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요. 빚쟁이 여러분.

반포기 상태

by 당이

설명회를 준비하며 23페이지 분량의 스크립트를 완성했다. 목차를 뒤집으며 또다시 같은 분량을 새로 썼다.

스크립트를 보며 파워포인트 자료를 다시 수정한다.

스크립트랑 자료가 일치하는지 비교한다.


스크립트 내용을 운전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걸 녹음한다 그리고 그걸 또 듣는다. 듣다 보면 버벅거리는 포인트가 나온다. 그러면 또 꺼버리고 다시 녹음하길 반복.

으아아


외워서 말하듯이 읊으면 진짜 말하는 걸까?

유명한 강사인 김미경 님도 다 싹 외워서 한다는데

내가 뭐라고 이걸 안(못) 외우지?

일단 다 떠나서 외우기 싫다.


외우기 싫다고 매우 격렬히 한 달째 외치는 중이다.

외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지 기능이 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작전을 바꿨다.

파워포인트에 핵심 내용을 더 적어본다.

다른 사람은 알아보거나 말거나 나만 알아보면 된다.

흐름만 잃지 않고 할 이야기 안 까먹으면 된다.

스크립트 내용 토씨 하나 안 빼고 다 말할 자신 없지만

내용 숙지는 되어있다.


그럼 좀 버퍼링 있어도 흐름 따라 말하면

그게 진짜 말하는 거 아닐까?


과감히 외우지 안(못하는 건지)겠다 다짐해본다.

말은 할 말이 많은 사람이 잘한다.

말할 내용이 잘 구조화되어 있는 사람이 잘한다.

많이 말해본 사람이 잘한다.


데일 카네기가 그랬다.

청중을 빚쟁이라고 생각하라고.

'당신들은 빚쟁이들이지만, 내가 오늘 호혜를 베풀어 줄게.'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라 했다.


왜 이런 공포증이 생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거에 잘 준비되지 않았던 세미나 자리에서

내 머리에 '타의로' 헤드셋 마이크가 씌워졌다.

버벅거리던 내 목소리가 더욱더 내 귀에 박혔던 기억.

(이렇게 남 탓을 하면 좀 마음이 편해지니?)


아무래도 카네기 말이 맞는 것 같다.

빚쟁이 앞이라고 생각하면 당당할 것 같다.

떨릴 이유가 없다.


그냥 마이웨이로 진행해보겠다 마음먹으며

반 포기 상태로 이 글을 쓴다....


에라 모르겠다.

잘 들어요. 빚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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