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느슨해지기

by 마미콩

몇 일 전 과일을 싱크대 위에 올려두는데

키위와 귤이 오와 열을 맞춰

나란히 줄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새학기를 맞아

우리반 아이들의 이름을

나비 모양의 이름표에 적어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이고 있었다.


옆반 언니가 우리반 교실을 지나가다

내가 붙인 나비 이름표를 보더니 막 웃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비들이 너무나 질서정연하게

붙여져 있는데

딱 네 모습 같아서 웃는다고 했다.


옆반 언니 교실에 가서 보니

나비들이 위 아래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학년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같이 만든 이름표인데

어쩜 이렇게 각자 다른 성격을

보여줄까 싶어서 나도 한참을 웃었다.


나는 옷가게에서 옷이 흐트러져 있으면

점원도 아닌데 정리를 하고 돌아선다.


편의점에서 가격표가 삐뚤어져 있으면

기어이 바르게 꽂아 둔다.


화장실에서 수건이 뒤집혀 걸려있으면

꼭 다시 뒤집어서 가지런히 걸어 둔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나의 이런 모습들이

가끔은 스스로를 옥죄고

힘들게 하기도 한다.


삐뚤게 놓여있어도 괜찮은데

좀 흐트러져 있어도 괜찮은데

나는 그걸 왜 견디지 못할까.


한해한해 시간이 지날수록

좀더 느슨하고 둔감한

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