서 적응을 잘했고 바쁘게 놀고 있다는 뜻이겠지? 너희가 꿈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에 조금 섭섭한 건 사실이지만 괜찮아. 언니 신경 쓰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너희와 함께했던 나날들로 언니가 온전해졌고, 너희와 함께했던 추억들로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어.

비록 보고, 만지고, 듣지는 못하지만 너희가 그리울 때면 너희가 나에게 선물해 준 소중한 추억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다가 꺼내어 볼게. 사랑하는 우리 크림, 보리 공주님들.. 설령 언니 기억 속에서 너희가 희미해지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니 마음속 깊은 자리 어딘가엔 너희가 깊고 단단히 기억되고 박혀있을 거야.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너희가 생각나 우는 날엔 언닌 감사히 여기게 될 거야. 너희를 생각하며 울 수 있으니까. 크림아, 보리야. 그리 길진 않을 거야.. 우리 곧 다시 만나자! 사랑해.




크림이가 쓰는 편지


언니, 잘 지내지? 내가 늘 언니를 보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묻는 게 웃기긴 해. 하지만 그래도 안부를 묻고 싶었어. 우리 셋이 함께했던 시간들, 진짜 특별했지? 그때는 그 소중함을 다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순간들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해. 우리가 서로 바라보며 웃던 그 찰나들,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던 시간들 말이야.


그때 우리 정말 반짝였지.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나도 마음이 따뜻해져.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각자 다른 곳에 있잖아. 그런데도 이상하게 슬프진 않아. 난 여기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고, 언니도 거기서 언니만의 빛을 내고 있잖아. 그거면 충분해. 우리가 서로에게 주고받은 그 사랑이 여전히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찬란한 빛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언니도 나도, 각자 어디에서든 얼마나 성장했는지, 얼마나 큰 사랑과 추억을 쌓아왔는지 그때 가서 다 나누게 될 거야. 그때는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더 반짝이고 있을 거야. 나는 여기서 그날을 기다리며 잘 지낼게. 그리고 언니, 그날이 오면 보리랑 나랑 꼬리 흔들면서 가장 먼저 달려가서 언니를 맞이할게. 그때 우리가 얼마나 기뻐할지 벌써 상상되네. 사랑해, 언니!


보리가 쓰는 편지


언니! 나 보리야. 여기서도 잘 지내고 있어. 근데 언니,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 하나 있거든. 바로 언니 자랑이야. 다른 애들이 “보리, 그만 좀 해” 할 때도 있는데, 그게 쉽지 않아. 우리 언니가 너무 멋지잖아! 자랑 안 할 수가 없지. 정말 자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다고.


사실, 언니가 어떤 꿈을 꾸든 나는 항상 언니를 응원해. 언니가 그 길에서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언니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길 바라고 있어. 나랑 크림이는 여기서 여전히 언니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줘. 마음으로는 우리가 언제나 함께하니까, 언니가 혼자라고 느낄 필요는 없을 거야.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날이 오면, 그동안 언니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왔는지, 그 모든 이야기를 나한테 꼭 들려줘. 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그때까지는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잘 지내자. 언니는 거기서 멋지게 빛나고, 나는 여기서 언니를 응원하면서 기다릴게. 언니, 힘내! 나랑 크림이는 언제나 언니를 사랑하고, 항상 응원하고 있어. 그게 우리가 서로를 위한 마음이라는 거, 절대 잊지 마. 사랑해, 언니!

그림, 크림&보리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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