킷사텐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머무는 방식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상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과 역할을 해오고 있는 존재감은 소중하다.
그곳의 공기는 조금 특별했다.
원두의 고소한 향과, 오래된 나무 선반에 스며든 시간의 냄새가 함께 섞여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따스한 조명아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긴 시간이 멈춘 곳이 아니라, 더 천천히 흐르는 곳이구나. 그 이름은 바로 킷사텐이다.
몇 해 전에 도쿄에서의 일정 속에서 길을 나서다가 발걸음이 멈춘 곳,
르노와르 킷사텐의 아침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창가로 스며들던 부드러운 빛, 그리고 조용히 잔을 내려놓던 소리. 그곳의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하루가 깊어지고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고,
모닝세트를 즐기고,
조간신문을 읽고,
그곳에서는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단순한 시간이 하루를 가장 깊게 만들어 주었고 그 여운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일본의 킷사텐, 정확히는 순喫茶(純喫茶)는 나에게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일본 유학시절에 여름방학 기간에 떠났던 여행지였던
기후시의 작은 골목길에 들렀던 킷사텐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너무나 착한 가격에 두툼한 더블토스트에 딸기잼,
신선한 샐러드, 계란찜(茶碗蒸し/차완무시)과 아이스커피를 감사하게 즐겼던 것이다.
한 잔의 블렌드 커피를 앞에 두고 신문을 펼치거나, 옆자리 어르신의 낮은 대화를 들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장소였다. 스팀을 내리고 잔을 닦는 주인의 손놀림은,
오랜 시간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왔다.
나는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킷사텐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라는 것을.
도심과 동네 곳곳에서, 나는 그런 킷사텐을 자주 만났다.
어떤 곳은 아침을 여는 모닝의 공간이 되었고, 어떤 곳은 점심 이후 조용히 머무는 오후의 공간이 되었다. 앙버터 토스트와 더블토스트를 앞에 두고, 커피 한 잔을 곁들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일본의 생활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같은 공간에 머문다.
국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고유의 시간이자, 감성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어쩌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생활방식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킷사텐을 볼 때마다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뿌리 깊은 나무.
겉으로는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이 뻗은 뿌리가 도시의 시간을 지탱하는 존재. 카페가 유행을 따라 빠르게 변하는 공간이라면, 킷사텐은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남아 있는 생활의 원형에 가깝다.
후쿠오카의 한 오래된 킷사텐에서, 나는 그 이미지를 더 분명하게 느꼈다.
후쿠오카를 방문하는 여행의 목적으로 킷사텐 순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20대 커플이 크림소다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예전에는 담배 연기로 가득했을 공간이, 이제는 맑은 공기와 함께 또 다른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기존의 단골고객에 한국을 비롯하여 외래여행객들과의 공존의 관계가 매우 의미가 있다. 킷사텐의 마스터도 이 흐름을 시대적인 현상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맞이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그냥 즐겨야만 한다.
젊은 세대는 이곳의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나폴리탄 같은 메뉴를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이 시간을 실제로 경험한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낯섦이 매력이 된다.
레트로는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요즘 한 가지 흐름을 분명하게 느낀다.
지금은 한일 양국의 MZ 세대에게도, 킷사텐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昭和レトロ’와 ‘純喫茶’라는 키워드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그 시간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이 공간을 찾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지금, 레트로가 새로움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것들이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느리고 조용한 공간에서 오히려 위로를 얻는다.
나는 그 공간에 앉아 세 시간 넘게 메모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커피는 취향이 아니라, 머무름의 이유가 될 수 있겠구나.
오늘날 킷사텐은 사라지는 문화가 아니다.
형태를 바꾸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래된 순喫茶가 문을 닫는 자리에는, 또 다른 방식의 레트로 공간이 생겨난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순환이고, 쇠퇴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다.
그래서 나에게 킷사텐은 여전히 커피 문화의 뿌리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 뿌리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래된 나무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늘을 통해, 그리고 시간을 통해 존재를 증명한다.
킷사텐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늘도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어쩌면 시간을 마시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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