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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 Velvet Jan 06. 2022

"63가, 렉싱턴 애비뉴 역에서 내리시면 돼요."

2021년 10월의 어느 날,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로의 이사

2021년 가을,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새하얀 벽들에 둘러싸인 나를 발견했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오래된 빌딩 안에 내 그동안의 모든 짐을 내려놓았다.  

가구도 박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따뜻한 보금자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아직 너무 낯선 스튜디오. 

자고로 집이란 함께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 비로소 장소와 친밀감을 느끼고 익숙한 공간 이어야 하는데 아직은 너무도 데면데면한 곳이었다. 


나에겐 사실 가구나 개인 물건들이라 할 것도 별반 없이. 그렇게 정든 것들이 없어 더 공간이 텅 비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항상 움직일 준비가 된 에일리언 이방인 인터라, 되도록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이사 오면서 많이 버리고 또 비우며 공중에 떠다니듯 그렇게 유영하듯 살아온 터였다. 


집은 나를 보호하며 휴식을 제공하는 닫힌 공간이기도, 또 일도 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열린 공간이기도 했다. 앞으로 계속 나를 삶 속으로 이끌어줄, 날 먹이고 재우고 키워줄 그런 소중한 공간이었다. 


아직은 이 낯선 곳을 나의 집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했다. 

어느 곳보다도 전시공간에서 가장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나의 집을 전시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그리 대담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아티스트를 찾았다. 평소 작업을 좋아해 왔고 친분이 있던 페인터를 무작정 집으로 초대했다. 

"63가, 렉싱턴 애비뉴 역에서 내리시면 돼요."

공간을 보여주며 이 집에 대한 소개와 구조적 특징, 어떤 작업들이 이 공간에서 가장 빛이 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2달 여후 전시를 오픈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전시공간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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