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경복궁 근처의 은행잎이 절정을 맞이했을 무렵.
그렇게 셔터를 눌렀던 사진을, 바로 어제에서야 현상소에서 받아봤습니다.
참 묘하죠. 계절은 벌써 봄이 한창인데, 사진은 아직 노랗게 물든 가을에 머물러 있다는 게요.
사진 속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거리는 젖어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우산을 쓰고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죠.
촬영 당시에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 없었지만, 필름 특유의 질감과 물기 어린 거리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렸던 순간이었습니다.
한 장 한 장 느릿하게 셔터를 누르면서, ‘잘 나올까?’ 하는 기대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여유가 공존했던 그 기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디지털 사진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은 없지만,
오히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마주하는 필름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이 사진을 꺼내본 순간, 노란 나무 아래를 걷던 그 가을이 다시 찾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