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벡터? 너는 무엇인가?

방향을 가진 존재

by 공학하는 우주인

벡터는 방향과 크기를 가진 친구이다.


이 벡터라는 친구보다 조금 모자란 친구가 바로 스칼라이다. 스칼라? 처음 들어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스칼라는 그냥 수 그 자체이다. 예를 들어, 1은 스칼라이다. 2도 스칼라이다. 1.5도 스칼라이다. 더 나아가 -2와 같은 음수도 스칼라이다. 파이(원주율)와 같이 조금 복잡한 숫자도 스칼라이다.


스칼라의 엄밀한 정의는 양을 나타내는 값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수"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다 스칼라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의에서도 말했듯, 이런 스칼라는 양만 있을 뿐, 방향이 없다. 무언가로 향해가는 역동적인 친구가 아니라 그냥 정지해 있는 친구이다. 혹자는 -2가 "음의 방향"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학에서, 이러한 "-"(음의 부호)는 방향이 아니다.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2도 2와 같이 특정한 크기를 나타내는 수의 개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정리하면 스칼라는 양(크기)만을 가진 값이고, 벡터는 여기에 방향이라는 특별한 개념을 첨가한 값이다.


1. 날아가고 있는 새

벡터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속도"가 있다. 지금 당장 아무 물리학자나 잡아다 앉혀놓고 아래 사진 속 새의 속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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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물리학자는 동북쪽으로 2의 속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니 사실은 조금 더 엄밀한 수학적 표현으로 대답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냥 "2!"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냥 2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스칼라를 대답으로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앞에 "동북쪽"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벡터가 된다. 이제 좀 차이가 느껴지는가? 그렇다, 벡터는 단순한 양에 방향이라는 개념이 추가되는 개념이다.


위에서 내가 든 예시는 벡터를 설명함에 있어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이 되는 예시이다. 속도는 벡터이다. 그렇다면 속도에서 방향을 제거한다면? 그것이 바로 "속력"이다. 방금 속도에서 "방향"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자연히 양만 남는데, 그 값이 속력인 것이다. 아하! 속력은 스칼라이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속도와 속력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그래서 둘의 영단어도 다르다. 속도는 velocity이고 속력은 speed이다.


속도와 속력에 관한 예시로 벡터를 설명해보았다. 아직 설명이 제대로 와닿지 않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힘과 관련된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2. 다스베이더와 요다

"다스베이더하고 요다가 상자 하나를 각자 2의 힘으로 밀고 있다."


위의 설명을 보면서 머리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아래와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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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위와 같이 떠올렸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다. 두 인물은 실제로도 적대적인 관계에 있으니...


그러나 우리는 "다스베이더하고 요다가 상자 하나를 각자 2의 힘으로 밀고 있다." 라는 말을 보고 다른 식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아래와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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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사실 위의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다스베이더하고 요다가 협력하다니. 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잠깐 말이 샜다. 중요한 점은 두 상황 모두 "다스베이더하고 요다가 상자 하나를 각자 2의 힘으로 밀고 있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혹자가 두 상황 중 하나의 상황으로 특정되도록 설명하고 싶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가령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다스베이더는 오른쪽 방향으로 2만큼, 요다는 왼쪽 방향으로 2만큼의 힘으로 상자를 밀고 있다."


만약 이렇게 말한다면, 우리는 첫번째의 이미지로 상황을 구체화할 수 있다. 도대체 문장에서 무엇이 추가되었길래? 그렇다. 바로 방향이다. 방향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상황을 특정할 수 있었다. 기존의 문장에서는 "2"라고만 말했으나, 바뀐 문장에서는 "오른쪽 방향으로 2"라고 말했기에 상황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배운 표현으로 이를 다시 설명해보자면, 처음에는 스칼라로 표현했기에 상황이 애매모호했고, 두번째는 벡터로 표현했기에 상황이 확실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벡터의 힘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물리학에서 벡터는 매우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오늘은 이렇게 두 개의 예시를 통해 벡터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부터는 이러한 벡터를 약간의 수학적 표현과 함께 설명해나가도록 하겠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