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PM100 — 7년차 PM ㅊㅅㅇ님의 고민 사연
질문자: 7년차 PM, ㅊㅅㅇ님
질문 작성: 2026년 2월 5일
직무: PM
산업군: IT / 플랫폼 / SaaS
PM 경력: 7년차
고민의 유형: PM 역량 강화, 실무 고민, 이직
현재 회사 합류 이후 3개월 차에 경영진의 판단하에 기존에 제가 담당하면서 여러 실험을 하고 있던 제품을 다른 기업에 SI 형식으로 탑재 결정을 내리게 되어 그 이후부터 작년 12월까지 해당 기업에 기존 자사 제품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자사 서비스를 새로이 만들자는 제안을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있지만 하나도 설득이 안 되고 있고, 현재 운영/유지보수 중인 SI 제품을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달받았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이직을 준비 중이나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제품을 담당하면서 특정 지표 혹은 매출을 개선하기 위한 직무로 입사하였고 그런 업무를 기대하였지만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이러한 기본적인 업무가 보장되는 회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SI 프로젝트만 하다 이직이 막혀버린 상황, 어떤 마음으로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원하는 역할과 현실의 괴리,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이거 하려고 들어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매일 들면 정말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연을 보내 주신 이유는 냉철한 피드백을 받아보기 위함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감은 여기까지만 하고 몇 가지 짚어볼게요.
경영진 설득이 안 된다
"자사 서비스를 새로 만들자"는 제안은 경영진 입장에서 굉장히 큰 의사결정입니다. 리소스, 시장성, 수익 구조, 기존 SI 매출과의 트레이드오프까지 고려해야 하거든요. 만약 "이런 서비스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수준이었다면, 설득이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경영진이 "Yes"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필요해요.
왜 지금 해야 하는지 (시장 타이밍, 경쟁 상황)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수익 모델, 시장 규모)
뭘 포기해야 하는지 (기회비용, 리소스 배분)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리스크와 대안)
혹시 이 정도 깊이로 제안해보셨는지 점검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안 됐다면, 이직 전에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 자체가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이미 해보셨다면 아주 좋아요. 그 경험을 가지고 이직 면접에서 "이렇게 제안했고, 이런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런 걸 배웠다"고 풀어내면 됩니다.
이직이 잘 안 된다
이직이 안 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어요.
SI 경력이 PM 경력으로 안 읽힌다
→ 이력서/포트폴리오 문제
면접까지 가는데 떨어진다
→ 면접 커뮤니케이션 문제
서류부터 안 된다
→ 포지셔닝 또는 타겟 회사 문제
SI 경험도 PM 경력으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어요. 핵심은 "프로젝트 관리했습니다"가 아니라,
고객사 요구사항을 어떻게 정제하고 우선순위를 정했는지
자사 제품을 다른 환경에 맞게 어떻게 커스터마이징 판단했는지
이해관계자(고객사 담당자, 내부 개발팀, 경영진)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했는지
이런 관점으로 다시 정리해보세요. "SI라서 안 돼요"가 아니라,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앞으로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우선 세 가지 방향이 있음을 먼저 알려드리며, 사연자님의 상황과 맥락, 원하시는 커리어 방향에 따라 세 가지 선택지 내에서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 구조로 준비해보세요.
문제 정의 → 현재 SI 중심 구조의 리스크 (매출 의존도, 확장성 한계 등)
기회 제시 → 자사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것 (반복 매출, 시장 확장 가능성)
MVP 범위 → 최소한의 리소스로 검증할 수 있는 첫 단계
성공 지표 → 3개월/6개월 뒤 어떤 숫자로 판단할지
리스크 대응 → 실패 시 손절 기준과 대안
제안서 한 장이 아니라, "작게 실험해보고 결과 보고 판단하자"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경영진 입장에서 훨씬 수용하기 쉬워요.
SI 안에서도 PM다운 시도도 가능합니다.
