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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pr 14. 2024

열네 번째 : 어머니가 결국은 폭발하셨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본 6번째 어머니의 폭발, 터질게 터졌다

제가 세 번째 글에서 언급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4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막내시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보통은 '막내'라 하면 전부 '온실 속의 화초' 아니면 '오냐오냐 컸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부모님이 막내라서 저도 덩달아 친척들 중에서는 가장 막내입니다. 제 아래는 바로 조카들이죠.


저도 폭발할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외갓집으로 한정을 하면, 외사촌들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외사촌누나들에게 불만은 있습니다. 물론 이모들에게도 불만이 있어요. 그런데 외사촌형들에게는 불만이 없습니다. 저를 이해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는 인식을 같이 해주기 때문입니다.


가족적 개념 속에서 우리 집의 상황은 '막내'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동네 북 막내' 정도가 될 것 같아요. 모든 안 좋은 일이 벌어지면 전부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저 때문이라는 논리가 작용해요.


우선 간단할 설명을 해드렸고, 오늘 살면서 몇 번 보지 못한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황에 대한 부분은 이렇습니다.


저한테는 외사촌 누나인데, 이모가 우리 집이 16년 전에 겪은 일 때문에 자기 딸이 결혼을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그 외사촌누나는 나이가 이미 50이 다 되어갑니다. 사실 나이가 차고 결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우리 집 탓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심지어 우리 어머니 때문에 주식이 떨어졌다고까지 말을 해서 이게 무슨 소리인 건지 대낮에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모가 여러 명 있는데 다른 이모네가 어려워지고, 우리 집에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전폭적으로 도와주지 않아서 어려워졌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인생을 잘못 사네 마네를 이야기하시더군요.


듣다 듣다 너무 화가 나신 어머니가 스피커폰으로 돌리셨습니다.

그 상황에서 어머니가 이렇게 생각을 하셨답니다.

'너도 한번 들어봐. 지금 이게 내가 욕을 들을 일인지.'


그래서 저도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온갖 성토를 하게 되는데 그 표현들이 너무 저속해서 문장을 전체를 다 적기에는 너무 상스럽고 단어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재수 없는', '잡아먹었다', '모자란 자식 놈', '이기적인' 등 나머지는 그냥 xxxxxx라고 밖에 적을 수 없겠네요.


어머니가 이렇게 대답을 하셨습니다.


언니, 언니들은 시집가서 일 안 했잖아. 그리고 나는 결혼할 때 부모님 재산 안 받겠다고 상속포기각서 쓰고 하나도 받은 게 없는데, 나 빼고 다 받았잖아. 나는 언니네가 집에서 집안 일할 때 내 어깨를 바쳐가면서 일한 거라고. 그래서 지금도 팔을 잘 못 드는데 언니네는 그렇게 일 안 해봤잖아.

그리고 내 새끼가 멍청한지 아닌지 언니가 어떻게 알아? 아무리 언니 아들이 서울대를 나와도 지금 아무것도 아니잖아. 대학 가서 퍼 놀다가 지금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 막 다른 이야기 하다가 여기에서 내 새끼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말 가리고 지금 언니가 말한 거 우리 아들도 다 들었거든. 나도 우리 아들한테 이래라저래라 안 하는데 자꾸 우리 아들한테도 전화해서 화를 돋우지 말고 언니나 똑바로 해. 그리고 내 아들은 최소한 몸이 아파가면서 자기 할 일은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자기 새끼가 소중하면 남의 새끼도 소중한 줄 알아야지 지금 이 따위로 할 거면 연락하지 마세요.


나도 할 말이 있어서 전화를 바꿨습니다.

이모, 저한테 쌍욕을 하시던 저주를 하시던 다른 이상한 이야기를 하시던 상관은 없는데, 남탓하면서 편하게 사시는 것보다 정말 문제가 뭔지 생각을 해보는 게 먼저 아닌가 싶네요. 할 말은 많지만 할 필요도 없고 오늘 아마 마지막으로 통화하게 될 것 같아서 전화 바꿨어요. 저도 나이가 찼고 부모님 지킬 능력은 됩니다. 저도 제 부모한테 이상한 소리 하시는 부분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아드립니다.


외조카로서 하면 안 될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어머니가 살아가는 마인드라고 할까요? 살아가는 방법 그리고 방향은 이렇습니다.

'일이 잘 안 되고 그러면 본인이 제일 힘들 텐데, 내가 엄마라고 그리고 회사에서는 상사라고 다그치면 그 사람은 두 번 상처를 받는 건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정말 기한을 정해놓고 죽네사네 하는 상황이 아니면 조금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런 거 아닐까?'


그러면서 제가 부모님께는 이렇게 말씀을 드렸었어요.

우리 부모님은 '국민 욕받이'까지는 아닌데 그냥 '동네북 겸 욕받이'인 것 같네요.

어머니도 이제 나이가 차시고, 하다 하다 폭발을 하신 것 같아요. 하긴 어머니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어머니와 제일 큰 외사촌 형이 나이차이가 거의 없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가족행사가 있어서 가보면 듣기 민망한 말을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 어머니는 항상 사실인데 뭐 어떻게 하냐고 넘기시다가 자식을 거느리기 시작하니 참지를 못하신 것 같아요.


저도 이모가 자꾸 우리 부모님을 욕하고 다니는 게 싫었어요. 사실 이 이모만이 아니고 다른 이모들도 다 그러고 다녀요. 심지어 외사촌 누나들도 전부 우리 집을 욕하고 다닙니다. 어떤 반응도 하지 않으니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생긴 것 같다고 외삼촌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제 경험을 적게 된 이유는 저도 해당합니다만, 어느새 우리는 너무 남 탓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현실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조직에서도 시범케이스로 한 명만 희생시키면, 나머지는 겁이 나서 다 따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남을 희생시키기도 하고......


아무리 경쟁을 위해서 남을 제거하는 게 필요하고, 그래야 자기 자신이 편해지는 사회라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을 제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본 적이 없거든요.


저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러고 있는 게 아닌가 항상 경계합니다. 저는 그냥 제 탓을 해버리는 게 편하더군요. 지인들은 자기가 자기를 갉아먹는다거나 자학(自虐)을 너무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남 탓을 하기에는 다른 사람이 또 피해를 볼 수도 있는 문제라서, 타인의 잘못이 명백하지 않다면 그냥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더라도 제 탓을 해버리고 마는 편이기는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재테크를 딱히 하지 않아서 그리고 주식이나 코인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지만, 주식이 떨어졌다고 애먼 사람을 탓하고, 그날 하루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남을 탓하고 그러시지는 않나요? 그리고 누군가를 보고 그냥 재수 없다고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적어도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러셨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그러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자기 탓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제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느 정도 상식선을 지키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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