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하모니쿠스: 영화와 함께하는 건강 회복의 여정

들어가는 글

by 호모 하모니쿠스

“호모 하모니쿠스 (Homo Harmonicus)”


이 제목을 보고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호모 하모니쿠스는 라틴어로 “조화로운 인간”을 의미합니다. “Homo”는 인간을, “harmonicus”는 조화로운, 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호모 하모니쿠스는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호모 파베르 (Homo faber),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등과 같이 전통적인 이론이나 학문적 정의가 확립된 용어가 아니라, 이 글을 통해 새롭게 제안하는 하나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 - 먹고, 자고, 움직이고,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 - 은 단순해 보이지만, 바로 그것이 건강의 토대이며 치유의 출발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요소들이 각각 잘 이루어지는 것뿐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건강이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수면이 없다면 건강한 식습관이나 규칙적인 움직임을 유지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그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관계의 질 또한 우리의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건강 불균형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나 조화와 균형이다.”

그것은 의학에서도, 삶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조화로운 상태’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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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줄리아 로버츠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앉아 있는 유명한 장면과 함께 영화 속 여러 순간들이 이미 마음속에 떠오르실 것입니다.


바쁜 일상과 무너진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주인공 리즈는 어느 날 문득 깨닫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그녀가 무너졌던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과 관계, 감정과 삶의 방향이 서로 어긋난 채 균형을 잃어버린 상태였지요.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느리고 풍요로운 식사를 통해 ‘먹는 기쁨’을 되찾고, 인도에서는 고요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면의 균형’을 회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발리에서는 다시 사랑과 관계를 받아들이며 ‘타인과의 연결’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삶의 여러 조각들이 흩어진 상태에서, 그것들을 다시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로 맞추어 가는 과정입니다. 다시 말해, 리즈의 여정은 ‘먹고, 쉬고, 느끼고, 사랑하는’ 삶의 기본 요소들을 하나씩 회복하며, 결국 균형 잡힌 인간으로 돌아가는 과정 - 즉 “호모 하모니쿠스”로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흉부외과 의사로서 암 수술을 해왔습니다. 매일 생사의 경계에서 환자와 마주하며, 의술이란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고된 업무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제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핍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갈증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길을 택했다는 후회가 아니라, 어쩌면 제 삶 역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채 균형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더 깊은 치유와 보다 본질적인 회복을 향한 갈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늦은 나이에, 영화 속 리즈처럼 평생 해 오던 일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새로운 국가,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화, 그리고 새로운 의학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기능 의학 (Functional Medicine)과, 개인적으로 그 뿌리라고 생각하는 자연 의학 (Naturopathic Medicine)을 접하며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관성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평생 환자를 수술하고 진료해 온 제게도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이 열렸습니다.


그 통찰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건강이란 개별적인 치료의 결과가 아니라 삶 전체의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수년간 고군분투했던 시간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외국 환자들과 씨름하며 보냈던 모든 세월은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배움과 경험의 조각들은 제 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최근 건강, 항노화, 웰빙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블로그, SNS에는 “이 영양제”, “이 검사”, “이 루틴”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의학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사람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보가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부수적인지, 우리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혼란 속에 또 하나의 정보를 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복잡하게 뻗어 나간 건강 담론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가지들을 덜어내어 본질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너무 당연한 것일수록 우리는 쉽게 잊습니다. 그래서 제 글의 목적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 - 그리고 그것들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삶 - 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호모 하모니쿠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잊고 지나치는 단순한 생활 습관들 - 식사, 수면, 움직임,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관계 - 은 수많은 복잡한 현대 의학적 치료에 앞서야 할 가장 근본적인 기초이며, 기능의학에서 말하는 첫 번째 처방이기도 합니다. 수백 가지 약이나 영양제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 최신 트렌드보다 더 강력한 것 - 그것은 언제나 삶의 기본을 회복하고, 그것들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지혜입니다.




저는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라는 언어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익숙한 장면과 친근한 서사 속에서 우리는 때로 의학 교과서보다 더 생생하게 삶과 치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글들에 담길 영화들은 단순히 의학적 설명을 돕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울림을 주는 작품들입니다.


여러분께서 제 글들을 읽는 동안, 마치 여러 편의 좋은 영화를 감상하듯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때로는 멈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음이 가는 영화가 있다면 직접 찾아보는 것도, 이 여정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함께 하나의 질문을 안고 출발해 보려 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다시 ‘조화로운 인간’, 호모 하모니쿠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자, 이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건강을 회복하는 길이자,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 길 위에서 여러분 모두가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건강하며, 조금 더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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