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 마시는 꼬마야, 네가 너무 부럽기는 처음이야

응급실 간호사의 근로 일지

by 힘피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막내로 근무했던 시절이었다.

나이트 근무를 하던 어느 겨울날 밤. 그날은 유독 바쁘고 바쁜 밤이었다. 응급실이라는 그 제한된 구역에서 허구한 날 만보는 거뜬히 넘길 수 있었다.


복잡하고 어수선했던 응급실의 밤이 자정을 지나고 새벽을 향해 시간이 가던 중, 다섯 살쯤 되는 남자아이가 열이 난다고 응급실에 찾아왔다. 응급의학과에서 초진 후 소아청소년과로 넘어가 진료가 이어졌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그 아이에게 피검사와 수액을 처방했다. 피검사를 하면서 혈당 체크까지 처방이 났었기에 확인해 보니 혈당이 조금 떨어져 있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위험한 저혈당 수준의 수치는 아니었다.


응급실에서는 기본적으로 물 포함해서 금식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경구로 섭취할 것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그 남자아이의 혈당 수치를 확인한 뒤, 음료수를 섭취할 것을 처방했다. 그래서 아이 보호자에게 병원 내 편의점에서 달달한 과일 주스인 오렌지나 포도 주스를 사 와서 아이에게 먹일 것을 설명했다.


아이 보호자는 곧 편의점에서 오렌지주스와 달콤한 초콜릿 등을 사서 응급실로 돌아왔다. 아이는 오렌지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슬 데이 번 간호사들이 출근하기 시작했고, 나이트 근무자들은 지친 모습으로 데이 번 간호사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근무를 이어나갔다.


그 남자아이의 수액 주입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가 있는 침상으로 가서 수액과 아이의 팔을 확인했다. 아이가 달콤한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걸 보니 갑자기 갈증이 확 느껴졌다. 분명 나는 일하다가 중간에 쉬면서 야식을 먹었고, 물도 틈틈이 마셨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 날밤은 너무 고되었던 탓에 갑자기 그 오렌지주스의 달콤함과 시원함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5성급 호텔의 유명 셰프가 만든 값비싼 음식도 아니고, 고작 그 오렌지주스가 너무 먹고 싶었던 나. 정말로 그 남자아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아이야 넌 모르겠지. 먹고살기 위해 일터에서 일하는 동안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별것 아닌 행동을 하는 어린이 너를 얼마나 부러워하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


나는 나이트번에서 데이번으로 이어지는 인수인계가 얼른 끝나 퇴근하기만을 바랬다. 유니폼을 환복 후 탈의실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편의점에 곧장 가 오렌지주스를 한 병 사서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마셨고, 눈이 부시게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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