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한참을 쉬다가 수업에 투입되게 됐을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바쁜데 수업을 해야하다니.................비련의 여주인공 모드였다.
수업 투입 2주차에 접어드니 또 애들이 그렇게 예뻤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중 하나는 수업이었다. 그만큼 에너지를 다 쏟고 나와서 수업 후엔 초주검이 되지만 말이다.
나는 사업에 소질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수익률에 대해 고민하거나 효율성 낮은 수익구조를 조정해서 돈 벌 궁리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내가 이익을 더 얻으려 직원들의 페이를 조정하는 일도 없다. 진짜 많이 벌면 더 많이 주고 싶다.
초심을 잃지않고, 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면 언젠가 빛을 볼거라 믿는다. 게다가, 어찌나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지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학원에는 도움도 안되는 일을 하고 다니기도 한다.
나는 형제들 중에 아빠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아빠의 사업 수완은 쏙 빼고 닮은 것 같다.
아빠는 부모님을 어린 나이에 잃고 비빌 언덕도 없이 서울로 상경해 완전히 자수성가한 케이스다. 머리가 비상해서 공부도 잘 하셨는데, 먹고 사는게 문제였던지라 10대부터 일을 시작했다.
여러가지 고생을 하다가 자금을 조금 모아서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자금이 부족했다.
은행에서는 이 가난한 청년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퇴짜가 계속 되던 어느날 아빠는 한 은행에 들어가 은행장실로 직행한다. 본인이 지금까지 모은 자금을 모두 들고. 일면식도 없던 그 은행장에게 내가 10대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고생고생해가며 이 짧은 시간 이 돈을 모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 돈의 2배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나는 오늘 이 은행에 다 예치할 것이고, 예치한 금액의 4배쯤은 2년 후엔 거뜬히 벌거다.
내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면 3년 안에 갚겠다. 그리고 이 은행을 주 은행으로 평생 사용하겠다.
당신이 나에게 대출을 해준 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것이다.
그는 그렇게 대출을 받아, 공장을 세울 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지켜낸다. 약속했던 3년이 아닌 2년만에. 그리고 실제로 돌아가실때까지 그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했다.
지방에 공장을 세우려 했는데 허가를 아무도 내주지 않더라는 거다. 해당 도청의 위생과장을 찾아간다. (위생과장이 허가를 내주는 거였나보다.)
그는 만남을 거절한다.
인근의 커피숍으로 가서 위생과에 전화해서 긴급하니 당장 위생과장을 바꿔달라 한다.
그가 전화를 받자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긴급한 상황이고 당신에게는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나오시라.' 해서 그를 만나 담판을 짓고 허가를 얻어낸다.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과거에는 이렇게 가능했었던 듯하다.)
그 위생과장과의 인연을 그 이후로도 계속 되었고, 아빠는 돌아가시기전 그를 찾아가 2천만원을 주셨다. 그때 고마웠노라고. 건강 잘 챙기고 잘 살으라고. 그리고 이제 내가 없을테니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빠처럼 챙겨주라는 부탁과 함께.
물론 그 아저씨가 지금 나를 아빠처럼 챙겨주진 않는다. 헛돈인 것 같지만 그 돈은 아빠의 마지막 의리였다.
아빠의 인생 흐름이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깡은 있지만 비빌 언덕이 없고 가족 중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다 해내야 한다.
혼자 버티다보면 생기는게 수완인가?
월급원장으로 일할 때 너무 삶이 고단했다.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어느날 퇴근 후 아빠한테 전화를 했었다.
못해먹겠다고 엉엉 울면서 말이다.
그 말에 아빠는 '아가, 그만 울고 관둬라. 너 그냥 놀아도 아빠가 먹여살린다. 근데 원래 돈 버는 건 힘들다 . '
내 학원을 열고 나서는 아빠가 차가워졌다.
내가 힘들다고 징징대는데 예전처럼 따뜻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이 장난이냐?'
'힘들어야 정상이다.'
'울지말고 학원 가서 일해라.'
'푸념하지 말고 고민해라.'
'사람들 잘 챙겨라. 너는 뒷전이어야 한다.'
'돈을 좇지마라. 네가 처음에 먹었던 그 마음을 좇아라.'
'동네 구멍가게처럼 일 할 거면 아예 학원 접고 시집이나 가던가.'
'어깨 쫙 펴고 뭣도 없어도 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해라.'
기억나는 멘트는 이 정도다.
외롭고, 지치고 힘들어도
'그래도 내일은 좀 낫겠지'하며 미약한 긍정으로 살아내는 하루가 또 시작됐다.
2023년의 결심 아닌 결심이었던 being myself따위 역시나 제대로 될리 없지만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하고 출근을 준비한다.
아빠같은 남자는 만나지 말아야지 했는데
아빠같은 멘토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