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연봉 깎고 다시 시작했는데 너무 조급합니다

응답하라 PM100 — 10년차 이커머스 PM, SJ님의 고민 사연

by 아무나작가 이율희
질문자: 10년차 PM, SJ님
질문 작성: 2026년 2월 9일
직무: PM
산업군: 이커머스
PM 경력: 10년차
고민의 유형: PM 역량 강화, 커리어 방향성


사연자 질의

맞춤법 교정, 개인정보 삭제 등 일부 각색하여 사연자의 고민 흐름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IT 대기업으로 옮긴 지 2년, 10년차 이커머스 PM 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성과를 굉장히 빠르게 인정받아 어린 나이에 제품 런치를 리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PM이라는 컨셉을 잘 수행하기 위해 스터디를 하던 중 PM의 정수는 IT PM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뽀록날지 모르는)에 다른 조직에서도 제가 인정을 받을지, 가장 치열하다는 IT 업계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물 안에서 뒤쳐진다는 느낌이 저를 고민하게 하였고, 결국 연봉을 40% 삭감하고 가장 낮은 레벨부터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이직을 하니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없다는 것 외, 업무의 특성과 요구되는 역량 자체는 이전과 동일하였고, 오히려 전 회사보다 심하다고 느껴지는 hierarchy 속에 제가 맡은 범위가 훨씬 축소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메인의 한계라 생각하여 원래 희망했던 부서로 전배를 하였고 너무나 뛰어난 동료들과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막연한 불안감에 힘듭니다.


저에게 중요한 건 보상보다는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막상 와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미친듯이 열심히 하는데 승진의 최소 조건도 충족하긴커녕 rating조차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서 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정도는 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보니 평가를 구분 짓는 건 숫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러다 보니 매번 조급하고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성과 없이 찡찡거리는 거 같아서 보스와의 상담 시도는 못해봤어요. 약하고 조급해 보이기 싫다는 마음입니다.


PM100 응답

고연차에 연봉 40% 삭감하고 레벨 낮춰서 다시 시작하는 결정,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 용기 자체는 대단합니다. 그리고 사연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해서요. 먼저 개인 경험담을 나누고, 그다음 현실적인 피드백을 드릴게요.


멘토 율의 이야기

저는 쿠팡에서 7년을 꼬박 채우고, 8년차에 무신사(패션 대기업)로 이직하면서 연봉을 30% 이상 삭감한 케이스입니다.


참 희한하죠?

당시 연차도 비슷, 연봉 삭감 비중도 비슷. 그때 저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어요. "과연 7년 동안 쿠팡에서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 없이, 오로지 내 개인의 역량으로도 다른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쿠팡은 IT 업계에서도 연봉이 높은 편이고, 7년 동안 4번의 승진을 했기에 스톡옵션도 꽤 있었어요. 다른 회사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겁이 났고 이 정도의 보상을 줄 수 있는 회사는 사실 전무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문제 해결에 몰입했고, 기회가 와서 잡았고, 그러다 보니 보상으로 이어졌는데… 요즘 나는 어떠한가? 보상 때문에 쿠팡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고, 그로 인해 순수했던 문제 해결의 몰입력이 줄어들고 있구나. 안 되겠다."

그 생각이 든 즉시, 연봉 삭감과 지금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스톡옵션을 버리고 이직을 했습니다.


후회 안 하냐고요?

네, 전혀 후회 안 합니다.

(속마음: 아니요, 후회도 일부 합니다)


아쉽지 않냐고요?

네,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속마음: 아니요, 상당히 아쉽습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그때로 돌아가도 동일한 선택을 할 겁니다.

이건 겉마음/속마음 구분 없이 단언할 수 있어요.


선택에 대해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합니다. 오늘 저녁 뭘 먹을지, 비 올 것 같지만 우산 챙기기 번거로워서 그냥 나갈지, 오늘 야근할지 말지… 아주 사소한 선택부터 이직/이사/이별 같은 아주 큰 선택까지. (그러고 보니 다 '이'자가 들어가네요^^)


중요한 건, 선택의 결과는 해 봐야 안다는 거예요. 그 결과가 기대보다 못하든 좋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선택을 하지 않고 미루고 있었다면, 그걸 가장 후회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선택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사연자님의 선택은 그저 옳았던 것입니다.

