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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청아 Dec 04. 2022

내가 젊은 꼰대가 될까 봐 무섭다.

꼰대... 어려운 말이다.

꼰대라는 말이 왜 이리 인기를 얻는지부터 생각해보자.

"라떼는 말이야" 어이가 없어서 웃기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말장난이 순식간에 퍼져나갈 수 있었던 힘은 공감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았다.

3년 전 광고인데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그 당시 유행하던 말을 트렌디하고 재치 있게 광고로 활용해서인 것 같다. 광고의 핵심은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조카 방에 갔더니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길래  "너 취직은 했니?" 물으니 조카는 "삼촌 저 일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답한다. 그는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아들 네 냉장고를 보더니 며느리에게 "너네 요새 밥은 해 먹고 다니니?"하고 물으니 며느리는 "요즘 회사 밥이 얼마나 잘 나오는데 누가 집에서 밥해 먹어요~"라고 대답한다.


옆팀 팀장이 직원에게 "저녁 뭐 시켜줄까?" 하고 물으니 "퇴근시켜주세요"라고 대답한다.  


MZ 세대답다. 자신의 의견과 신념이 강하고, 권리를 중요시 여긴다. 그렇기에 '꼰대'들의 말은 우리들에겐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이자, 간섭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잔소리이자 간섭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그래서 더더욱 "라떼는 말이야", '꼰대'와 같은 단어들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심지어 영국 BBC 오늘의 단어로 꼰대가 선정되기도 하였다.

꼰대 | 자신이 항상 맞다고 믿는(그리고 당신은 항상 틀렸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

게다가 요즘은 젊은 꼰대를 일컫는 통칭 '젊꼰'이라는 단어까지 유행 중이다. 이젠 꼰대를 정의함에 있어서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꼰대를 꼰대로 만드는 특징은 무엇일까?


1. 자신의 말만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BBC에서 정의한 꼰대의 의미대로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내 말은 틀렸다며 듣는 시늉도 안 하고 자신의 의견을 몰아붙인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 방법과 의견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방법과 의견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르치려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타일은 굉장히 피곤하다. 게다가 그 의견을 나에게 강요하는 순간, 한숨만 나올 뿐이다.  


2. 원하지 않는 피드백을 하는 사람

내가 피드백을 원했다면 괜찮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니까 조금 아픈 말이라도 괜찮다. 그런 경우는 대개 솔직하게 말해줘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점을 알아야 바로잡고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말할 필요 없다. 원하지 않은 피드백은 참견과 간섭이 될 뿐이다. 그리고 그런 피드백은 해주더라도 대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나가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때 본인의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감사한 어른이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 없는데도 내 손을 끌고 가는 사람은 꼰대다.


3. 일방적으로만 예의와 예절을 강조하는 사람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유교사상에 젖어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덕에 예의와 예절을 중시한다.


예의와 예절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예의와 예절은 갖추면 좋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우한다는 의미니까. 다만 상호 간에 갖추자는 것이다. 예의와 예절은 을의 입장인 사람만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들 유교 사상의 예의와 예절은 그리 강조하면서도 유교의 핵심인 겸손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다.


나는 겸손의 요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보다 남을 존중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존중받고 싶고, 대우받고 싶어 한다. 갑의 위치뿐만 아니라 을의 위치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인사문화도 조금 고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인사 예절을 검색하면 상황별로 각도를 바꿔가며 인사하라고 알려준다. 15도, 30도, 45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칙들은 더 많다.

인사가 이토록 과해지면 인사의 의도가 안녕을 묻기 위한 것인지,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갑의 위치인 사람이 을의 위치인 사람에게도 똑같이 인사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


출처 대한민국 교육부

교육부에서도 명함을 건넬 때 예절을 교육한다. 물론 직장에서는 타인에게 잘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최소한 일방적으로만 강요하지 말자는 거다. 꼭 을인 사람이 먼저 인사하고, 갑인 사람은 인사를 기다리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서로 인사하면 좋으니까.




마지막에 이야기한 3번은 사실 쉽다. 인사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예의, 예절을 지키지 말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서로 인사하자. 서로 존중하자."는 이야기다.


다만 1번과 2번은 내가 처음에 꼰대라는 말이 어렵다고 한 이유다. 우선 1번은 나는 옳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 실제로, 혹은 나중에 보았을 때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어렵다. 그래서 자기 검열과 성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그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야 한다.


2번은 그럼 상대방이 잘못을 하더라도 아무런 피드백 없이 그냥 두어야 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그 기준에서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어지간하면 참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는 말이 진짜 본인의 주변 사람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것이어도 당사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말일 텐데, 그냥 '내가 보기 안 좋아서' 혹은 '난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싫어해'와 같은 이유라면 굳이 말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럴 생각이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말해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위에서도 말했듯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나를 위해서다. '내로남불 하지 않기'가 내 중요한 인생관 중 하나이다. 내가 꼰대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내가 하고 있진 않은가 점검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다.


가장 두려운 건 내가 젊은 꼰대가 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있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고쳐가면서 '정말' 올바른 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내가 나쁘다고 생각한 악폐습 들을 다음 세대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원이 아니라 점점 커져나가는 나선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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