고객사 요구사항 중 반복되는 패턴을 정리해서 "이건 자사 제품 기능으로 표준화하면 어떨까" 제안
구축 과정에서 발견한 사용자 피드백을 데이터로 정리
운영 중 이탈/사용 패턴 분석해서 개선안 도출
이런 시도들이 쌓이면, 설령 회사가 안 받아들여도 포트폴리오 소재가 됩니다.
먼저 어디서 막히는지 파악해보세요.
서류 탈락이 많다면
→ 이력서/포트폴리오 재정비. SI 경험을 PM 언어로 번역
❌ "고객사에 제품을 구축했습니다"
⭕️ "고객사 요구사항 20개를 우선순위화해서 MVP 범위를 정의하고, 8주 내 1차 릴리즈를 완료했습니다. 핵심 판단 기준은..."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 답변 구조화 연습. STAR 기법으로 정리
Situation: 어떤 상황이었는지
Task: 내 역할과 목표는 뭐였는지
Action: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Result: 결과와 배운 점
원하는 공고 자체가 없다면
→ 타겟 회사/포지션 재점검.
눈높이 조정 필요할 수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여기부터는 뼈아픈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SI 회사에서 업무를 하셨던 PM들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해진 일정과 예산 안에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는 실행력,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상력 — 이런 역량들은 프로덕트 매니저에게도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래서 이력서 통과는 꽤 많은 좋은 분들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면접에서 불합격시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이유는 "SI 업무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SI 업무를 해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커리어에 오점이 생겼다"고 스스로 규정짓는 사고방식, 그리고 그 원인을 회사 탓으로, 매니저 탓으로 돌리는 태도가 문제였던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면접장에서 이전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건 제가 원한 게 아니었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거였고", "저는 계속 반대했지만"이라는 문장이 반복되는 순간, 면접관이 보는 건 SI 경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주체성입니다. 어쩌면 SI에 대한 편견을 가장 깨지 못한 사람이 본인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정말 냉정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주로 서비스를 구축해 주든, 자체 서비스를 구현하든, 뭐가 되었든 — 좋은 PM은 그 안에서도 문제를 정의하고 몰입합니다. 당시 상황에 맞는 시의적절한 솔루션을 찾아내고, 그 일을 추진하며,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SI 프로젝트였다고 해서 문제 정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속에서도 "왜 이걸 원하는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파고든 PM과,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 적어 전달한 PM은 같은 SI 프로젝트를 해도 면접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사연자님이 후자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사연 몇 줄 남겨주신 것만으로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에 회사에도 여러 번 의견을 어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답정너 답변이었고,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상황 속에서 사연자님이 선택한 이직 준비는 PM으로서 충분히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이 바뀔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나서는 것, 그 자체가 주체적인 판단이니까요.
한 가지는 꼭 기억해주세요.
이직을 준비하시면서, 지금 하고 계신 SI 프로젝트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이 안에서 무엇을 만들어냈는가"의 관점으로 다시 한번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면접관은 "어떤 종류의 일을 했느냐"보다 "그 일 속에서 어떤 사고를 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으며, 어떤 결과를 이끌어냈느냐"를 봅니다. SI 프로젝트 안에서도 사연자님만이 발견한 문제, 사연자님이 주도적으로 바꾼 프로세스, 사연자님이 만들어낸 임팩트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먼저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SI 경력 그 자체가 아니라, SI 경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태도입니다. "나는 원래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서사는 면접관에게 "이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대로, "그 환경 안에서 이런 가치를 만들었고, 이제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다"는 서사는 같은 경력이라도 전혀 다른 무게를 갖습니다.
물론, 편하게 남기는 사연이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필터 없이 말씀 주셨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 면접에서는 훨씬 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연자님의 다음 면접이 후자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길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에서 더욱더 냉철한 피드백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되었기를 바라며, 어떤 방향이든 사연자님에게 의미 있는 다음 챕터가 열리길 바라겠습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산업의 시니어 PM들이 모여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1. PM의 본질과 고충은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2.성장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 일은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성장에 100% 진심인
PM 커뮤니티 — PM100
공감을 위한 위로가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냉철한 조언을 드립니다.
수신 전용 채널입니다. 매주 실무 인사이트와 Q&A 콘텐츠를 보내드리니, 자유롭게 입장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