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간호사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뭘 해야 될지도 몰랐다. 그런 내가 간호학과에 들어간 건 바로 '취업이 잘된다'라는 이유 하나였다.
간호학과를 졸업해 종합병원으로 취업을 했다. 졸업하면서 응급실 간호사를 해보고 싶었다. 학생 때 응급실에서 실습을 하면서 소위 '쌈빡하게 일이 진행되는 응급실'이 내 성격상 조금 더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응급실을 지원했지만 내과 병동에 발령받아 그곳에서 2년을 일하고 퇴사했다. 퇴사 면담을 할 때에는 수간호사 선생님이 나의 지원부서 1위였던 응급실로 부서 이동을 시켜준다며 나의 퇴사를 만류시키려 애썼다. 그렇지만 그때는 응급실이고 뭐고 그냥 병원이라는 모든 게 싫었기 때문에 병원을 떠났다.
퇴사 후 조금 쉬다가 규모가 조금 더 큰 대학병원으로 다시 지원해 입사했다. 아무래도 조금 더 병원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부서를 희망하는지 물어보는 칸에는 병동을 적었다. 아무래도 병동에서 일을 했던 것이 익숙해서였다. 그 당시에는 응급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발령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바로 간호본부였다. 지금 현재 응급실에 티오가 났는데 혹시 가고 싶냐는 질문이었다. '응급실로 가라'라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었고, 내가 응급실로 가느냐 가지 않겠느냐 라는 선택권이 있었다.
응급실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이었는데?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갑자기 고민스러웠다. 아무래도 병동 경력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간호사로 시작하던 그 당시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게 잊혀 있다가 순간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간호본부와 통화하고 있던 정말 짧은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병동과 응급실은 특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었고, 막상 응급실에서 일하는 게 나랑 맞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내 나이 젊은 20대.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응급실로 한 번 발을 내디뎌 보기로 했다.
그렇게 응급실로 가겠다고 통화를 한 뒤 그 병원의 병동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친구한테 연락을 했다. 나보고 응급실에 가지 않겠느냐고 간호본부에서 연락이 왔다고. 그 친구는 응급실이 힘들다는 소문이 있다며 나의 응급실행을 만류했다. 친구의 답변을 듣고 내가 선택을 잘못한 건가 걱정을 했다. 다시 간호본부에 전화해서 "저 그냥 병동 보내주세요"라고 말해야 할까 수십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큰 쪽은 '나 아직 젊다. 해보고 후회하자'였기 때문에 나의 응급실행을 다시 한번 굳게 마음먹었다.
응급실은 결코 나에게 쉽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순간들이 정말 많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년이 지났다. 나의 20대의 절반과 30대의 절반을 합쳐 10년이라는 시간을 응급실에서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응급실과의 이별은 나의 출산과 이어지는 육아휴직으로 인해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돌이켜 봤을 때 응급실 간호사였던 것은 내 인생에서 너무나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응급실이란 곳은 버라이어티 하기도 했고 나에게 드라마 같은 순간들이 많았다. 다양한 에피소들이 있었는데 점차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이제 그곳에서 나온 지 1년도 안되었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나의 기억력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게 아쉬워 조금이라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꼭 글로 남겨보고 싶어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