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도시의 리듬_ 후쿠오카

사람과 도시를 연결하는 리듬

부산의 이웃도시이자 자매도시이기도 한 후쿠오카

후쿠오카는 명실상부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커피도시” 로 해를 거듭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시작되는 커피, 도시의 리듬

도시에는 저마다의 리듬이 있다.

사람의 발걸음, 골목의 소리, 그리고 그 도시가 사랑하는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내는 호흡.

내가 후쿠오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그 리듬이다.

후쿠오카의 아침은 조용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오래된 킷사텐 향과 새로운 카페의 음악이 한 골목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인다.

누군가는 출근길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첫 잔의 온도를 기다린다.

빠른 도시의 속도 속에서도 묘하게 여유로운 박자가 흐른다.

그 리듬 속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시의 호흡이 된다.

2001년, 나는 후쿠오카에서의 어학연수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의 후쿠오카는 나에게 낯설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도시였다.

처음엔 계획했던 유학 목적지는 후쿠오카가 아닌,

다름 아닌 일본의 수도인 도쿄이었지만

심사숙고 끝에 바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있은 것 같다!!!

그러한 선택지 후쿠오카라는 도시에서의 경험과 리듬은 그 무엇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값진 보물이 되었다.

유난히,

비 오는 날이면 횡단보도 앞에서 들려오던 그 음악,

처음엔 그저 신호음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하루의 배경음이 되었다.

지금도 후쿠오카 거리를 걷다 보면 그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감사하기도 하다.

그 시절의 리듬은 이제 커피가 되어 내 앞에 놓이고,

그 소리 속에서 사람들과 도시가 연결되고 있으며,

추억의 멜로디는 세월을 건너 새로운 리듬으로

다시 살아난다.

후쿠오카에서 내가 처음 느낀 커피의 리듬은 ‘넬드립

(neldrip/융드립)의 시간’이었다.

일본커피마이스터 1호 이자, 융드립을 체계화한 커피명인 히라타타카후미 선생님과의 인연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커피세미나 교류를 통해서

히라타 타카후미 선생님의 드립을 보고 있으면 커피가 단순히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물줄기가 천천히 원을 그리며 떨어지고,

커피는 서서히 향을 열어간다.

그 기다림의 순간은 마치 음악의 쉼표와 같고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한 잔을 완성한다.

그의 커피를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커피란 결국 속도를 늦추는 기술일지도 모른다고

그야말로 느림의 미학인 것이다.

또 다른 리듬은 사이폰 커피의 ‘빛’에서 시작된다.

후쿠시마상이 보여주는 사이폰의 순간은 언제 보아도 작은 공연 같다.

유리 기구 안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불과 압력이 맞아떨어지는 찰나로

커피는 완성된다.

그것은 과학처럼 정밀하지만, 동시에 예술처럼

아름답다.

2012년 부산에서 열린 일본커피문화학회 교류 행사에서 첫 만남을 통해 지금까지도 커피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사이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후쿠오카와 부산을 잇는 커피 페스티벌 속에서도

그의 리듬은 언제나 변함없이 맑았다.


그리고 후쿠오카의 새로운 박자를 만들어가는 사람, 안도 타카히로.

‘커넥트 커피’의 오너이자 세계 라테아트 대회

준우승자.

그의 라테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표정처럼 보인다.

스팀밀크 위에 그려지는 곡선 하나가 도시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부산과 영도를 찾아 세미나를 열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확신했다.

커피는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부드러운 언어라는 것을.

히라타 선생님의 느린 리듬,

후쿠시마상의 정밀한 박자,

안도상의 젊은 파동.

세 사람의 커피는 서로 다른 템포를 가지고 있다.

신구세대가 조화롭게 펼쳐주는 삼인삼색의 커피.

그래서 후쿠오카라는 도시 안에서는

그 모든 리듬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오래된 방식과 새로운 감각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

그것이 바로 후쿠오카 커피 문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도시에서 시작된 커피의 리듬은

이제 더 멀리 더 넓게 확장되어 흐르고 있다.

후쿠오카 커피페스티벌, 규슈 아시아 커피 페스티벌,

그리고 부산의 글로벌영도커피페스티벌과

대구커피카페페스타까지 확대되었다.

그동안의 커피를 통한 교류는

국경을 초월한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커피의 다리가 놓였다.

나는 그 다리를 커피 브리지라 부른다.

커피 한 잔이 도시의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이 다시 사람을 연결한다.

후쿠오카에서 시작된 커피의 박자는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리듬은

바다를 넘어서

부산의 골목에서도,

또 다른 도시의 카페에서도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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