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어른이나 기저귀는 타이밍이 제일 중요합니다.

응급실 간호사의 근로 일지

by 힘피

어느 이브닝 근무 날이었다. 주인공은 70대 남자 환자.


이 환자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분으로 '평소와 달리 상황에 맞지 않게 헛소리를 한다'는 이웃의 신고로 119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내원했다. 다행히 친가족에게 연락이 닿아 우리 병원 응급실로 뒤따라 오고 있다고 119 대원들은 전했다.


그 환자는 혈액검사, 엑스레이, CT검사가 차례로 진행되었고 응급의학과에서 신경과로 넘어가 진료가 이어지고 있었다. 곧이어 그 환자의 친동생이라는 남자 보호자가 내원했다.


그날 나는 업무는 응급실 밖 환자분류소에서 내원하는 환자들의 첫 응급도를 분류하는 것이었다. 신환이 없는 틈을 타 응급실 진료구역으로 들어가 봤다. 그 환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소변줄을 꽂은 상태였다.


그 환자는 의식이 명료하지 않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소변줄을 꼈지만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야 한다며 불안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침상 밖을 나오려고 했다. 의료진들은 계속 환자에게 '소변줄을 꽂았으니 화장실을 안 가셔도 된다. 소변은 소변줄로 나올 것이다'라고 상황을 인지시켜주면서 다시 환자를 침상 안쪽으로 끌어올렸다. 보호자인 남동생도 계속 침상 밖으로 나오려는 환자를 만류하며 상황을 인지시켰지만, 환자는 진정이 안 되는 상태였다.


결국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의사의 처방대로 환자의 소변줄을 제거했다. 하지만 소변줄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튼이 쳐져 있던 걷혀 있던 상관없이 계속 바지를 내리는 환자.

나랑 다른 선배 간호사는 '아무리 환자의 의식상태가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왜 이럴까' 하면서 혹시나 싶어 엉덩이 부분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환자는 대변을 본 상태였다.


‘으악. 결국 대변이었구나' 나랑 선배는 본격적으로 라텍스 장갑을 끼고, 근처 세면대에 있던 페이퍼 타월을 왕창 챙겨 환자의 침상에 가서 커튼을 치고 환자의 엉덩이를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응급실에 있던 여분의 성인용 기저귀를 급한 대로 가져가 환자에게 착용시키려고 했다.


얼추 환자의 대변을 다 닦았다 싶어서 기저귀를 채우려는데 다시 환자의 엉덩이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대변.

'하..' 속으로 깊고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페이퍼 타월을 가져와 열심히 환자의 엉덩이를 닦았다.


그러고 다시 기저귀를 채우려는 찰나, 갑자기 환자가 소변을 시원하게 보기 시작했다.

'안돼..!' 환자가 덮고 있던 홑이불을 환자 아랫도리에 급하게 덮어 소변이 여기저기 튀어버리는 더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수습했다.

결국 대변을 치우고 닦고, 또 대변보고 닦고, 소변보고 닦고, 시트 교체를 반복..


대강 상황정리가 다 끝난 것 같아 얼른 환자에게 급하게 기저귀부터 채웠다.

나랑 선배는 진작에 기저귀부터 채울걸 그랬다며 타이밍을 놓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 환자는 나이트번 간호사들이 출근하고, 우리가 퇴근할 때까지 신경과로 넘어가 진료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퇴근할 때까지 그 환자의 응급실 진료의 끝을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보진 못했지만 아마 입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날 느꼈던 포인트는 '기저귀는 바로 타이밍'이다. 주저하지 말고 닦아야 하고, 주저하지 말고 바로 채워야 한다는 것!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환자에게 기저귀를 착용시키는 것이 숱하게 많이 겪는 상황이지만 이 날은 유독 더 기억에 남는 환자의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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