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식단
"SAD"iet — 이름부터 "슬픈" 식단
혹시 SAD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Standard American Diet, 즉 전형적인 미국식 식단의 약자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약자는 영어로 "슬프다"는 뜻의 "sad"와 똑같습니다. 우연일까요? 영양학자들은 이 단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풍자할 때 SAD를 즐겨 쓰고, 미국인들 스스로도 자조적으로 "슬픈 식습관"이라 부르곤 합니다.
SAD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열량-저영양 식단입니다. 앞장에서 이야기한 패스트푸드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식이섬유와 항산화 영양소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SAD는 염증 유발 음식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 기능의학 학회(Institute for Functional Medicine, IFM)는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피하거나 줄일 것을 권고합니다.
염증 유발 음식 (Inflammatory Foods)
초가공식품
패스트푸드
곡물 사료로 키운 육류 (grain-fed animal)
오메가-6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 (옥수수유, 대두유 등)
튀기거나 여러 번 가열한 기름 (튀김기름)
정제된 곡물 / 탄수화물
단순당
탄산음료
알코올
개인적으로 민감 반응이 있는 모든 음식
염증 유발 음식은 어떻게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가?
만성질환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20~30대에서 대장암, 갑상선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중심에 나쁜 식습관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들은 혈당과 인슐린을 롤러코스터처럼 흔들고, 그 과정에서 세포를 녹슬게 하는 활성산소가 쏟아집니다. 면역계는 마치 화재 경보가 울린 것처럼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세포막과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직접적인 손상을 입습니다. 어릴 때부터 매끼 반복되는 나쁜 식사로 이 불은 더 깊숙이, 더 빠르게 번져 갑니다.`
그리고 이 불이 꺼지지 않으면, 몸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장 점막이 헐거워지면서 독소와 세균이 혈액으로 흘러들어 면역계를 쉼 없이 자극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암을 억제하는 물질은 줄고 발암 물질은 늘어납니다. 끊임없는 산화 스트레스는 결국 DNA를 손상시키고, 암을 막아주는 유전자의 스위치마저 꺼버립니다. 인슐린 저항성, 비만, 심혈관 질환, 치매, 그리고 암. 이것들은 서로 다른 병이 아닙니다. 같은 불씨에서 번진 서로 다른 불꽃일 뿐입니다.
'독'이 되는 음식
이것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가 증명합니다.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의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유방암 발생률이 10% 이상 높아지고(Fiolet T, 2018), 설탕이 든 음료를 하루 100cc씩 더 마실수록 전체 암 위험도가 약 2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Chazelas E, 2019).
다음은 술입니다.
"하루 한두 잔쯤이야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그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특히 구강암과 식도암의 발생 위험을 최대 5배까지 높이며, 간암, 대장암, 유방암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한 잔이든 두 잔이든, 알코올은 마시는 순간부터 DNA를 손상시키고 마시는 양에 비례해 위험도도 함께 올라갑니다. '안전한 음주량'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안도감, 이제는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나에게 나쁜 음식'은 따로 있다?
세계 기능의학 학회의 염증 유발 음식 목록의 마지막 항목은, 처음 보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민감 반응이 있는 모든 음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항상 이로운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의 면역계는 특정 음식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음식 알레르기처럼 먹자마자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 시간에서 수 일 뒤에 조용히 나타나는 "지연성 면역 반응(Food Sensitivity)"도 있어, 증상과 음식과의 관계를 처음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계란 흰자의 단백질(Ovalbumin)에 반응해 만성 피로나 피부 트러블을 겪고, 또 어떤 사람은 옥수수나 대두 단백질이 장내 면역계를 자극해 복부 팽만감이나 두통을 반복적으로 경험합니다. 심하면 장 점막이 과도하게 투과되는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염증 유발 음식’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육류, 특히 적색육은 과연 우리 몸에 이로울까요, 해로울까요?
오늘의 핵심 7가지
1. SAD(전형적인 미국식 식단)는 현대인 대부분이 먹고 있는 '슬픈 식단'입니다.
2. 염증 유발 식품은 매끼 쌓이며 몸속에서 조용히 만성 염증을 키웁니다.
3. 만성 염증은 DNA를 손상시키고 암을 막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꺼버립니다.
4. 암과 만성질환은 이제 20~30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식습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5. 초가공식품과 설탕 음료는 수치로 증명된 염증 유발식품입니다.
6. 술은 1급 발암물질입니다. 한 잔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7. 나쁜 음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내 몸의 반응이 기준입니다.
참고 문헌
Bagnardi V, Rota M, Botteri E, et al. Alcohol consumption and site-specific cancer risk: a comprehensive dose-response meta-analysis. Br J Cancer. 2015;112(3):580-593. doi:10.1038/bjc.2014.579
Chazelas E, Srour B, Desmetz E, et al. Sugary drink consumption and risk of cancer: results from NutriNet-Santé prospective cohort. BMJ. 2019;366:l2408. Published 2019 Jul 10. doi:10.1136/bmj.l2408
Fiolet T, Srour B, Sellem L, et al. Consumption of ultra-processed foods and cancer risk: results from NutriNet-Santé prospective cohort. BMJ. 2018;360:k322. Published 2018 Feb 14. doi:10.1136/bmj.k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