인정받는 대기업에서 연봉을 40%나 삭감하고 도전을 하셨고, 이전 팀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는데 전배를 갔습니다. 그렇게 큰 결정을 하신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아쉬움은 뒤로 하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 편히 가지세요~"로 끝내면 아무 도움이 안 되죠.

우선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해결해야 해요.


사연자님의 고민을 정리해보면:

인정욕구 불충족 / 자신감 하락

숫자로 차별화가 안 됨 (구조적 한계)

승진/평가에 대한 불안

보스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고민의 종류와 크기가 다 달라요. 이 안에서 우선순위부터 세우세요. 우선순위를 세우고, 첫 번째 고민부터 솔루션을 도출해서 실행하면 됩니다.

실력 있는 프로 PM이시잖아요. 프로젝트, 내 업무에서만 문제 정의 / 해결 방안 도출 / 우선순위 정렬하지 마시고, 이 PM적 사고를 '나 스스로'에게도 그대로 적용해보세요. 그럼 우선순위는 사연자님이 정하시고, 저는 각 고민에 대해 현실적인 피드백을 하나씩 드려볼게요.


분명 보상보다
자아실현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 가장 힘들어하는 게 승진, 평가, 숫자잖아요.

"나에게 중요한 건 보상이 아니라 자아실현"이라고 했는데, 막상 보상이 안 따라오니까 흔들리고 있어요. 이건 자기 인식과 현실이 안 맞는 겁니다.


틀렸다는 게 아니에요. 인정받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욕구예요. 다만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라고 스스로를 포장했던 게 문제입니다. 매년 승진하고 기대 이상의 보상을 받을 땐 겸손한 척할 수 있었지만, 그건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 해야 할 건 솔직해지는 겁니다. "나도 인정받고 싶고, 성과로 증명하고 싶다." 이걸 인정하는 게 먼저예요. 그래야 다음 액션이 명확해집니다.


"숫자로 차별화해야 한다"에 대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요.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서 숫자로만 싸우면 한계가 있어요. 특히 카테고리 레벨 토픽은 도메인 담당자들보다 숫자 내기 어려운 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걸로 차별화해야죠. 예를들면 이런겁니다.

문제 정의 능력: 다른 사람이 못 보는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는 것

크로스펑셔널 임팩트: 내 토픽이 다른 팀에 미치는 영향력

리더십: 주니어 온보딩, 프로세스 개선, 지식 공유

10년차면 숫자만으로 증명하는 단계는 지났어요. "이 사람이 있어서 팀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약해 보이기 싫어서
보스와 상담을 못 한다"에 대해

이게 오히려 더 위험해요.

보스는 이미 알고 있어요. 뭘 포기하고 왔는지, 어떤 상황인지. 면접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 말 안 하고 혼자 끙끙대고 있으면, 보스 입장에선 "이 사람 괜찮은가? 적응 잘 하고 있나?" 판단이 안 됩니다.

"약해 보이기 싫다"는 건 사실 "잘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다"는 거잖아요. 근데 성과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아무 말 안 하면, 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 지금 잘 못하고 있어요"라고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은 찡찡거리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접근해보세요.

현재 맡은 토픽의 한계와 가능성을 솔직하게 공유

더 임팩트 낼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의견 요청

AI 프로젝트 같은 추가 기회에 대한 적극적 의사 표현

"저 힘들어요"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로 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모르게 사연자님의 상황과 심정에 빙의되어, 몇 년 전 저의 마음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연을 정말 꼼꼼하게 작성해주셨는데, 그만큼 고민이 깊으셨던 거겠죠.


연봉 40% 깎고 레벨 낮춰서 새로 시작한 건, 그 자체로 엄청난 배팅이에요. 근데 배팅을 했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조급한 건 이해하지만, "빨리 증명해야 해"라는 압박이 오히려 시야를 좁히고 있어요.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서 1~2년 만에 튀어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신 "이 사람은 다르게 일하네"라는 인상을 남기는 게 먼저예요.


본인이 선택한 길이잖아요. 그 선택을 믿고, 조금만 더 버텨보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by PM100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산업의 시니어 PM들이 모여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1. PM의 본질과 고충은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2.성장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 일은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성장에 100% 진심인
PM 커뮤니티 — PM100

공감을 위한 위로가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냉철한 조언을 드립니다.

수신 전용 채널입니다. 매주 실무 인사이트와 Q&A 콘텐츠를 보내드리니, 자유롭게 입장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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