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누룩 꽃 향이 깊어가듯이

누룩향처럼 깊어가는 시간, 이 순간을 담는 주병

by 빚는 한작가






젊었을 땐 성인이 되었다는 의미만으로, 술이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객기로 마시곤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해버리는 날도 많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술에 휘둘려 실수를 하기도 했다. 다음 날까지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기억도 숱했지만…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술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달까. 어른들이 자주 말하던 “인생은 쓰기 때문에, 술은 달다”는 말을 어릴 적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살아오며 쓴맛도 보고 여러 경험을 겪고 나니, 그 말이 점점 공감되기 시작했다. 술은 달다는 것.




술은 때로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안주를 앞에 두고 한 잔, 두 잔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풀리고 웃음이 번진다.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기에도 좋고, 오해를 풀거나 화해를 나누기에도 참 좋다. 술은 사람 사이에서, 적당히 따뜻한 윤활제 같은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삶의 철학에서 “이 순간”, “찰나”, “지금”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이 순간은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나는 언제나 모든 순간 ‘지금’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과 술자리를 가질 땐, 좋은 술을 좋은 술병에 담아 분위기까지 함께 마시기를 즐긴다. 그런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더 소중하니까.




좋은 술이라 함은 오랜 시간 숙성된 것이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 그리고 그 속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그 좋은 술들이 담길 ‘이 세상에 하나뿐인 술병’을 빚으며,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을 담는다. 누룩꽃 향이 깊어가듯, 오늘도 ‘향현‘이라는 나의 작은 공간에서 향긋한 주병을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