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야기 1
'0원 아파트 제공하는 젊은 청년'... 어제오늘, 베트남 뉴스와 한국 뉴스에서 이 제목의 기사가 떴다. 코로나 시기에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고 갈 곳 없는 실직자, 노숙자, 병자들에게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10층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먹을 것과 최소한의 하루 용돈 5만 동(한국 돈 2,500원)을 지급한다는 젊은 청년 응우옌 쉬엔 통(28, 남)씨의 이야기다. 현재는 사업에 성공하여 이런 자선도 베풀게 되었지만, 본인도 가난한 시절을 겪어 봤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을 돕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었다.
베트남에 살면서 이런 훈훈한 뉴스는 참 낯설다. 그동안 베트남 사람들(일반인들)은 각자 먹고살기 바빠서 남의 사정을 챙기고 살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거다. 일인당 국민 소득이 세계 107위 정도로 아주 낮고,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나는 이 나라에 젊은 인구들이 어마 무시하게 많은 걸 볼 때 베트남은 머지않아 개발도상국의 딱지를 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나라가 점점 노령화되어가고 있는 것에 비해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이 부러울 때가 많다. 이런 베트남에서 사는 게 나는 좋다.
지난 6월, 내가 막 새로 근무하기 시작했던 한국어센터가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폐쇄되면서 갑자기 대면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각 그룹 특성에 따라 요구하는 수업이 다르다 보니 나는 그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며칠 간이나 밤을 새워야 했다. 그렇게 6월 최선을 다해 가르쳤는데 7월이 되자 코로나도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이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던 학생들이 거의 수업 신청을 하지 않아 결국 온라인 수업도 멈추게 되었다.
그런데 7월이 지나도록 6월에 내가 일한 월급을 주지 않는 거다. 이사장(베트남 사람)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확인도 안 하니 답장이 올 리도 없고... 아마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어 교육 사업에서 손 털고 이쯤에서 접었나 보다, 생각하며 한 달치 월급을 내 마음에서 지웠다.
분명히 내 마음은 지웠다고 단정했는데도 가끔, 한국 사장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외국인이라고 그냥 두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그러는 건가? 그래도 그 직장에서의 첫 월급이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입을 싹 씻을 수가 있는 거지? 베트남 사람들 참....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고 나오다가 계산이 틀린 것을 확인하고 다시 들어가 거스름돈을 더 돌려받고 나오면서 베트남 사람들 참... 물건 주문한 것이 분명 2시에 온다고 했는데 6시가 다 되어서야 들고 왔을 때도 베트남 사람들 참... 그런 적이 많았었다.
내 핸드폰에 딩동, 알림이 울려서 보니 어, 돈 들어왔다. 바로 이어서 문자가 왔다. 월급 늦어서 죄송하게 되었다고. 두 달 만에 받은 것이다. 8월 지나가기 전에 주신(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막 들어간다) 게 어디냐... 그래, 그분 괜찮은 사람이었어. 이런 시기에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챙겨서 주냐... 나도 공손하게 답장을 보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그 슈퍼마켓 직원도 원래 나쁜 사람 아니었어. 그 전에는 그런 일 없었잖아. 친절하기도 하고 말이야. 업체에서 물건 늦게 오는 것도 그래. 교통 체증이 그렇게 심하고(베트남 길은 좁은 데다가 차량과 오토바이가 워낙 많으니 제시간에 오는 법이 거의 없다. 그들의 느긋함도 좀 있긴 하지만) 그래서 다들 서로서로 이해하고 사는데 뭘 그걸 가지고 쓸데없이 오해를 하냐... 베트남 사람들 착하고 좋아.
아이고, 밀린 월급 받았다고 손바닥 뒤집듯 내 마음도 홀랑 뒤집어졌다. 얄팍한 내 마음이 민망하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나는 베트남을 좋아하고 여기 사람들이 좋다. 교민들이 많은 베트남에서 자주, 저 사람이 내 나라 사람인가, 이 나라 사람인가, 헷갈릴 때도 많다. 이제 겨우 7년 살았는데 이젠 여기가 편하고 내 나라 같다. 정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